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학
  • 아니 에르노·박완서… 여성 서사를 다시 펼치다

    아니 에르노·박완서… 여성 서사를 다시 펼치다

    문화계 전반이 여성 서사에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문학에서도 여성 서사 재발굴이 한창이다. 최근 민음사는 문고판 시리즈인 ‘쏜살 문고’를 통해 ‘여성 문학 컬렉션’을 출간했다. 쏜살 문고는 2016년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민음사가 내놓은 시리즈로, 손바닥만 한 크기의 가벼운 책에 작품 선정과 편집, 디자인에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컬렉션 1차분으로는 법이 금지한 임신 중절 경험을 정제된 문체로 서술한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의 ‘사건’, ‘무민 시리즈’를 만든 핀란드의 국민 작가 토베 얀손의 ‘여름의 책’과 ‘두 손 가벼운 여행’ 등 여섯 권이 출간됐다. 강경애의 ‘소금’, 박완서의 ‘이별의 김포공항’, 강신재의 ‘해방촌 가는 길’ 등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책도 함께 나왔다. 최정은, 최지은, 유진아, 김린, 박연미 등 여성 디자이너들의 활약으로 꾸민 표지 디자인도 이채롭다. 이어서 버지니아 울프, 마르그리트 뒤라스, 히구치 이치요, 캐서린 맨스필드와 거트루드 스타인,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등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여성 작가와 여성 문학을 컬렉션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민음사는 “오늘날 여성 작가와 여성 독자, 책을 둘러싼 문화와 산업
  • 탄자니아 학생들에게 책을…‘작은도서관’ 3곳 개관

    탄자니아 학생들에게 책을…‘작은도서관’ 3곳 개관

    문화체육관광부가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 지역 미나지 미레푸 초등학교, 응웬지 초등학교, 음반데 중학교 3곳에 ‘작은도서관’을 조성했다고 6일 밝혔다. 문체부는 탄자니아 정부가 지정한 필독 도서 6000여권을 포함해 한국 애니메이션 ‘뽀로로’와 각종 영화 등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콘텐츠, 텔레비전과 DVD 재생기 등 멀티미디어 기자재, 가구 등을 지원했다. 1개 관 당 5000만원씩 3곳에 모두 1억 5000만원이 들었다. 뷰디 음셍가 미레푸 초등학교) 교장은 “낙후한 학교 시설과 교육 환경 때문에 학생 수가 감소했지만, 작은도서관 개관 소식을 듣고 학부모들의 문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면서 “도서관을 개방해 학생들이 독서를 통해 상상력과 창의력을 증진하고, 지역 주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병극 문체부 지역문화정책관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일은 미래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인재를 키우는 일”이라며 “앞으로도 교육 문화 환경을 개선하고 교육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세계 곳곳에 도서관을 조성하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작은도서관은 우리 정부가 외국에서 추진하는 교육·문화 분야 공적개발원조(ODA)
  • 국토부 ‘신한국철도사’ 출간

    국토부 ‘신한국철도사’ 출간

    국토교통부가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철도공사와 함께 한국철도의 역사를 되짚어 보고 철도의 미래상을 제시하는 ‘신한국철도사’를 발간한다고 4일 밝혔다. 신한국철도사는 총 7권으로 총론 1권, 각론 3권, 사진으로 보는 신한국철도사 1권, 알기 쉬운 신한국철도사 국문판 및 영문판 각 1권으로 구성됐다.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주는 대로 받지 마세요” 두 언니의 살뜰한 참견

    “주는 대로 받지 마세요” 두 언니의 살뜰한 참견

    잘나가는 에세이스트 임경선(47)과 뮤지션, 책방 주인, 책 팟캐스트 진행자로 분야를 가리지 않는 요조(38)가 만났다. 에세이집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문학동네)에서다. 책은 단짝 친구인 두 작가가 서로에게 보내는 교환 일기 형식이다. 이는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요조와 임경선의 교환 일기’라는 제목으로 서로의 목소리를 녹음해 보내는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일과 사랑, 삶, 생리, 섹스, 여행, 돈, 자유 등 여자로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전방위 토크를 이어 가다 30편의 녹음 파일에 여섯 편의 긴 글을 추가해 책으로 완성했다. 두 여자가 말하는 세상살이 노하우는 이렇다. 책만 스무권째 출간하는 ‘베테랑 저술업자’ 임경선은 글노동자의 노력과 시간을 후려치는 기관과 단체들에 짱돌을 던진다. “그런데 이 일은 비용이 발생하나요?”(번역: 돈 안 줘요?) 다음은 이어지는 페이 협상법이다. ‘일을 의뢰하는 측에서 액수를 알려주면, 그 액수가 얼마이든 일단 해맑게 페이 액수가 적다고 피드백을 보낼 것. 주는 대로 받아야 한다는 법은 없음. (중략) 페이 네고했다고 해서 잘릴 정도면 애초에 해당 일에 관해서는 나는 그 정도의 대체 가능한 인물이었다는 뜻.
  • ‘청일전자 미쓰리’ 속 혜리가 읽고 울 뻔한 그 책

