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학
  • 현실부정은 인간 진화의 힘

    현실부정은 인간 진화의 힘

    부정본능/아지트 바르키·대니 브라워 지음/노태복 옮김/부키/400쪽/1만 8000원 코끼리나 돌고래, 침팬지 등에게도 인간과 같은 지적 능력을 갖출 기회는 있었다. 인간과 함께 수백만 년 동안 진화를 거듭해 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인간을 제외하고 모두 실패했다. 왜일까. 새 책 ‘부정본능’은 심리적인 이유에서 답을 찾는다. 인류가 독보적인 존재로 진화한 원동력이 뇌의 발달 같은 생물학적 이유가 아니라, 죽음에 대한 부정 등 현실을 부정하는 인간의 고유 능력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기꺼이 죽을 위험을 무릅쓴다. 행위의 결과가 이치에 맞지 않는 데도 그렇다. 죽음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분명해도 수시로 담배를 피워 물고, 생존 확률이 높아진다 해도 안전띠를 매지 않는다. 치명적인 병에 걸릴 위험을 알면서도 ‘하룻밤 풋사랑’을 즐기는 모험도 서슴지 않는다. 이 같은 행동의 이면엔 현실부정이 있다. 불행한 통계의 대상이 자기가 아닌 다른 누구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말이다. 인간이 가진 현실 부정 능력의 사례다. 초기 인류도 비슷했다. 저자들은 인류가 인지능력을 발달시키다가 죽을 운명(필멸성)이란 현실을 알아차리자 이를 부정하는 능력을 진화시키기 시작했고,
  • “세계인이 탐내는 탐라의 모든 것”   허영선 시인 ‘제주 오디세이’ 출간

    “세계인이 탐내는 탐라의 모든 것” 허영선 시인 ‘제주 오디세이’ 출간

    제주의 자연, 문화, 역사에 매혹된 세계인의 이야기를 제주시인 허영선이 ‘탐라에 매혹된 세계인의 제주 오디세이’라는 책으로 풀어냈다. 프랑스, 독일, 일본, 중국, 아일랜드, 베트남 등 각기 다른 국적에 활동 분야도 다양하지만 시인 허영선과 제주에서 만난 세계인 25명은 한목소리로 무한한 제주 사랑을 표출했다. 그는 “제주 자연, 문화, 역사에 심취한 세계인이 말하는 제주의 가치는 겉모습이 아닌 ‘제주를 지탱해 준 뼈와 제주 사람과의 깊은 정’”이라며 “나아가 제주도가 인간의 섬, 평화와 인권의 공간으로 남아야 한다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어, 이건 못 보던 조선 풍속화네

    어, 이건 못 보던 조선 풍속화네

    윤두서, 신윤복, 김홍도 등의 풍속화는 조선시대 농민, 상인, 대장장이, 아낙네 등 백성들이 밭 갈고, 술 마시고, 드잡이하며 지내는 모습 등 흥겨우면서도 힘겨운 삶의 여러 단면을 엿보게 했다. 번듯한 역사책에는 적어 놓지 않은, 역사책 바깥의 도저한 삶을 담아낸 생생한 기록물이 됐다. 그렇다고 높은 양반님네들이라고 자신의 소소한 일상이나 의미 있는 모임, 흥겨운 술자리 등을 기록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조선시대의 삶, 풍속화로 만나다’(다섯수레 펴냄)는 흔히 알려진 서민 풍속화와 함께 임금과 관료들의 삶을 그린 관인(官人) 풍속화, 선비들의 삶을 담아낸 사인(士人) 풍속화를 소개한다. 조선시대 여러 계층의 다양한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풍속화 역시 역사책 줄 사이사이 빈 공간을 메우는 기록물의 가치를 담고 있음은 물론이다. 예컨대 청계천 물길 트는 작업을 둘러보는 영조의 모습은 ‘수문상친림관역도’(1760)로 남았고, 과거에 합격한 동기생들끼리 모여 각자 기녀들을 옆에 앉혀 놓고 술 마시며 연회를 즐기는 모습은 ‘희경루방회도’(1567)로 기록됐다. 70세 이상의 노모를 모신 13명의 관료가 연 부모의 장수 축하연은 ‘제재경수연도’(
  • 복거일 “암 판정 후 1년 안 돼 3권 썼다”

    복거일 “암 판정 후 1년 안 돼 3권 썼다”

