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학
  • [이주일의 어린이 책] 떠난 엄마 기다리며 한 뼘 더 자라버린 미영이

    [이주일의 어린이 책] 떠난 엄마 기다리며 한 뼘 더 자라버린 미영이

    미영이/전미화 글·그림/문학과지성사/40쪽/1만 2000원 “엄마 어디 가?” “화장실에. 더 자.” 잠에서 깬 미영이는 엄마를 기다렸다. 화장실에 간 엄마는 오지 않았다. 아무런 말 한마디 남기지 않고 어디론가 떠났다. 미영이는 홀로 남겨졌다. 생일에도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미영이는 식구들이 많은 집으로 더부살이하러 갔다. 엄마랑 살던 집보다 크고 마당도 있었다. 자신과 나이가 같은 아이도 있었다. 다른 아이들이 학교에 있을 시간, 미영이는 집에서 홀로 글쓰기 연습을 했다. 글자를 틀리게 쓰는 게 창피했다. 아파도 아무도 이마에 손을 짚어 주지 않았다. ‘엄마는 나를 버린 걸까?’ 엄마 따윈 보고 싶지 않다고 되뇌었다. 어느 날 강아지가 집에 왔다. 주인집 아이를 쫓아왔다. 전단지를 붙여도 찾는 사람이 없었다. 미영이는 강아지에게 밥도 주고 똥도 치워 줬다. 산책도 시켜 줬다. 더부살이 집에 온 날 입었던 옷도 신발도 작아졌다. ‘엄마는 정말 나를 버린 걸까?’ ‘정말 나를 잊은 걸까?’ 어느 날 누군가 찾아왔다. 엄마라고 했다. 미영이는 자신도 모르게 설거지하던 손을 뒤로 감췄다. 더부살이 집을 떠나던 날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았다. 제법
  • 외모의 정치학서 벗어나 ‘장애’ 바로 보기

    외모의 정치학서 벗어나 ‘장애’ 바로 보기

    보통이 아닌 몸/로즈메리 갈런드 톰슨 지음/손홍일 옮김/그린비/308쪽/1만 9000원 미국에서 19세기 중반부터 100여년 동안 기형인간쇼는 당대 박물관과 서커스의 주요 부분으로 흥행을 보장하는 문화사업이었다. 얼굴이 둘 달린 여성, 동물도 인간도 아닌 멕시코 원주민 여성, 거인과 소인 등 비정상적인 몸을 구경거리로 전시함으로써 흥행업자는 돈을 쓸어 모았다. 장애여성주의자인 로즈메리 갈런드 톰슨은 저작 ‘보통이 아닌 몸’에서 다른 몸들을 전시하는 기형인간쇼가 ‘이성적이고 통제된’ 백인 남성을 이상형으로 하는 미국적 자아의 모습을 확인시켜 주었으며 동시에 구경꾼들 자신이 ‘정상’이라는 우월감과 안도감을 심어 주었다는 점을 포착해 낸다. ‘미국문화에서 장애는 어떻게 재현되었는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은 장애학의 관점에서 미국 문화와 문학을 비평하는 독창적이고 선구적인 분석으로 장애에 대한 우리 시선의 편향성을 일깨워 준다. 책은 ‘장애’의 개념을 비판적으로 재조명하기 위해 장애를 규정하는 다양한 조건들이 얼마나 자의적인지를 다양한 이론과 함께 소개하고, 장애가 어떻게 문학과 문화에서 재현됐는지를 살핀다. 기형인간쇼에 이어 저자는 해리엇 비처
  • [책꽂이]

    [책꽂이]

    나, 찰스 사치, 아트홀릭 (찰스 사치 지음, 주연화 옮김, 오픈하우스) 광고와 현대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이로 기록되는 인물, 하지만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찰스 사치가 일반 대중과 저널리스트, 비평가들이 던진 수많은 질문에 솔직하게 답변했다. 240쪽. 1만 4000원. 과학으로 풀어낸 철학입문 (도다야마 가즈히사 지음, 박철은 옮김, 학교도서관저널) 유물론적인 세계관에서 볼 때 존재 여부가 불가사의하게 생각되는 여러 개념들을 통해 의미, 기능, 정보, 표상, 목적, 자유, 도덕 등 전통적으로 철학에서 고찰해 온 중요한 개념들을 풀어 낸다. 420쪽. 2만원.
  • 인문학 고전에서 삶의 해답 찾고 싶은 당신께

