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 15년 노숙하며 뉴욕의 모든 것 빨아들인 색소포니스트 게일 [메멘토 모리]

    15년 노숙하며 뉴욕의 모든 것 빨아들인 색소포니스트 게일 [메멘토 모리]

    아방가르드 재즈 색소폰 연주자 찰스 게일이 알츠하이머 병을 앓다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84세 삶을 마쳤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7일 알렸다. 아방가르드 재즈는 워낙 어려워 그의 음악을 많은 대중이 이해해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그의 색소폰 소리는 그저 빽빽 소리를 내는 것으로 밖에 들리지 않을 수 있다. 해서 굳이 부음 기사를 쓸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는데 그의 삶은 분명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요소들을 갖고 있다. 공영 라디오 NPR은 지난 8일 부음 기사를 실었다. 댄서 겸 Arts for Art 창업자인 패트리샤 니콜슨 파커가 고인의 아들 에쾀부 게일로부터 사망 소식을 듣고 세상에 알렸다. 패트리샤의 남편이 고인을 넓은 발품으로 도왔던 베이시스트 윌리엄 파커다. 윌리엄 파커는 고인과 드러머 라시드 알리와 트리오를 결성해 ‘Touching on trane’(1993) 앨범을 내놓았다. 부부는 공동 성명을 발표, “그의 무한한 천재성은 고통스러운 세상에 선물이었다”며 “아직도 치유의 음악이 그를 통해 강물처럼 흘러나온다. 찰스 게일은 온 시간을 통틀어 스승 뮤지션이었다”고 추모했다. 1939년 뉴욕 버펄로에
  • 꿈의 전고체 배터리, 폼팩터 삼분지계… 누가 왕이 될 상인가[오경진기자의 전기차 오디세이]

    꿈의 전고체 배터리, 폼팩터 삼분지계… 누가 왕이 될 상인가[오경진기자의 전기차 오디세이]

    관우의 ‘청룡언월도’, 여포의 ‘방천화극’…. 영웅호걸들이 어떤 무기를 사용했는지 들여다보는 건 ‘삼국지’ 같은 작품을 읽는 또 다른 재미다. 요즘 한중일 세 나라 간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배터리 산업도 그렇다. 기술 고도화로 이제는 양산 싸움으로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포트폴리오 전쟁’이 개막했다. 각 사가 주력하는 배터리 제품의 형태도, 특징도 아직은 다양하다. 어느 것이 결국 시장을 접수할까.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배터리 산업의 미래다. 17일 서울신문이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상위 6곳(CATL·LG에너지솔루션·파나소닉·SK온·삼성SDI·BYD)의 배터리 포트폴리오 현황을 확인한 결과 한 곳도 빠짐없이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돌입한 상태다. 전고체 배터리의 장점은 확실하다.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온도 변화에 취약하지만 전고체 배터리는 극한의 열과 압력에서도 정상 작동한다.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기능들을 생략할 수 있게 되고, 이는 결국 전기차의 숙원인 경량화와 주행거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완성차 중에서 기술력으로는 도요타가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되며 폭스바겐과 BMW,
  • 플라톤도 이슬람과 ‘어깨동무’… 평화적 공존역사는 기억한다[차용구의 비아 히스토리아]

    플라톤도 이슬람과 ‘어깨동무’… 평화적 공존역사는 기억한다[차용구의 비아 히스토리아]

    ●1400년 역사의 오해와 진실 9·11테러가 발생한 지 어느덧 22년이 됐다. 테러 직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배후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세력인 알카에다를 지목하고 군사적 응징을 택했다. ‘테러와의 전쟁’은 이후 20년간 이어지며 보복의 악순환을 불러왔다. 부시는 테러를 응징하는 보복 공격을 ‘십자군 전쟁’으로 규정하고 이를 악을 제거하려는 성전이라고 미화했다. 서양 중세의 폭력적인 사건인 십자군 전쟁을 성스럽고 정의로운 전쟁으로 포장하고 폭력을 정의로 위장하려고 했다. 그러자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도 알카에다의 투쟁을 침략에 맞서 이슬람을 방어하는 지하드로 규정했다. 이로써 사태는 이슬람과 그리스도교 간 문명 충돌 양상으로 전개됐다. 하지만 이슬람과 그리스도교는 지난 1400년간 서로 갈등만 한 것이 아니라 공존도 반복했다. 9·11테러 사건으로 이슬람 세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한층 더해졌지만 두 종교 사이에는 생각보다 유사성이 많다. 이들은 아브라함을 신앙에서 중요한 인물로 여기며 비슷한 교리도 상당하다. 아라비아반도에서 지중해로 진출한 이슬람 사회는 서구 문명의 뿌리로 알려진 고대 그리스로마 문명을 광범위하게 받아들였다. 이슬람
  • [단독] “동티날까 봐 맘대로 못허구”… 잊힌 무덤은 다시 수풀에 묻혔다[파묘: 조상님 묘를 옮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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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티날까 봐 맘대로 못허구”… 잊힌 무덤은 다시 수풀에 묻혔다[파묘: 조상님 묘를 옮기겠습니다]