    “문학을 여흥으로 여기는 세상이 와 독자들이 문학 작품을 많이 읽게 됐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문학이 변신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힘들다. 그 변신에 이번 작품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작가로서 사회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설가 복거일(69)이 장편소설 ‘역사 속의 나그네’(문학과지성사)를 전 6권으로 완간했다. 1989년 중앙경제신문에 연재를 시작한 뒤 이듬해 연재를 중단하고 한 권 정도 분량을 더해 1991년 3권으로 출간한 지 햇수로 25년 만이다. ‘역사 속의 나그네’는 21세기(2070년대) 인물 이언오가 백악기 시대로 시간 여행을 하려다 임진왜란 직전인 16세기 조선에 좌초해 사회를 개혁하는 이야기다. 첫 세 권은 조선 사회 구조나 속살을 드러내는 데 미흡했다는 평을 들었다. 작가는 이번에 추가한 세 권에서 모반을 일으켜 중앙정부와 싸우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조선 내부의 속살을 드러냈다. 작가는 1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모든 사람들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그리고자 했다”고 했다. “조선은 노예제도로 인해 가난하고 약한 나라가 됐다.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나라보다 노예제도가 공고한 나라가
  • 제대로 읽어보는 詩

    제대로 읽어보는 詩

    문학평론가 고봉준(45)이 ‘작품 읽기’에 초점을 둔 산문집 ‘고유한 이름들의 세계’(케포이북스)를 냈다. 우리 시대 비평은 대중의 삶을 파탄에 이르게 한 신자유주의, 금융자본주의의 폭력성을 비판하는 데 집중해 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품 읽기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그는 “문학과 현실에 대한 사변적인 접근을 앞세운 또 한 권의 비평집이 아니라 시 읽기만으로 채워진 책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책은 작품 읽기를 중심으로 세 개의 부로 구성됐다. 1부 ‘이름들의 익명적 공동체’에서는 서정시의 본질과 성격을 집중 탐구했다. 2부 ‘고유한 이름들의 세계’는 그동안 썼던 시집 해설, 시집 서평, 그리고 문예지들에 발표한 시인론을 모았다. ‘고유한 이름들’에는 시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이 일반 명사가 아니라 개체의 고유성과 각자의 존재방식으로 존재하는 고유한 것이라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저자는 “시가 일반 명사의 수준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한 것들을 고유한 이름으로 호명하는 것이 현대시의 한 기능”이라며 “한 편의 시, 한 권의 시집은 수많은 고유한 이름들이 등장하는 복합적인 세계이고, 시를 읽는다는 것은 그 고유한 이름들과 마주하는
  • [서울대 지망생의 책장-읽어라, 청춘] 리처드 니스벳은

    미국의 사회문화 심리학자인 리처드 니스벳(74)은 문화와 사고방식에 관한 연구로 세계 심리학계에서 독보적 위치를 인정받고 있다. 미국 예일대 교수를 지냈고 현재 미시간대 심리학과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의 양대 심리학회인 미국심리학협회와 미국심리학회의 학술상을 모두 수상했고, 2002년 사회심리학자로는 최초로 미국과학원 회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생각의 지도’에서 동서양 간 생각의 차이를 다뤘던 니스벳은 최근 펴낸 ‘무엇이 지능을 깨우는가’에서는 지능(IQ)의 차이에 주목했다. 일반적으로 지능은 선천적인 것이라고 여기지만, 니스벳은 중산층과 빈곤층, 동양인과 서양인 등의 지능 차이를 분석해 지능이 유전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그는 지능이 생물학적 기원을 갖는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기존 연구들의 오류를 바로잡고 심리학, 유전학, 뇌과학의 최신 데이터를 분석해 문화가 우리의 지능과 잠재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임을 밝혀낸다. 지성은 유전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그는 왜 학교가 우리를 더 똑똑하게 만들어 주는지, 사회적 계층 차이가 지능과 성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떻게 문화적 요인이 지능에
  • [서울대 지망생의 책장-읽어라, 청춘] <45> 리처드 니스벳 ‘생각의 지도’

    [서울대 지망생의 책장-읽어라, 청춘] <45> 리처드 니스벳 ‘생각의 지도’