    인문학 고전에서 삶의 해답 찾고 싶은 당신께

    지금 실천하는 인문학/ 최효찬 지음/와이즈베리/388쪽/1만 6000원 최근 한국 사회에서 인문학이 부쩍 각광받고 있다. 인문학 열풍은 답답한 현실 속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맞닿아 있다. 인문학은 오래된 것을 돌아보면서 새로운 통찰과 지혜를 얻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윈스턴 처칠이 “멀리 되돌아볼수록 더 미래를 볼 수 있다”고 말했던 것처럼 인문학에는 삶의 해답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제대로 인문학을 공부하고 싶은 이들에게 길잡이를 제시한다. 책에는 문학, 사회학, 철학을 넘나드는 명저들이 소개되어 있다. 동서양의 고금을 뛰어넘는 100권 가까운 책으로 인문학 고전과 저자들의 삶의 이야기를 48가지로 정리했다. 저자는 인문학 공부에서 찾아낸 이야기를 토대로 새로움에 대한 상상법,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는 법, 사람 사이의 관계를 형성하는 법, 깊이 있는 공부법, 인생의 지향점 등 다섯 가지로 나누어 강조한다. 우주과학 교양서의 세계적 고전으로 꼽히는 ‘코스모스’에는 인문학적인 향기가 가득하다. 저자 칼 세이건이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천재 물리학자로서의 성공은 인문학적 상상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인문학은 이처럼 자신의 한계를 넘어 새로움
  • [어린이 책꽂이]

    [어린이 책꽂이]

    별나는 정말 유별나 (이영 지음, 양후형 그림, 청개구리 펴냄) 최하위권의 성적에 못생긴 외모를 지닌 주인공 별나의 꿈은 아이돌 가수다. 자신의 처지에 굴하지 않고 꿈을 찾아 한발 한발 나아가는 별나 이야기가 유쾌한 감동과 위안을 선사한다. 176쪽. 1만 1000원. 아기 너구리 키우는 법 (천효정 지음, 조미자 그림, 창비 펴냄) 자신이 어떻게 태어났고 어디에서 왔는지 알고 싶어 하는 유년 시절의 궁금증을 작가 특유의 천연덕스러운 입담으로 풀어냈다. 육아나 모성을 과장되게 신성시하지 않으면서 부모와 아이가 맺어가는 유대를 재치 있게 그렸다. 104쪽. 7500원.
  • 날 감시하는 그들을 감시하다

    날 감시하는 그들을 감시하다

    내 데이터를 가져다 뭐하게/말테 슈피츠·브리기테 비어만 지음/김현정 옮김/책세상/284쪽/1만 5000원 지난 5월 국내 한 시중은행이 몇몇 직원의 이메일을 보존하려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보존한다’는 건 사실상 ‘들춰 보겠다’는 것과 뜻이 같다. 앞서 4월엔 유통업체 홈플러스가 고객정보를 팔아넘겨 수백억원의 부당 이득을 취한 사실이 드러났고, 1월엔 다음카카오 등 포털 업체가 ‘투명성 보고서’를 통해 정보·수사기관의 이용자 정보 요구 관행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 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막연한 상상, 혹은 ‘음모론’ 수준에 머물렀던 관념들이 현실 속에서 구체적인 모습을 갖게 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이 우리에게만 일어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이 책에 따르면 독일·영국 등 개인의 사생활과 인권을 중시하는 유럽 국가들에서도 개인정보가 공공연하게 거래된다고 한다. 권력기관들이 여러 수단을 동원해 개인의 디지털 삶을 엿보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니 미국 국가안보국과 중앙정보국의 국장을 역임한 인물이 “메타 데이터를 이용해 사람을 죽이는 일을 했다”는 끔찍한 고백을 하는 일도 빚어졌을 게다. 이처럼 막연했던 감시의 가능성이 구체화되면서 디지털 시대의 미
  • ‘軍人’ 1%의 영웅과 99%의 희생자들