    어쩌다 애물단지 무덤이 되었나 “동티날까 봐(부정 탈까 봐) 맘대로 파지도 못허구…이걸 워치기 헌대유.” 충북 옥천군에서 농사를 짓는 김모(74)씨는 밭에 방치된 무연분묘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씨의 부모님은 30여년 전 약 2100㎡(약 630평)의 임야를 사들였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김씨가 이 밭을 관리하기 시작했는데 농사를 지으려다 보니 무덤이 나왔다. 언제부터 있던 것인지, 누구의 묘인지 수소문을 해 봤지만 알 길이 없었다. 하필 묘가 밭 길목에 자리잡고 있어 밭일을 할 때마다 걸리적거렸다. 묘가 있으니 땅을 개발할 수도, 팔 수도 없다. 김씨는 “군청에 가서 묘지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해도 연고자를 찾을 수 없다는 말만 한다”며 “남의 묘를 함부로 건드리는 것도 찝찝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약 220만기. 2021년 기준 전국에 분포한 무연고 묘의 추정치다. 죽은 사람이 태어난 사람보다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가 본격화되면서 죽는 사람의 수는 가파르게 늘고 있지만 반대로 묘를 관리할 후손은 급격히 줄고 있다. 2010년 한국국토정보공사(LX)가 묘지 실태조사 시범사업을 실시한 결과 전국의 총분묘 수는 1434만
  • [단독] 42년 만에 창고로… 조상님은 떠나기 전 ‘임시 정거장’에 들렀다[파묘: 조상님 묘를 옮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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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년 만에 창고로… 조상님은 떠나기 전 ‘임시 정거장’에 들렀다[파묘: 조상님 묘를 옮기겠습니다]

    공공이 관리하는 묘지라고 해도 무연고 묘 문제는 피할 수 없다.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328개 공설묘지에도 주인 잃은 무덤은 차고 넘친다. 지난해 12월 기준 정부 또는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공설묘지는 총 328개소다. 서울신문은 발길이 끊긴 누군가의 묘지가 어떤 절차를 거쳐 개장되고 그 이후엔 어떻게 되는지를 알고 싶었다. 이를 위해 서울시립승화원을 찾았다. 지난 6일 경기 파주 용미리 2묘지에 위치한 무연고 추모의집. 굳게 닫혀 있던 문을 활짝 열자 빼곡히 들어찬 회색의 철제 보관함이 도심 속 빌딩처럼 시야에 들어왔다. 버려진 망자들이 한시적으로 머무는 정거장. 이곳은 1년에 두 번 명절 합동 추모제를 지낼 때, 그리고 뒤늦게 찾아온 유족이 분골함을 인수할 때만 가끔 열린다. 무연고 추모의집은 이날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29.7㎡. 불과 9평이 안 되는 원룸 크기의 작은 공간에 2397기의 유해가 머물고 있다. 장기간 연고자를 찾지 못한 망자들은 묘지 또는 봉안 시설에 있다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다. 선반 같은 공간에 가로 23㎝, 세로 16㎝의 목재분골함이 층층이 쌓여 있다. 함 속엔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었지만 지금은 까맣게 잊힌 유골
  • [단독] 아무도 찾지 않는 무덤[파묘: 조상님 묘를 옮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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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찾지 않는 무덤[파묘: 조상님 묘를 옮기겠습니다]