    질문 하나. 당신 자신을 소개해 보자. 질문 둘. ‘닭, 소, 풀’ 중 서로 가장 관련 있는 두 개를 고른다면 당신은 무엇을 고르겠는가? 이 책은 동양과 서양의 생각 차이가 어떻게, 왜 다른지를 기술하고 있다. 동양과 서양의 교육, 사회, 경제, 생활, 의학, 언어습관 등을 해부하는 비교문화 연구서로 두 문화권에서 발생한 철학의 내용이 어떻게 세계를 다르게 인식하게 했는가를 탐구한다. 그 탐구 과정에서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 차이를 다양한 실험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증명 과정에서 보여 주는 것은 인간 사고는 사회화 방식에 의해 영향받는다는 것이다. 위의 두 질문은 그 실험 중 하나다. 첫 번째 질문은 동양인과 서양인의 자기개념에 대한 것이다. 또 다른 키워드는 동양의 사회와 서양의 개인이다. 이 실험 결과 많은 동양인은 가족관계나 사회적 맥락 속의 자신을 소개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면 ‘나는 친구들과 노는 것을 좋아한다. 직장에서 열심히 일한다, 가족이 어떻다’ 등으로 자신을 소개한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서양인은 주로 ‘나는 친절하다, 근면하다, 캠핑을 자주 한다’ 등 자신과 관련된 속성과 행동을 서술했다. 이 밖의 다른 여러 실험들도 동
  • 열강에 둘러싸인 조선… 강경했던 대외 정벌의 역사

    열강에 둘러싸인 조선… 강경했던 대외 정벌의 역사

    조선의 대외정벌/임홍빈·유재성·서인한 지음/알마/464쪽/1만 9800원 삼국시대 이래 2000여년의 한국사에서 900~1000번 이상 전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이 가운데 ‘대외 출병’ 횟수는 얼마나 될까. 삼국시대 이외에는 그 예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한데 드물긴 해도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조선시대에도 ‘원정’에 해당하는 군사작전이 있었고, 그 역사적 의미 또한 결코 작지 않다. 책은 그간 중요도에 비해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조선의 대외 정벌에 대해 살피고 있다. 필자 셋이 3부로 주제를 나눠 조선 대외 정벌의 실체를 재구성하고, 재평가했다. 1부 ‘대마도 정벌’은 세종 때의 왜구 토벌작전을 담고 있다. 조선의 기본 외교정책은 ‘사대교린’이었고, 이는 왜구에도 해당됐다. 이 때문에 조선 초기 왜구의 약탈이 극심했어도 조선의 회유정책은 변함없이 유지됐다. 한데 세종 초기에 이르러 갑자기 강경노선으로 돌아섰고 대마도 정벌까지 단행했다. 1부에선 이 같은 공세적 대처가 지니는 군사적 의의, 두 차례에 걸친 왜란과 병탄 그리고 최근 일본의 군국주의화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살피고, 이에 담긴 역사적 함의를 짚어 본다. 2부 ‘보주 강 야인토벌’ 역시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스트레스 테스트 (티머시 가이트너 지음, 김규진 외 옮김, 인빅투스 펴냄) 미국 뉴욕연방준비은행장과 오바마 1기 정부의 재무장관을 지낸 저자가 정리한 금융위기 탈출기. 저자가 고안하고 밀어붙여 결국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 금융위기 해결법을 통해 한국 금융위기 대응책을 찾을 수 있는 책이다. 비영리단체의 해외주재원 자녀 시절부터 시작해 재무부 젊은 관료로 90년대의 신흥국 통화위기와 싸웠던 시기, 월스트리트 버블이 터지기 직전 뉴욕연방준비은행장으로서 무엇을 보았고 실행했고 놓쳤는지를 솔직하고 냉철하게 설명한다. 뉴욕 연준과 재무부 재임 중 가장 획기적인 금융개혁인 도드프랭크 법을 둘러싼 투쟁과정이 생생하다. 손상된 금융산업을 복구하고 산업계 붕괴를 막기 위해 내려야 했던 선택과 정치적으로 불쾌했던 과정들이 진솔하게 소개된다. 소수의 정책 결정자들이 짙은 불확실성의 안개 및 거대한 알력 속에서 2차 대공황을 막는 데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정치적 지지는 상실했던 속사정을 볼 수 있어 흥미롭다. 664쪽. 2만 5000원. 인생, 한곡 (김동률 지음, 권태균·석재현 사진,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유려한 글로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짚어
  • 종교와 국가가 틀어막아도 술~술~ 잘 넘어가네요