    ‘軍人’ 1%의 영웅과 99%의 희생자들

    볼프 슈나이더 지음/박종대 옮김/열린책들/584쪽/2만 5000원 ‘국가의 안전 보장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한 조직 체계에 소속되어 전투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을 받고, 전시에는 직접 전투에 종사하는 사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 소개한 ‘군인’의 정의다. 하지만 역사를 보면 군인은 사전적 의미를 뛰어넘는 다양한 개념과 이미지를 포함한다. 전쟁의 최일선 수행자 말고도 통치의 강력한 주체, 나라를 없애고 만들거나 인간을 잔인하게 죽이는 괴물, 비참한 죽음, 영웅…. 신간 ‘군인’은 군인을 매개 삼아 ‘인간 종’의 면모를 파헤친 색다른 전쟁문화사다. 저자는 국내에도 번역 소개된 ‘위대한 패배자’를 쓴 독일 언론인이다. 고교 졸업 직후 징집돼 나치 정권을 위해 싸웠던 당사자가 전쟁 경험을 바탕으로 50년 천착 끝에 내놓은 ‘군인의 역사’로 읽힌다. 전쟁, 그리고 전쟁의 직접 수행자인 군인의 기원은 언제이고 무엇이었을까. 그 시발을 명쾌히 밝힌 자료나 문건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인류 역사가 싸움과 전쟁의 점철’이라는 평범한 관측에 얹어 책에서 찾아낸 그 시초는 상상보다 훨씬 앞선다. 그 이유는 남에 대한 멸시와 배척
  • 신자유주의 자본·권력의 모순… ‘버려진 이야기들의 항변’

    신자유주의 자본·권력의 모순… ‘버려진 이야기들의 항변’

    왜 목소리가 중요한가/닉 콜드리 지음/이정엽 옮김/글항아리/364쪽/1만 8000원 신자유주의는 이제 본질 자체보다 광범위하게 정착된 전 지구적 체제 현실로 다뤄진다. 그 체제 현실은 신자유주의 독트린, 신자유주의 문화로도 불린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갈수록 심화되는 불평등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등 옹호보다는 비판의 큰 대상이기도 하다. 정서적 안정보다 물질적 풍요를 최선의 가치로 삼고 경쟁을 부추기며 기득권 옹호를 넘어 추앙하는 사회 현실을 수호하는 사상적 바탕…. ‘왜 목소리가 중요한가’는 신자유주의의 비판을 한층 세분화해 주목된다. 단순 비판에 그치지 않고 ‘시장 근본주의적 원칙’에 맞선 대안적 사상까지 제시한다. 그 대안은 바로 ‘목소리를 내자’는 것이다. 영국의 런던 정경대학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인 저자는 우선 신자유주의 속 시장 기능을 정치 및 사회질서의 지배적 참조점으로 명확히 설정하고 있다. 국가 운영, 나아가 지구 경제 질서를 규정하는 정책과 정치 이데올로기를 신자유주의 독트린으로 본다. 문제는 신자유주의 문화가 신자유주의 담론에 부추겨져 형성된 사회적 가치와 삶의 방식 전체로서 모든 가치와 규범에 스며들어 개개인의 생존 전반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캐스린 비글로, 젠더를 넘어서 (피터 커프 엮음, 윤철희 옮김, 마음산책 펴냄) 2010년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감독상 등 6개 상을 휩쓴 영화 ‘허트로커’의 감독 인터뷰집. 마음산책의 영화감독 인터뷰 시리즈 9번째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첫 여성으로서의 비글로를 살폈다. 여성 감독으로 느끼는 정체성과 촬영 현장에 대한 생각, 영화예술에 대한 가치관을 담았다. 할리우드 액션영화 감독인 비글로는 화가를 꿈꾸며 회화를 공부했지만 관객들에게 실제적인 경험을 준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영화감독으로 행로를 틀었다. “영화를 ‘일종의 현대적인 문학’이라고 여긴다”는 비글로는 책에서 “영화 연출을 성(性)과 관련된 직업이나 스킬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회화 전공자답게 아름다운 영상을 추구하면서 한순간도 자신이 할리우드의 주류 영화감독임을 잊지 않았다고 한다. 424쪽. 1만 7000원. 아주 특별한 생물학 수업 (장수철·이재성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생명과학 기술은 이제 과학에 머물지 않은 채 우리 삶과 밀접하게 관련 맺고 영향을 미친다. 유전자변형작물(GMO), 배아줄기세포, DNA 지문, 바이러스, 생물 다양성…. 2018학년부터 초중고교에서는
  • 한민족 태양숭배사상 반영 ‘빗살’ → ‘빛살’무늬토기로