    ‘청일전자 미쓰리’ 속 혜리가 읽고 울 뻔한 그 책

    지난달 31일 tvN 수목드라마 ‘청일전자 미쓰리’ 방송에 등장한 하완 작가의 공감 에세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가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극 중 이선심(혜리 분)은 하루아침에 말단 경리에서 회사 대표직을 맡게 된 후, 부도 직전인 청일전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막막한 현실에 지쳐가는 선심은 벌러덩 누운 채로 책 한 권을 꺼내 든다. ‘가끔은 인생에 묻고 싶어진다. 왜 이렇게 끝도 없이 문제들을 던져 주냐고. 풀어도 풀어도 끝도 없고 답도 없다’ ‘지금의 내 삶이 매우 불안해 보일지라도 너무 걱정 할 것 없다. 이건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파도를 타는 것이니까…어떻게 파도가 끝이 없냐’ 꽂혀있는 책갈피를 펼치면 해당 구절에 밑줄이 그어져 있다. 선심은 무한긍정이 특징인 캐릭터로 무슨 일이든 멋지게 해결해 나가고 싶어한다. 하지만 청일전자가 처한 냉정한 현실은 쉽게 답을 주지 않는다. 이때 에세이는 선심의 숨은 마음을 대변하는 듯 위로를 전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노력이 결실을 보지 못할 때가 더 많다.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열심히 살지만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작가는 열정이 미덕인 시대,
  • [베스트셀러]김난도, 출간 동시에 1위… 82년생 김지영 2위

    [베스트셀러]김난도, 출간 동시에 1위… 82년생 김지영 2위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쓴 ‘트렌드 코리아 2020’이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영화가 흥행 가도를 달리며 책 판매량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교보문고가 1일 온·오프라인 도서 판매량을 집계해 발표한 10월 넷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트렌드 코리아 2020’이 1위를 차지했다. 김 교수가 매년 출간하는 ‘트렌드 코리아’는 직장인들에게 새해 트렌드를 가늠하는 주요 참고서가 되었다. 30대 독자가 36.6%, 40대 독자가 27.1%로 전체 독자의 절반 이상 비중을 보였다. ‘밀리언셀러’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은 지난주에 비해 한 단계 상승한 종합 2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동명의 영화가 180만 관객을 동원하며 인기를 얻으며 책의 판매량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주 한국에 처음 방문한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신작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도 7계단 상승한 22위에 올랐다. 노벨문학상 특수도 이어지고 있다. 2018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방랑자들’은 26계단 상승한 34위, ‘태고의 시간들’은 1계단 하락한 52위를 기록했다. 2019
  • [그 책속 이미지] 떠나야 비로소 들리는 선율

    [그 책속 이미지] 떠나야 비로소 들리는 선율

    “내가 피리를 불면 양들이 조용해져. 내 음악을 듣느라.” 터키 타르수르의 한 마을에서 만난 사나이. 옹성거리는 양 무리 앞에서 피리를 꺼내더니 털썩 앉아 연주한다. 왼손에 담배를 끼운 채, 두 눈은 지그시 감은 채.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어수선하게 돌아다니며 울던 양들이 이내 조용해진다. ‘피리 부는 사나이’를 알아본 ‘양들의 침묵’이로다. 신간 ‘세상의 끝에서 만난 음악’은 그저 그런 여행기가 아니다. 리듬 따라 선율 따라 떠난 음악 여행기다. 저자는 어느 날 아프리카 말리의 음악을 듣다 감명을 받았다. 남편이 은퇴하자 자신도 조기 은퇴한 뒤 전 세계 음악을 찾는 여정을 시작했다. 세네갈과 모로코, 모리타니를 다녔다. 여정은 그리스와 알바니아, 불가리아와 루마니아까지 이어졌다. 급기야 터키와 쿠르디스탄까지 갔다. 여행에서 만난 현지 음악가들의 이야기, 전 세계의 이색적인 민속 악기를 연주하는 사진들이 흥미진진하다. 처음 만난 이들과 나눈 대화를 읽다 보면 저자의 친화력에 놀라게 된다. 어쩌면 음악이 이들을 이어 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인간의 욕망이 만든 치료제, 만병통치약