    종교와 국가가 틀어막아도 술~술~ 잘 넘어가네요

    알코올의 역사/로드 필립스 지음/윤철희 옮김/연암서가/568쪽/2만 3000원 적당히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약도 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마시면 독이 되는 게 술이다. 지구의 어느 곳에서는 물보다 안전하고 건강에 좋은 음료로 자리를 잡은 적도 있지만 다른 곳에서는 사회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물질로 정부 당국과 종교계로부터 어떤 품목보다 심한 규제를 받아왔다. 뉴질랜드 출신의 역사학자 로드 필립스(캐나다 칼턴대 역사학 교수)는 ‘알코올의 역사’에서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알코올에 깃든 변화무쌍한 문화적 의미들을 좇는다. 책은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문화권에서 술을 취급한 방법부터 술이 권력구조, 인종, 민족, 종교, 성별, 계급, 세대 등의 이슈와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고 영향을 미치며 갈등해 왔는지를 짚어간다. 초창기 술의 역사는 약 9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고학자와 인류학자들은 가장 오래된 알코올성 음료에 대한 증거를 중국 북부 허난성 지아후에서 발견된 도자기들에서 찾아냈다. 쌀과 꿀, 과일 등을 조합한 원료로 만든 와인이었다. 가장 이른 와인 양조시설은 아르메니아 남부 리틀코카서스 산맥의 아레니마을에 있는 것(기원
  • 명성황후 살해한 일본군, 56명 모두 무죄 판결 받았다

    명성황후 살해한 일본군, 56명 모두 무죄 판결 받았다

    미야모토 소위, 명성황후를 찌르다/이종각 지음/메디치/312쪽/1만 5000원 1895년 10월 8일 어슴푸레 동이 트는 시간, 경복궁에 일본인 군인과 이른바 일본 낭인들이 조선 왕비의 침전으로 뛰어들어 가 왕비를 참살했다. 일본 측은 러시아 세력을 끌어들여 일본을 물리치고자 했던 명성황후를 제거하기 위해 시아버지이자 ‘정적’이었던 대원군을 ‘괴뢰’로 내세워 쿠데타를 위장한 살해작전에 돌입했다. 그들의 작전명은 ‘여우사냥’이었고, 역사는 이를 ‘명성황후 시해 사건’이라고 불렀다. 훗날 오랜 시간 동안 시해의 주범은 낭인이었다는 것이 역사의 통설처럼 여겨져 왔다. ‘낭인’은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무사를 일컫는 일본식 표현이다. 요즘 말로 하면 건달 깡패이거나 용병 또는 살인청부업자 언저리쯤이 되겠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명성황후 시해 사건이 단순히 무법한 낭인들이 다른 나라 왕실을 어지럽힌 정도의 사건이 아니라 일본 정규군이 저지른 국가범죄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학계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정설이 되어 왔다. 언론인 출신이자 한·일 관계 역사학에 천착한 저자는 일본군 후비보병 18대대 소속 미야모토 다케타로 소위가 핵심 주범이라고 다시 한 번 강
  • [어린이 책꽂이]

    [어린이 책꽂이]

    북두칠성이 된 일곱 쌍둥이 (서정오 지음, 서선미 그림, 봄봄 펴냄) 온갖 환상적인 요소가 가득한 우리 신화 이야기다. 옛날부터 전해 오는 굿노래(서사무가) ‘칠성풀이’를 토대로 비슷한 이야기를 여럿 참고해 다듬었다. 일곱 쌍둥이의 모험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40쪽. 1만 2000원. 둥지는 소란스러워 (다이애나 허츠 애스턴 지음, 실비아 롱 그림, 현암사 펴냄) 주변 환경, 쓰는 재료, 짓는 방식에 따라 모양도 크기도 제각각인 동물들의 집을 살펴보는 그림책. 동물들이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모습, 독특한 방법으로 집을 짓는 모습 등을 알려 준다. 29쪽. 1만 2000원.
  • “쉬울 때 어려움 생각하라”

    “쉬울 때 어려움 생각하라”