    한민족 태양숭배사상 반영 ‘빗살’ → ‘빛살’무늬토기로

    신석기 시대의 대표적인 토기이자 한반도 최초의 문양을 담고 있는 것이 바로 ‘빗살무늬토기’다. 동아시아 인류가 정착과 농경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음을 상징하는 유물이다. 토기 겉면에 새겨진 문양을 빗살에 빗대 붙인 이름이다. 그러나 서예학자이자 전각학자인 김양동 계명대 석좌교수는 지난 30년간의 연구를 통해 ‘빗살’이 아닌 ‘빛살’무늬로 불러야 한다는 독창적인 주장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김 교수는 최근 펴낸 ‘한국 고대문화 원형의 상징과 해석’(지식산업사)에서 이 같은 주장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는 먼저 “빗살무늬냐, 빛살무늬냐 하는 해석의 차이는 민족 사유의 시원과 원천에 대한 거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문제의식의 출발 배경을 밝혔다. 이어 “이 문양의 시원과 상징성은 천손족(天孫族)인 한민족의 태양숭배사상을 반영한 빛살무늬로 봐야 비로소 다른 문화의 본질과 그것의 발현됨까지 해석해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즉 한국 고대문화 재해석의 비의를 품은 열쇠말이라는 것이다. ‘빗살무늬’는 일본 고고학자 후지다 료사쿠가 외국 학계에서 쓰이던 명칭을 즐문(櫛文)으로 번역한 것을 다시 직역한 명명이다. 단순한 명칭 문제가
  • 권오용씨 ‘대한혁신민국’ 출간

    권오용씨 ‘대한혁신민국’ 출간

    재계에서 오랫동안 홍보맨으로 활약한 권오용 효성그룹 고문이 한국경제 돌파구로 혁신을 제시한 책 ‘대한혁신민국’을 펴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출판자회사인 FKI미디어는 권오용 고문의 책 ‘대한혁신민국’을 출간했다고 1일 밝혔다. 권 고문은 전경련을 비롯해 금호그룹, KTB네트워크, SK그룹 등에서 일한 홍보 전문가다. SK텔레콤 부사장과 SK㈜ 사장 등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사람은 기업을 만들고 기업은 세계를 만든다’(1995·고려원) 등이 있다. 권 고문은 “변화를 받아들이는 바람직한 자세란 자신에 대한 기본 자질과 가능성을 믿고, 자신감을 가지고, 기꺼이 자발적이고 흥겹게 혁신의 파도를 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그녀에게 (나희덕 지음, 예경 펴냄) 등단 26년 만에 낸 첫 시선집. 그간 발표한 시들 가운데 여자들의 내밀한 고민, 사랑의 열망과 그로 인한 통증, 자기만의 공간에 대한 갈망, 나이 듦에 대한 불안 등 ‘여성성’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엄선했다. 200쪽. 1만 2000원. 블랙박스 (김경주 지음, 안그라픽스 펴냄) 에그플랜드 항공사의 비행기가 이륙한 뒤 밤 11시부터 자정까지 한 시간 동안 구름 속에 머물 때 기내에 있는 사람들에게 일어난 이야기를 담았다. 기내극으로 계획된 첫 시극 작품이다. 366쪽. 2만 3000원. 우리가 어느 별에서 (정호승 지음, 열림원 펴냄) 한국 시단에서 독자적인 서정 세계를 구축한 작가의 산문집으로, 2003년 출간된 ‘위안’의 개정증보판이다. 세월호 참사,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탈북 시인의 시집에 대한 글 등 18편의 산문을 추가했다. 시 세계의 씨줄과 날줄이 된 이야기들이 솔직 담백하게 담겼다. 302쪽. 1만 5500원. 트렁크 (김려령 지음, 창비 펴냄) 기발한 상상력과 사실감 넘치는 명쾌한 화법으로 인간 관계와 결혼, 사랑의 맨 얼굴을 생생하게 그렸다. 재치 있는 대화와 속도감 있는 문장이 생생함을 더
  • 사전에서도 확인 못한 백석 詩語사전 나왔다

