[사설] 정권 바뀌어도 안 바꿀 국사 교과서 만들어야

[사설] 정권 바뀌어도 안 바꿀 국사 교과서 만들어야

입력 2015-10-12 17:58
수정 2015-10-12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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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기로 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민간 출판사가 발행해 정부 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는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정부가 직접 발행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새로운 국정 교과서를 ‘올바른 역사 교과서’라고 이름 지었다고 한다.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겠지만, 기존 교과서에 대한 불신이 작명(作名)의 배경이기도 하다. 반대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계획은 정부에 대한 불신을 이유로 반대에 부딪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정화 발표 이후 정치사회적 후폭풍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렇듯 국정 교과서를 추진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모두 상대의 ‘이념 편향성’을 문제 삼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그럴수록 국정 교과서가 현실화될 경우 우려를 불식할 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것을 지적해 둔다.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한결같이 다양성이 훼손된 획일적 사관(史觀)으로는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균형 잡힌 지식인을 길러 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한국사 국정화 추진을 밝히는 자리에서 밝혔듯 “출판사와 집필진들이 만든 교과서의 잘못된 내용을 부분적으로 하나하나 고치는 방법으로는 도저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현실 인식이다. 한국사 국정화가 최소한 ‘잘못된 편향성을 가진 획일적 사고’만큼은 막을 수 있다는 정부의 논리에는 수긍하는 국민도 있고, 수긍하지 않는 국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정화를 찬성한 국민조차 정부가 또 다른 방향의 ‘잘못된 편향성’을 담는 데 동의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황 부총리가 “이념이 편향되지 않은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강조한 것은 당연하다. 국정 교과서의 개발 주체인 김정배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도 “집필진은 명망 있고 실력 있는 명예교수로부터 노장청을 전부 아우르는 팀으로 구성할 것”이라면서 좌파 학자들의 참여도 개방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균형 잡힌 시각으로 존경받는 학자일수록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뛰어들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싶지는 않은 법이다. 집필진 구성에서부터 설득력을 갖지 못하고 자칫 ‘보수 교과서’로 불린 교학사 ‘한국사’처럼 정치지향적 인사들로 채운다면 국정 교과서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한국사 국정 교과서를 2017학년도부터 일선 학교에서 사용케 한다는 방침이다. 교과서 보급이 계획대로 이루어진다면 2010학년도에 국정인 ‘국사’와 검정인 ‘근현대사’를 ‘한국사’로 통합한 이후 7년 만에 이루어지는 전면 국정화다. 1974년 이후 국정 ‘국사’ 교과서에서 ‘근현대사’를 분리한 2002학년도 이후 15년 만에 전면 국정화로 환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사 교과서 발행 정책이 정권의 향방에 따라 요동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한국사 국정 교과서는 정권이 바뀐다 해도 그대로 쓰고 싶을 만큼 이름 그대로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지향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정치 상황이 변해도 아이들에게 그대로 읽히고 싶은 역사 교과서는 불가능한가.
2015-10-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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