    무덤 31% 관리비 10년 이상 체납 2020년 인구 ‘데드크로스’ 시작 2040년 사망 수가 출생 수 두 배 버려지는 무덤 폭증 우려 커져 추석을 맞아 고향을 찾는 사람들로 귀성길이 붐빌 때면 유독 더 쓸쓸해지는 곳이 있다. 바로 후손의 발길이 끊긴 무연고 묘지다. 무덤에 묻힌 조상의 수는 많지만 묘지를 관리할 자손의 수는 줄어들면서 전국 곳곳에서 묘지가 버려지고 있다. 서울신문은 지난 두 달여간 전국에 있는 무연고 묘지 현장을 취재해 버려지는 묘지의 실태와 이를 막을 해결책을 담아 4회에 걸쳐 보도한다. 전국의 사설 묘지공원에 있는 무덤 10기 중 3기는 연고자가 오랫동안 관리비를 내지 않아 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묘들은 처음 안장될 땐 가족 등 연고가 있었으나, 자손들의 발길이 끊기거나 무덤을 돌볼 사람이 사라지면서 주인 없는 무덤이 되고 있다. 서울신문은 7월부터 두 달여간 전국을 돌며 방치되고 버려진 묘지 현장을 취재하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전국의 무연고 묘지 실태를 추적했다. 그 결과 전국에 220만기의 무연고 묘지가 있으며, 그 면적은 여의도의 35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17일 한국토지행정학회가 수도권 사설묘지 8곳과 지방
  • 기초수급 38% 고령층… 노인 빈곤 부담 커진다[인구가 모든 것의 모든 것이다]

    기초수급 38% 고령층… 노인 빈곤 부담 커진다[인구가 모든 것의 모든 것이다]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중 65세 이상 노인 비중이 5년 전보다 8.7% 포인트 올랐다.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부양 부담 증가가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보건복지부는 17일 발간한 ‘통계로 보는 사회보장 2022’에서 2021년 기준 국민기초생활보장 일반수급자는 226만 8852명으로, 이 중 85만 2396명(37.6%)이 65세 이상이라고 집계했다. 노인 인구(2021년 885만명)의 약 10%가 극빈곤층이다. 2025년이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데 노인 빈곤에 대해선 뚜렷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전체 인구 중 노인 비중이 2017년 14.2%에서 2021년 17.2%로 오르는 동안 노인 수급자 비율은 28.9%에서 37.6%로 급상승하고 있다.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2021년 37.6%로 집계됐다. 2018년까지 줄곧 40%대를 이어 오다 2020년 처음으로 38.9%로 떨어졌고, 다시 1.3% 포인트 하락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다. 노인 기초연금 수급률은 지난해 기준 66.9%로 1년 전
  • 합판? 집성목? 제재목?…목재 이야기(1)[김기자의 주말목공]

    합판? 집성목? 제재목?…목재 이야기(1)[김기자의 주말목공]

    네모반듯한, 한 면이 뚫린 상자가 있었다. 흔히 공간박스라 부르는 것이었는데, 마침 시트지가 조금 벗겨진 참이었다. 쭈욱 뜯어보니 매끈한 속살이 드러난다. 녀석의 정체는 중밀도 섬유판(MDF)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우린 MDF를 참 많이 쓰고 있다. 싱크대, 붙박이장, 그리고 침대 프레임 등등. 이런 가짜 목재가 사실상 우리와 함께 살아간다. 나무로 만들었지만 나무의 성질을 잃어버린 것들. 나무는 콘크리트나 금속 등 다른 재료에 비해 가볍다. 그러나 물리적 강도가 좋고, 가공성이 뛰어나다. 게다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사용한 재료이기도 하다. 나무는 크게 침엽수와 활엽수로 나눈다. 침엽수는 대개 연질이다. 그래서 ‘소프트우드’라 부른다. 소나무, 잣나무, 삼나무, 전나무 등이 대표적이다. 무르기 때문에 가공이 용이하다. 쉽게 켜고 자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찍힘이나 긁힘에 약하다. 가구보다 건축목공 등에서 뼈대로 쓰는 구조재로 많이 사용한다. 활엽수는 대부분 경질이다. ‘하드우드’라 부르는 이유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침엽수보다 세포가 더 많고 치밀하다. 단단하기 때문에 가구나 공예 재료로 주로 쓴다. 참나무, 은행나무,
  • 풍선처럼 빵빵해진 그림과 조각에 해학 담았던 보테로 [메멘토 모리]

    풍선처럼 빵빵해진 그림과 조각에 해학 담았던 보테로 [메멘토 모리]