    사전에서도 확인 못한 백석 詩語사전 나왔다

    시인 백석(1912~1996) 연구의 권위자인 고형진(56)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시어 사전인 ‘백석 시의 물명고(物名攷)’를 고려대 출판부에서 냈다. 물명고라는 말은 조선시대 여러 물명의 뜻을 풀이한 대표적인 분류어휘집인 유희의 ‘물명고’에서 따왔다. 그동안 백석 전집과 평전은 여럿 나왔지만 백석 시어 사전 출간은 처음이다. 고 교수는 1983년 ‘집난이’ ‘김치 가재미’ ‘최방등제사’ ‘조아질’ ‘구덕살이’ 등 백석 시에 나오는 단어 가운데 기존 어휘 사전에서 확인할 수 없었던 시어들의 뜻풀이를 처음으로 시도했다. 첫 시도 이후 30여년 만에 백석 시어들의 의미 풀이에 대한 완결을 봤다. ‘동구재벼오다’처럼 낯설면서도 친근한 평북 방언부터 ‘한’과 같은 1음절 지시관형사에 이르기까지 백석 시 98편에 등장하는 시어 3366개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뜻을 풀이해 의미 범주에 따라 분류했다. 용례도 제시하고 빈도까지 확인했다. 고 교수는 “한 시인의 시어 전체를 의미별로 분류하려면 시어 하나하나의 뜻을 정확히 밝혀야 한다. 뜻이 조금이라도 불확실하면 그 시어를 분류 체계 안에 귀속시킬 수 없다. 백석 시의 난해어에 대한 뜻을 규명하기 위해 여러 문헌을
  • 등단 시인들이 쓴  ‘잔혹’ 청소년 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등단 시인들이 쓴 ‘잔혹’ 청소년 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어 선생님은/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열 가지를 쓰라고 했다./그 열 가지와 함께 배를 타는데/큰 파도를 만나 난파 직전에 있어서/한 가지씩 바다에 버려야만 한다고 했다./컴퓨터 자전거 일기장 이것저것 버리고/일곱 번째로 아빠를 버렸다./하나 더 버리라고 해서/나는 여친 명숙이를 버렸다./그런데 또 하나를 더 버리라 해서/엄마를 버렸다./마지막 가장 소중한 것으로 스마트폰을 남겼는데/다들 그 이유를 말하는 게 말하기 수행 평가다./나는 가족들과 연락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는데/다들 웃었다. 어이없다는 듯 선생님도 웃었다./(중략) 또 한다면/소중한 것 가운데 선생님도 넣었다가/가장 먼저 바다에 던져 버릴 것이다.(난파선 위에서) ‘저 새끼가요./나보고 애자 새끼라고 놀리잖아요./그냥 참으려고 했는데/다른 반까지 가서 떠들고 다녔거든요./하지 말라고 좋은 말로 얘기했는데/실실 쪼개기만 하는 게 더 기분 나빠요./그냥 있으면 나만 바보가 되는 거 같아서/딱 한 대만 치려고 했어요./우리 아빠가 다리를 저시거든요.//그러니까 선생님/저 새끼를 한 대만 때리면 안 될까요?’(한 대만 때리면 안 될까요?) 최근 나온 ‘창비청소년시선’ 1권 ‘의자를 신고 달
  • “자유·정의 꿈꾼 돈키호테 정신, 지금도 중요한 가치”

    “자유·정의 꿈꾼 돈키호테 정신, 지금도 중요한 가치”

    “400년 전 세르반테스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자유와 인권이었습니다. 인간이 인간을 속박하면 안 된다는 그의 지적은 현대 우리 사회가 깊이 간직해야 할 시대정신입니다.” 박철(64·스페인어과 교수) 전 한국외국어대 총장이 스페인의 문호 미겔 데 세르반테스(1547~1616)의 소설 ‘돈키호테’ 2부 완역본을 최근 출간했다. 2004년 1부 번역본을 출간한 지 꼭 10년 만이다. 돈키호테는 52장으로 구성된 1부(1605년작)와 74장의 2부(1615년작)로 구성된 대작이다. 올해는 육당 최남선이 돈키호테를 한국에 처음 소개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내년은 세르반테스 타계 400주년이다. 박 전 총장은 31일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돈키호테는 ‘인간다운 삶’을 갈망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지는 고전이라고 강조했다. “소설 속 돈키호테는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유토피아를 꿈꿨습니다. 정의와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도전하는 돈키호테 정신은 여야 간 정쟁이 지속되고 각종 재난과 범죄가 끊이지 않는 우리 한국 사회에서 반추해야 할 중요한 가치입니다.” 돈키호테 원본의 방대한 분량만큼이나 완역까지 그의 여정도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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