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학
  •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분노를 넘어서서… 다름을 인정하는 국회를 원합니다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분노를 넘어서서… 다름을 인정하는 국회를 원합니다

    진즉부터 그랬지만, 요즘 국회는 난장판이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수사권조정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면서 국회는 볼썽사나운 장면들을 연출했다. 흥미로운 건 패스트트랙 등이 포함된 국회선진화법을 주도한 정당이, 원내대표가 일명 ‘빠루’까지 들고 결의에 찬 모습을 보인 바로 그 당이라는 사실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정당해산 국민청원’이 올라와도, 반성은 없이 남 탓만 하는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정치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마저 놓고 싶어진다. 하긴 정치는 본래의 의미를 이미 오래전부터 상실했고 당리당략, 아니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득을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 정치의 본래 의미는 무엇일까. 미국 사회운동가 파커 J 파머의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에 따르면, 오늘 우리 시대의 정치는 ‘분노의 정치’를 넘어선 ‘비통한 자들의 정치’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독재자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던 것처럼 미국에서도 전체주의를 향해 끝없이 대항하는 비통한 자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저자도 그런 마음을 품은 사람들 중 하나였다. 2001년 9·11 테러에 대응하는 미국 사회의 반응은, 진지한 시민사회의 리더로 하여금 ‘내가
  • [어린이 책] 동시집으로 만나는 가수 김창완의 동심

    [어린이 책] 동시집으로 만나는 가수 김창완의 동심

    무지개가 뀐 방이봉방방/김창완 글/오정택 그림/문학동네/96쪽/1만 1500원 “감히 고백을 하자면 어른이 되어서 더 알게 되는 세상은 그리 대단하지도, 또 그렇게 영광스럽지도 않아요. 나이가 들면서 얼마나 많은 별을 잃어버리고, 얼마나 많은 강물을 흘려버리고, 얼마나 많은 것이 하잘 것 없어졌나요. 오늘이라도 우리가 감히 폐기해버리려고 했던 동심을 다시 만난다는 게 보통 큰 축복이 아니에요.” 가수 겸 연기자에 이제는 동시집을 낸 시인인 김창완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동시집 ‘무지개가 뀐 방이봉방방’ 출간 간담회에서다. 그는 2013년 동시 전문지 ‘동시마중’ 3·4월호에 ‘어떻게 참을까?’, ‘할아버지 불알’ 외 3편의 동시를 발표하면서 시인이 됐고, 그간 써내려 간 동시를 모아 첫 동시집을 냈다. ‘방이봉방방’은 개가 뀌는 방귀 소리를 말하는 의성어다. 여기서 ‘개’는 길거리에 어슬렁거리는 개가 아니고 ‘받아쓰기’ 동시에 등장하는 무지개다. ‘무지개’를 ‘무지게’로 쓴 아이가 무지개는 ‘무지 무서운 개’ 같다고 귀여운 볼멘소리를 하는 그 무지개. 이렇듯 아름다운 무지개의 방귀는 곧 해소를 말하고, 아이들의 웃음
  • 느닷없는 삶의 함정… 소년은 늙기 쉽다

    느닷없는 삶의 함정… 소년은 늙기 쉽다

    소년이로/편혜영 지음/문학과지성사/256쪽/1만 3000원 소년이로. 주자의 문집에 수록된 시 ‘소년이로학난성’(少年易老學難成)의 ‘소년이로’다. ‘소년은 늙기 쉬운데 학문을 익히는 것은 어렵다’는 뜻에서 ‘소년은 늙기 쉽다’만 남았다. 늙은 소년은 무엇이 될까, 그 자체로 어른이라 부를 수 있을까. 편혜영 작가의 열 번째 책이자 다섯 번째 소설집 ‘소년이로’에는 느닷없이 함정에 빠진 늙은 소년들이 등장한다. 성실히 일했을 뿐인데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원더박스’, ‘식물 애호’), 용량대로 제초제를 사용했지만 왜인지 마당은 엉망이 되어버린다(‘잔디’). 상상도 못한 일 앞에서 누구나 그렇듯 소설 속 인물들은 당황하고, 더러는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진다. 그러다 결국 하나의 질문에 집착하기에 이른다. 대체 누구 잘못이냐고, 누구의 잘못으로 내가 이런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냐고. ‘돌아갈 곳을 잃었다. 지금 잃은 건 아니었다. 교통사고가 나면서 잃었다. 혹은 그보다 훨씬 더 전에. 얼마나 오래전부터 이 모든 걸 결국 잃게 될 줄도 모르고 애써 달려온 건지 가늠하기 힘들었다.’(99쪽, ‘식물 애호’) 소설이 말하는 삶의 불가해성이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관계
  • 언제나 희생만 하는 가족? 온전한 나를 만드는 가족!