    빵빵해진 풍선처럼 사람 얼굴과 몸을 부풀려 그리는 독특한 화풍으로 낯익은 콜롬비아 출신 화가이자 조각가인 페르난도 보테로가 15일(현지시간) 9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현지 일간 엘티엠포와 W 라디오 방송은 보테로가 이날 모나코에 있는 자택에서 폐렴 등 지병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보테로의 딸 리나가 아버지의 부음을 알렸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1932년 콜롬비아의 마약 도시 메데인에서 떠돌이 행상의 아들로 태어난 보테로는 20대에 유럽을 여행하며 현대 미술에 매료됐다. 삼촌의 권유로 투우사 양성 학교를 다니다 그만 두고 그림을 시작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1948년 첫 작품 발표회를 열었다. 지역 신문에 실리는 삽화를 그려 생계비를 벌기도 한 그는 1950년대 말 미국과 유럽 등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독특한 화풍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960년대 미국으로 거처를 옮겼다. 보테로는 독특한 화풍뿐만 아니라 르네상스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거장의 작품을 자신의 방식대로 패러디한 작품들을 남겼다. 이들 작품은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묘한 독창성과 애수를 발견할 수 있다고 콜롬비아 매체들은 전했다. 예컨대 대표작 ‘모나리자, 열두 살’은
  • 몽생미셸 바닷가보다 처연한 ‘물결 우는 오름’… 이별은 연습해도 익숙하지 않다[강동삼의 벅차오름]

    몽생미셸 바닷가보다 처연한 ‘물결 우는 오름’… 이별은 연습해도 익숙하지 않다[강동삼의 벅차오름]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페이지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그러나 난 돌아가고 싶은 페이지가 없다. 재회하고 싶지 않은 추억들 뿐이다. 잊고 싶은 날들 뿐이다. 고통스럽고, 지우고 싶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날 뿐이다. 그런데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은 걸으멍, 쉬멍, 놀멍 가다보면, 그 옆으로 보이는 풍광보다 뒤돌아 볼 때의 뒷모습이 처연할 정도로 시리고 아름답다. 송악산에서 휙~하고 뒤돌아보라. 그 언덕에 올라 마치 잊고 있다가 불현듯 생각난 듯 뒤돌아 보라. 당신의 지친 영혼을 맑게 해줄 아름다운 뒷모습에 빠지고 만다. 가보지 못한, 가보고 싶은, 영화 ‘라스트 콘서트’(1976년 루이지 코지 감독 作)에 나오는, 몽생미셸(Mont Saint Michel) 수도원의 그 바닷가만큼, ‘스텔라에게 바치는 사랑’ OST만큼 처연한 아름다움이 현기증나게 한다. # 흠뻑 젖은 가슴을 햇빛에 말리지 않으면 안되는… 상실의 시대에 만난 송악산 10년 전 송악산 둘레길을 걸을 때, 내 삶엔 ‘너그러움’이란 없었다. 갑작스레 가족과 이별한 사람은 써 내려가던 노트의 한 페이지를 넘길 수 없다. 한마디로 ‘상실의 시대’였다. 파블로 네루다(1904.7.
  • “다 같이 죽자”…패소하자 상대 변호사실 들어가 불 질렀다[전국부 사건창고]

    “다 같이 죽자”…패소하자 상대 변호사실 들어가 불 질렀다[전국부 사건창고]

    소송에서 감정 쌓인 패소자 보복범죄 그 사무실 탈출자는 단 한 명뿐이었다 지난 6월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변호사회에 하얀 국화 수십 송이와 희생자 6명의 이름이 적힌 위패가 놓였다. 검은색 정장을 입고 검은 리본을 단 사람들의 표정은 침울했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고, 깊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연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사건 1주기 추모식이다. 강윤구 대구변호사회장은 “어떤 노력과 정성으로도 죄 없이 죽어간 무고한 영혼들을 달랠 수 없고 유족들의 애끊는 아픔을 씻을 수 없다”며 “원고·피고도 승패도 없는 곳에서 편히 쉬소서”라고 울먹였다. 16일 서울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사건은 지난해 6월 9일 오전 10시 55분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인근 한 변호사 사무실에 천모(당시 53세·현장 사망)씨가 불을 질러 발생했다. 천씨는 이날 지상·지하 7층 건물의 지상 2층에 등산복 차림으로 휘발유와 흉기를 들고 진입했다. 흰 천으로 감싼 휘발유는 1.5ℓ 유리병 2통과 1.5ℓ보다 큰 용기에 담긴 1병 등 3병이다. 천씨는 휘발유를 2층 복도에 뿌린 뒤 203호 변호사 사무실로 들어가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복도 진입 후 23
  • 스팀으로 조리·청소 훌륭한 에어프라이어… 조작은 좀 헷갈려 [아재가 써봤어]

    스팀으로 조리·청소 훌륭한 에어프라이어… 조작은 좀 헷갈려 [아재가 써봤어]