    책문, 이 시대가 묻는다/김태완 지음/현자의 마을/492쪽/2만 2000원 “군자가 등용되면 나라가 잘 다스려져서 편안해지고 소인이 등용되면 위태로워져서 망합니다. 사람을 쓰는 것은 국가의 큰 권한이니 쓰고 버리는 기틀을 살피지 않으면 안 됩니다.” 1447년 문과중시에서 출제된 세종의 책문(策問)에 성삼문이 제출한 대책(對策)이다. “법이 제정되면 폐단도 함께 생기는데 이는 옛날이나 오늘날이나 공통된 근심거리이다. 법의 폐단을 고치는 방법이 무엇인가”라는 세종의 책문에 성삼문은 “마음이 정치의 근본이고 법은 정치의 도구인 만큼 군주가 먼저 마음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같은 책문에 대해 신숙주는 다른 대책을 냈다. “적합한 인재가 있는데 쓰지 않거나 쓰더라도 그 말을 따르지 않거나 그 말을 따르더라도 그 마음을 다하지 않으면 법을 하루에 백 번 바꾼들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법의 폐단을 고치는 방법은 사람을 쓰는 데 달려 있습니다.” 적합한 인재 등용이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향후 엇갈린 두 선비의 운명을 예고해 놀랍다. 조선시대의 책문과 대책은 고급공무원을 뽑는 과거시험인 대과에서 중요한 면접 과정이었다. 왕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 [이주일의 어린이 책] 별에서 온 친구 시몬과 나눈 말 못할 상처

    [이주일의 어린이 책] 별에서 온 친구 시몬과 나눈 말 못할 상처

    시리우스에서 온 아이/윤숙희 지음/김희경 그림/북멘토/200쪽/1만 1000원 시훈이는 매일 밤 그림자 괴물에게 쫓기는 꿈을 꿨다. 평소처럼 악몽에 시달리다 잠에서 깬 시훈이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창밖으로 푸르스름한 불빛이 하늘을 날고 있는 게 보였다. “유, 유, 유에프오!” 놀라서 소리치는 사이 푸르스름한 불빛은 사라졌다. 이튿날 엄마와 누나,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간밤에 봤던 유에프오 이야기를 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 오히려 놀림만 당했다. 수업이 끝난 뒤 속상하고 분한 마음에 투덜거리며 길을 걸었다. 허름한 건물 앞에서 발을 멈췄다. 1층에 ‘별나라’라고 쓰인 간판이 보였다. 피시방이었다. ‘여기에 이런 피시방이 있었나?’ 시훈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피시방 안으로 들어갔다. 무심코 구경하던 시훈이의 눈이 탁구공처럼 커졌다. 또래쯤 돼 보이는 한 아이가 신기에 가까운 손놀림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 아이는 비가 오지 않는데도 노란 우비를 입고 우비 모자까지 쓰고 있었다. 말을 걸었다. “너처럼 게임 잘하는 애는 첨 봐.” 아이는 말했다. “난 지금 게임하는 게 아냐. 우주 전파로 고향 별 ‘시리우스’ 사람들이랑 교신하고 있는 중이야.” 시훈
  • 당신의 의식과 영혼, 세포의 화학 작용일 뿐

    당신의 의식과 영혼, 세포의 화학 작용일 뿐

    놀라운 가설/프랜시스 크릭 지음/김동광 옮김/궁리/500쪽/2만 3000원 “당신의 즐거움, 슬픔, 소중한 기억, 야망, 자존감, 자유의지 이 모든 것들이 실제로는 신경세포의 거대한 집합 또는 그와 연관된 분자들의 작용에 불과하다.” 인간의 정신 활동과 뇌의 작동 원리에 대해 노벨상 수상자인 프랜시스 크릭의 환상을 깨는 대담한 주장은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철학이나 종교의 영역에 머물렀던 의식과 정신, 영혼의 문제가 실험을 통한 과학적 접근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놀라운 가설’은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밝힌 공로로 제임스 왓슨과 노벨 생리학 및 의학상을 수상한 프랜시스 크릭이 1994년 출간한 책으로 철저한 과학적 입장에서 정신과 의식의 문제를 다룬다. 노벨상 수상 이후 생명에 대한 탐구를 이어 가며 분자생물학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크릭은 생명에 대한 마지막 주제로 당시로선 과학적 연구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여겨졌던 의식을 선택한다. 인간의 정신활동 중에서도 가장 고등한 정신 활동인 의식이 결국은 신경 집합체인 뉴런들의 물리화학적 활동과 다름없다는 그의 믿음은 확고했다. 책은 뇌에 관한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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