    언제나 희생만 하는 가족? 온전한 나를 만드는 가족!

    환장할 우리 가족/홍주연 지음/문예출판사/248쪽/1만 4800원 한국인은 가족을 ‘최후의 보루’라 여긴다. 가족은 끝까지 믿고 의지하며 도움받는 공동체라는 인식이다. 그 보루는 가족과 구성원을 동일시한 믿음의 소산일 터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입법 및 정책 보좌관으로 일했던 저자는 색다른 주장을 편다. “가족을 위해 구성원의 희생을 요구하는 굴레를 탈피해 새로운 가족을 세워야 한다.” 결혼 2년째에 남편의 말기 암 선고를 받은 저자는 자존감이 급속히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남편의 암 투병으로 가족이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두려웠던 건 주위의 시선이 우리를 비정상 가족으로 낙인찍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었다.” 마치 이 사회의 패배자인 루저가 돼 가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왜 그런 느낌을 갖게 됐을까.’ 이 책은 바로 그런 문제 의식에서 시작됐다. 남편의 암 선고에 주변으로부터 이혼 권유를 적지 않게 받았다는 저자는 남편의 암 투병을 옆에서 도우며 산 끝에 이런 결론을 내린다. ‘한국의 가족은 가족 구성원 개인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개인이 가족이라는 집단을 위해 존재한다.’ 한국에서는 가족 구성원에게 실직, 이혼, 장애의 문제가 생기면 가족
  • [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노년에도 열정 충만, 삶은 경이롭지 아니한가

    [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노년에도 열정 충만, 삶은 경이롭지 아니한가

    모든 것은 그 자리에/올리버 색스 지음/양병찬 옮김/알마/376쪽/1만 9800원 올리버 색스가 쓴 책이 더는 나오지 않을 줄 알았다. 어쨌든 새로운 글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말이다. 올리버 색스는 더이상 글을 쓸 수 없는 데 반해 그의 글을 기꺼이 읽을 자세가 된 독자는 여전히 많다는 것. 아쉬운 일이다. 이 책은 그 틈새를 메우는 역할을 자임한다. 책은 처음에는 인간에 대한, 인간의 뇌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알고 싶어 하는 독자들이 찾기 시작했다. 이후 그의 문장과 인간적 매력에 반한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책에는 그 두 가지가 모두 담겼다. 그는 ‘의학계의 계관시인’이라는 평을 받았으나, 이제는 의학이라는 말을 떼어도 될 것 같다. 자신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말을 들려줄 수 있으니. 그는 의학에 한정해서 보지 않더라도 훌륭한 작가다. 그러나 그 말이 그의 의학적 지식과 경험이 무용하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그의 글을 보며 흔치 않은 경험과 전문지식, 그리고 필력이 만났을 때의 시너지 효과를 발견한다. 그의 말은 무조건 신뢰할 수밖에 없다. 믿기 어려운 의학적 현상들을 믿게 하는 힘으로, 그는 수영하고 싶게 만들고,
  • [그 책속 이미지] 강물 위로 흐드러지다

    [그 책속 이미지] 강물 위로 흐드러지다

    당신의 정면과 나의 정면이 반대로 움직일 때/이훤 지음/쌤앤파커스/372쪽/1만 5500원 에메랄드빛 물위로 떨어진 꽃잎. 홀로 있는 것도, 뭉쳐 있는 것도 있다. 가라앉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꽃잎은 기어코 자신의 그림자를 만들어 낸다. 나무에서 떨어져 나왔지만, 여전히 실존을 증명하는 듯하다. 사진은 텍스트다. 작가가 카메라를 도구로 사물을 찍을 때 자신의 생각을 투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사진은 조용하게, 어떤 사진은 시끄럽게 우리에게 말을 건다.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를 사진도 있다. 이런 사진은 해석하기 쉽지 않다. 아무렇게나 찍은 어설픈 사진일까, 아니면 내가 모르는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는 것일까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인 이훤의 사진 산문집 ‘당신의 정면과 나의 정면이 반대로 움직일 때’에 실린 사진들이 그렇다. 일상의 사물에 다가가거나 떨어져 바라본 사진 111장을 짧은 글과 함께 수록했는데, 글이 오히려 해석을 방해하는 느낌마저 든다. 예컨대 물위의 떨어진 꽃 사진에 관해 ‘한 시절을 덮은 우리, 라는 강가 그 위를 부유하는 것들 돌아오는 절기마다 나를 덮어쓰는’이라고 썼다. 누군가는 사진을 보고 실망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 성 노예,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마지막이어야 한다