    가전, 음향기기, 게임, 앱, 서비스 등 전기가 통하는 것은 뭐든 써 본다. 충분히 써 보기 전엔 리뷰를 쓰지 않는다. 전문가도 ‘덕후’도 아닌 그냥 40대 아저씨라서 써 보지 않고는 글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보통의 사용자 시점에서 솔직히 쓴다. 구매하고 말고는 독자의 선택이다. [스팀 기능 강화된 풀무원 스팀쿡 에어프라이어] 스팀, 냉동식품·생선구이 등에 효과적 청소에는 더 좋아… 코일 청결도 유지 스팀·열풍 복합모드 시간·온도 설정 복잡 에어프라이어가 주방 필수 가전 대우를 받게 된 건 코로나19가 온갖 냉동식품들을 ‘요리’ 수준으로 강제 업그레이드하면서부터였을 테다. 집에서 식사를 많이 하며 간편식과 냉동식품들이 업그레이드를 거듭하자, 에어프라이어도 스팀을 내뿜으며 ‘스팀프라이어’라는 간판을 달기 시작했다. 국내 냉동만두와 냉동피자 시장 2위를 달리는 풀무원이 아예 자체 식품에 특화된 주방가전을 출시한 것도 코로나19의 영향 때문이다. 전작보다 스팀 기능을 강화했다는 풀무원의 ‘2023년형 스팀쿡 에어프라이어’를 한 달 간 써 봤다. 본래 사용하는 제품은 원통형 서랍식인데, 오븐처럼 생긴 육면체형 제품은 확실히 많이 들어간다. 평소 돼지 등갈비나
  • 음질을 몰라도 역시 최상위… 소니 WF-1000XM5[아재가 써봤어]

    음질을 몰라도 역시 최상위… 소니 WF-1000XM5[아재가 써봤어]

    가전, 음향기기, 게임, 앱, 서비스 등 전기가 통하는 것은 뭐든 써 본다. 충분히 써 보기 전엔 리뷰를 쓰지 않는다. 전문가도 ‘덕후’도 아닌 그냥 40대 아저씨라서 써 보지 않고는 글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보통의 사용자 시점에서 솔직히 쓴다. 구매하고 말고는 독자의 선택이다. [소니 이어폰 최상위 제품 써보니] 음질 몰라도 다양한 고급 기능 액티브 노캔 성능 아주 탁월하지만 상황에 따른 변화는 다소 느린 편 소리도 모르는 기자가 소니 최상위 이어폰을 써 보는 호사를 누려 봤지만, 귀는 그게 얼마나 호사인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음질을 몰라도 소니가 감히 간판 헤드폰 ‘WH-1000XM5’의 차기작이라고 단언하는 이어폰 ‘WF-1000XM5’(이하 XM5)는 최상위 제품의 위상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6만원대 패시브 노이즈캔슬링 이어폰 음질에도 충분히 만족하는 기자는 지난 일주일 간 30만원을 훌쩍 넘는 XM5를 빌려 써 봤다. 음질에 관해서는 앞서 체험해 본 소니의 하위 제품 ‘WF-C700N’이나 ‘링크버즈S’와의 차이를 알 수 없는 귀를 가졌기 때문에 섬세하게 구별해 쓰진 못한다. C700N은 지원하지 않는 소니만의 음향 기술 ‘LD
  • [책으로 정책읽기] ‘강력한 지도자’가 강력하다는 착각
  • [B컷 용산]윤석열 대통령 부부, 추석 앞·순방 전 민생 행보

    [B컷 용산]윤석열 대통령 부부, 추석 앞·순방 전 민생 행보

    기사 작성과 수정 과정에서 제외된 현장의 다양한 이야기가 궁금한 독자들이 있습니다. ‘B컷 용산’은 ‘A컷’ 지면 기사에서 다루지 못한 용산 대통령실 현장 이야기를 온라인을 통해 보다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모두가 기억하는 결과인 A컷에서 벗어나, 과정 이야기와 풍성한 사진을 담아 B컷을 보여드립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지난 한 주 민생 행보에 나섰다. 부인 김건희 여사도 이에 발맞춰 지역 시장 방문, 사회 취약계층 면담 등 단독 대외활동을 늘렸다. 최근 윤 대통령 부부의 행보에서는 수산업계 민심 달래기 또는 내수 경기 진작 등과의 연관성을 직간접적으로 찾을 수 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우려가 커진 국내 어민과 수산 업계를 지원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민생 행보에 수산업계 민심 달래기 비중 높아 윤 대통령은 김 여사와 지난 14일 부산 수영구 민락어민활어직판장을 찾아 “갈수록 나아질 것”이라며 상인들을 격려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멍게, 새우, 생선 등 수산물을 구입하면서 “큰 어려움은 없느냐”고 확인했다. 이도운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좁은 시장 통로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장 방문객들과 상인들이 대통령을 환영했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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