    성 노예,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마지막이어야 한다

    더 라스트 걸/나디아 무라드, 제나 크라제스키 지음/공경희 옮김/389쪽/1만 7800원 두 손을 맞잡고 정면을 응시하는 책 표지 속 여성.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조직 ‘이슬람 국가’(IS)에 끌려가 성 노예가 됐다가 극적으로 탈출한 뒤 여성 인권 운동가로 활동 중인 나디아 무라드다. IS의 참상을 알리고 인권 운동에 힘쓴 공로로 그는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전 세계 38개국에 번역된 그의 생생한 증언록 ‘더 라스트 걸’이 최근 한국어판으로 나왔다. 책 뒤표지에 “나는 사람이 아니었다. IS 성 노예였다”고 적힌 것처럼 무라드가 IS에 당한 강간과 폭행, 그리고 목숨을 건 두 번의 탈출 과정을 담았다. 이라크 소수 민족 ‘야지디’ 출신인 무라드는 이라크와 시리아 접경 지역 마을 ‘코초’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코초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야지디의 신 ‘타우시 멜렉’을 믿으며 공동체를 이루며 산다. 2014년 8월 IS가 마을을 포위하면서 무라드를 비롯한 코초 마을 사람들의 일상은 산산이 부서진다. IS는 야지디를 이교도 취급하고 “개종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위협한다. 무라드의 오빠 6명과 어머니는 살해당하고, 당시 21살이었던 무라드는 다른 여성들과
  • [책꽂이]

    [책꽂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1·2(유홍준 지음, 창비 펴냄) 누적 판매부수 400만부를 넘긴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중국 땅을 밟았다. 중국 고대국가들의 본거지인 관중평원에서 시작해 하서주랑과 돈황 명사산에 이르는 2000㎞ 여정, 불교미술의 보고인 막고굴과 실크로드의 관문들을 탐사한 기록을 담았다. 중국문명의 태동과 여러 민족들의 투쟁, 문명의 교차로 역할을 해 온 실크로드의 역사가 재현된다. 각 348쪽. 각 1만 8000원. 남방큰돌고래(안도현 지음, 휴먼앤북스 펴냄) 시인이자 동화작가인 저자가 내놓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 인간이 쳐놓은 그물에 불법으로 포획돼 매일 ‘쇼’를 해야 하는 신세였다가 자유를 찾은 남방큰돌고래 이야기다. 2013년 서울대공원에서 제주 바다로 방사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180쪽. 1만 2500원. 현대미술의 결정적 순간들(전영백 지음, 한길사 펴냄) 20세기 현대미술의 결정적 순간을 품은 전시들의 역사와 맥락을 짚어낸 저작. 야수주의와 입체주의를 시작으로 기존의 틀을 깨는 도발적인 시도로서의 ‘첫 전시’를 조명, 그 배후에서 미술사를 움직인 작가와 비평가, 딜러 등의 이야기를 풀
  • 국내 최대 책 축제… 한강·정우성도 강연자로 나선다

    국내 최대 책 축제인 서울국제도서전이 다음달 19~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다. 올해 도서전 주제인 ‘출현’을 키워드로 한 주제 강연을 우선 눈여겨보자. 도서전 기간 매일 오후 2시 관객을 맞는다. 첫날인 6월 19일에는 한강 작가가 ‘영원히 새롭게 출현하는 것들’을 주제로 종이책과 문학의 가치를 이야기할 예정이다. 20일에는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배우 정우성이 ‘난민, 새로운 이웃의 출현’을 강연한다. 이어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의 ‘과학문화의 출현’,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의 ‘백년을 살아보니’, 이욱정 KBS PD의 ‘요리하다, 고로, 인간이다’ 강연이 이어진다. 책과 관련한 다양한 이슈를 살피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전 세계 20개 도시에서 올 국제도서전 총감독들과 함께 ‘출판과 정치’, ‘전자책과 오디오북, 새로운 독서 매체’, ‘젊은 독자와 독서의 미래’를 주제로 논의하는 ‘글로벌 이슈 콘퍼런스’가 6월 19·20일 이틀간 열린다. 도서전 입장료는 성인 6000원, 초·중·고 3000원이다. 다만 이달까지 도서전 홈페이지에서 사전 등록하면 무료 입장할 수 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남미 슬럼가에 민박집 낸 이유? 인생은 어차피 모험이니까

    남미 슬럼가에 민박집 낸 이유? 인생은 어차피 모험이니까

    ‘숙박 집 앞에는 망고와 수박이 1200페소(450원), 맞은편에는 치킨과 감자가 한 팩에 4000페소(1500원), 그리고 맥주는 마트에서 1500페소(600원)부터입니다. 말술이 아닌 이상 2만원이면 다음날 ‘떡’이 될 수 있어요. 술자리가 심심하면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마약과 갱으로 유명한 콜롬비아의 메데인 지역. 이곳에서 바라본 저녁 풍경이 아주 마음에 들었던 정윤호(40)씨는 여행 경비를 벌 겸 빈집을 임대해 한국인 대상 민박을 시작했다. 마을에 갱이 득실거리는 터라 ‘메데인 갱스터 민박’이라 이름 붙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고를 올리자 관광객이 줄을 섰다. 숙박객이 밀려들어 ‘한 달에 2주만 운영한다’는 공지를 내걸어야 했을 정도다. 월세 13만원을 비롯한 초기 창업비용 40만원은 뽑은 지 오래. 정씨는 여유롭게 콜롬비아 여행을 즐겼다. 신간 ‘세계 창업 방랑기’(꼼지락)는 2015년 2월 17일부터 2018년 4월 13일까지 정씨가 3년 남짓 78개국을 돌아다니며 겪은 일을 담았다. 멋진 곳, 맛있는 음식, 안락한 숙소 이야기는 별로 없다. 페루의 수제 러그, 인도의 코끼리 카펫, 브라질의 신발, 베트남 컵 빙수 등 현지에서 찾은
  • 현대시작품상에 오은 시인

    현대시작품상에 오은 시인

    제20회 현대시작품상 수상자로 오은(37) 시인이 선정됐다. 월간 ‘현대시’는 1일 오 시인의 시 ‘O와 o’ 외 9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2002년 ‘현대시’로 등단한 오 시인은 시집 ‘호텔 타셀의 돼지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유에서 유’, ‘나는 이름이 있었다’, ‘왼손은 마음이 아파’를, 산문집으로 ‘너랑 나랑 노랑’을 썼다. 오 시인은 개성 넘치는 말놀이를 바탕으로 자아의 실존을 드러내며, 세계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심사위원인 문학평론가 오형엽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오은의 시는 언어유희의 미학을 극단까지 밀고 가면서 사회 비판의 메시지를 던지는 방법을 통해 한국 현대시의 새로운 한 방향을 제시해왔다”고 평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500만원이 지원된다. 시상식은 오는 31일 오후 6시 30분 서울 마포구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 다리’에서 개최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신의 무지, 인간도 따질 권리가 있다”

    “신의 무지, 인간도 따질 권리가 있다”

    미제로 남은 미모의 여고생 살인사건 시간 흘러 용의자 찾아간 동생 이야기 신의 섭리에 다르게 대할 수도 있는 것 작품 속 노른자·노란옷… 제목도 ‘레몬’ 詩는 마지막 남은 인간적 방식의 위로 “내가 용서하기도 전에 어떻게 하나님이 먼저 용서할 수가 있어요?” 영화 ‘밀양’ 속 전도연의 대사를 기억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아들을 앗아간 유괴범을 용서하기로 한 그녀지만 자기보다 한 발 앞서 “용서받았다”는 범인 앞에서는 말문이 탁 막힌다. 아무리 전지전능한 하나님이고, 그 말씀에 의탁하며 살기로 했더라도 내 아들을 죽인 자를 나보다 먼저 용서할 순 없는 거다. 그럴 순 없는 거다. 한일 월드컵으로 떠들썩했던 2002년 여름, 미모의 여고생 해언이 숨진 채 발견된다. 해언이 마지막으로 목격됐을 당시 타고 있던 차의 운전자인 신정준과 차에 탄 해언의 모습을 목격했던 한만우가 용의자로 지목되지만 확실한 증거는 없다. 권여선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레몬’(창비)은 17년 후 해언의 동생 다언이 한만우가 형사에게 취조 받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해언이 사라진 후 가족들의 생은 이전과는 극명하게 다르다. 엄마는 해언의 이름을 ‘혜은’이라 바꾸는
  • “아이의 상상과 인형은 좋은 장난감” 우리가 몰랐던 방정환의 글

    “아이의 상상과 인형은 좋은 장난감” 우리가 몰랐던 방정환의 글

    소파 방정환(1899~1931) 탄생 120주년을 기념해 미공개 글을 대거 수록한 ‘정본 방정환 전집’(창비)이 출간됐다. 한국방정환재단은 30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창비서교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방정환의 미공개 글 54편과 제목만 남았던 237편의 글을 찾아 수록한 전집을 발간한다고 밝혔다. 방정환은 동화, 동요, 동시, 동극, 소설, 평론 등 다양한 글로 근대 아동 문학의 초석을 다졌다. 특히 아동문예연구단체인 ‘색동회’를 조직하고 ‘어린이날’을 제정하는 등 아동 권익에 힘을 쏟은 어린이 운동의 선구자다. 이번에 새로 나온 전집은 5권으로 구성했다. 전체 글수는 713편이다. 1권은 동화·동요·동시·시·동극을, 2권은 아동소설·소설·평론을 수록했다. 3~5권은 산문집이다. 3권은 잡지 ‘어린이’와 ‘학생’, 4권은 ‘개벽’ ‘신여성’ ‘별건곤’, 5권은 ‘별건곤’의 나머지와 그의 생애를 담은 연보, 방송국 출연 경력 등을 실었다. 그의 글을 모은 전집은 1940년 박문서관에서 처음 나온 뒤 10여차례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된 바 있다. 이번 정본집은 앞선 전집과 달리 새로 발견한 글들을 수록했다. 예컨대 1920년 8월 잡지 ‘신청년’ 3호 ‘자유의
  • 순례자가 된 공무원의 2000㎞ 성찰기

    순례자가 된 공무원의 2000㎞ 성찰기

    30년 넘게 중앙부처에서 활약한 행정 전문가가 스페인 ‘카미노데산티아고’(산티아고 순례길)를 걷고 난 경험을 책으로 출간했다. 29일 인사혁신처 등에 따르면 오동호(57) 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은 프랑스 르퓌에서 스페인 산티아고,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82일간 2000여㎞의 순례 여정을 정리해 ‘순례, 세상을 걷다’라는 제목의 수필집을 냈다. 그는 33년간의 공직 생활을 지난해 마무리한 뒤 ‘인생 2막’을 시작하기에 앞서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이 길은 9세기 스페인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에서 성 야고보의 유해가 발견됐다고 알려지면서 유럽 각지에서 순례객이 찾아와 생겨났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연금술사’의 저자 파울루 코엘류(72)가 소개하면서 세계적 관광지로 자리매김됐다. 경남 산청 출신으로 진주고, 경희대를 졸업한 오 전 원장은 행시 28회(1984년)로 공직에 입문해 울산 행정부시장과 행정안전부 지역발전정책국장 등을 지냈다. 현재 서울대 객원교수로 활동 중이다. 그는 “(공직 생활은) 나의 모든 것이었다. 모든 정열을 조국에 쏟아부었다. 이제 하나의 매듭을 확실히 지어야 다른 시작이 있을 것 같다”며 자신의 책 마지막 대목을 소감으로
  • ‘개저씨’ 말고 ‘꽃중년’ 되고픈 당신에게

    ‘개저씨’ 말고 ‘꽃중년’ 되고픈 당신에게

    나이와 지위만 믿고 타인에게 함부로 하는 개념 없는 아저씨를 일컫는 ‘개저씨’라는 말이 자주 입길에 오르내린다. 일본 역시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가 보다. 베스트셀러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로 알려진 일본 작가 야마구치 슈는 ‘아저씨’를 이렇게 정의했다. “오래된 가치에 빠져 새로운 가치관을 거부하는 사람. 과거의 성공에 목매는 사람. 높은 사람에게 아첨하고 아랫사람을 우습게 여기는 사람. 낯선 사람과 이질적인 것에 배타적인 사람.” 저자는 나이깨나 먹었지만 매너의 모범을 보이지 않고 스스로를 되돌아보지 않는 아저씨 자체를 꼬집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들이 이렇게까지 쇠퇴하고 망가져버린 이유를 사회구조에서 찾고 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일본 최대 광고 회사 덴츠를 시작으로 보스턴컨설팅그룹, AT커니 등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 회사를 거친 전문 컨설턴트답게 작가는 조직과 리더십 측면에서 ‘아저씨 사회’를 진단한다. 저자에 따르면 현재 50~60대 아저씨들은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하면 평생 풍족하게 살 수 있다는 믿음이 확고했던 경제 호황기에 20~30대를 보냈다. 그 환상에 취해 기존 시스템의 편익을 최대한 챙기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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