    [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인간의 욕망이 만든 치료제, 만병통치약

    약의 사전적 정의는 ‘병이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바르거나 주사하는 물질’이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약의 의미는 폭넓어서 간단히 정의하기 쉽지 않다. 모기약이나 쥐약은 생물을 죽이는 물질이지만 인간에게 유용하므로 약이라고 부른다. ‘엄마 손이 약손’이라고 할 때의 약은 진짜 약이라기보다는 암시에 가깝다. 어떤 물질은 약이면서 동시에 독으로 규정되기도 한다. 의료용 대마가 합법화됐지만 마약 대마는 여전히 불법인 것처럼 말이다. 현대를 벗어나 약이 처음으로 발명되기 시작한 과거로 돌아간다면 약의 구분은 더욱 모호해질 것이다. ‘약국에 없는 약 이야기’는 현대의 의약품에 한정된 약의 정의를 벗어나 역사상 약으로 간주돼 왔던 수많은 물질을 살펴본다. 그중 상당수는 어딘가 미심쩍고, 오늘날에는 약으로 여겨지지 않는 것들이다. 특정 지역의 흙, 인간의 피와 간, 미라 가루처럼 이상하고 기괴한 물질들이 한때는 ‘만병통치약’으로 이름을 날렸다. 동물의 뿔, 위석, 사향은 ‘만능해독제’에 첨가되곤 했다. 지금은 해독제로서의 근거를 찾기 어려운 물질들이다. 고통에서 벗어나 건강한 삶을 오래 누리고자 했던 인간의 욕망이 주술, 신비주의와 결합한 것이다. 역사상 명약으
  • 사람이 만든 지옥 한복판에서 짓뭉개진 인간성을 목격하다

    사람이 만든 지옥 한복판에서 짓뭉개진 인간성을 목격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12월 7일 일본군이 주요 미 해군 기지와 조선소가 있는 진주만을 폭격한다. 불시의 공습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미군은 본격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뛰어든다. ●스무살에 참전… 저자가 본 전쟁의 의미는 신간 ‘태평양 전쟁’은 미군 해병대 포병 출신 유진 B 슬레지 몬테발로대 교수가 겪은 1944년 필리핀 펠렐리우, 1945년 일본 오키나와 전투의 기록이다. 대개 ‘전쟁’이라 하면 죽음을 불사하며 적진에 뛰어들고, 적을 용감히 쳐부수는 영웅적인 군인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일반 사병으로 직접 전장에서 뛰었던 그의 기록은 결이 다소 다르다. 진주만 공습 이후 미국 젊은이라면 마땅히 전장으로 가야 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저자는 만 20세인 1942년 12월 전쟁에 관한 호기심 반 의무 반으로 해병대에 지원한다. 그는 대학에서 기초 훈련, 해병대에서 실전 훈련을 받고 전장으로 향한다. 막상 도착한 전장은 자신의 생각과 너무나 달랐다. 저자는 병력을 육지에 수송하는 보트인 암트랙에서 내린 뒤부터 지옥을 맛본다. 섬에 내리려는 순간 총탄이 눈앞을 스쳐 가고 모랫바닥에 처박힌다. 가까스로 일어난 그는 이렇게
  • 신군부 관통한 1세대 스타 PD의 비망록

    신군부 관통한 1세대 스타 PD의 비망록

    1980년대 신군부가 3S(Sports, Screen, Sex) 정책으로 국민을 우민화하려던 시절. MBC가 중심이 돼 프로야구단을 창설하고, VTR이 가정에 보급되면서 포르노 필름이 기승을 부렸다. 자극적인 기사들로 가득 찬 황색 언론도 범람했다. 권력이 언론을 통제하니 정론은 숨죽이고 가십이 판을 쳤다. 그렇게 엄혹했던 시절에 권력과 맞서며 드라마를 제작해 온 이가 있다. ‘1세대 스타 PD’로 꼽히는 고석만 PD다. 새책 ‘나는 드라마로 시대를 기록했다’는 드라마 ‘수사반장’, ‘제1공화국’, ‘땅’ 등으로 1980~90년대 사람들을 TV 앞으로 끌어모았던 고 PD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천생 연출가다. 밋밋한 자서전은 성에 안 찼던지,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몰입으로 이끌려는 ‘연출가적 기교’를 책 여기저기 흩뿌려 놓았다. 책은 숱한 억압과 중단의 역사로 점철됐다. 땅 투기를 조명한 드라마 ‘땅’은 첫 회가 방영되자마자 청와대에서 비상대책회의가 소집되는 역사를 남겼다. 최초의 정치드라마로 꼽히는 ‘제1공화국’을 만들 때는 국가안전기획부에 끌려가 고초를 겪었고, 당대 재벌들을 소환했던 ‘야망의 25시’는 “정경유착의 힘” 탓에 조기 종
  • [김기중 기자의 책 골라주는 남자] 독서가 힘들 때 함께 읽기의 힘

    [김기중 기자의 책 골라주는 남자] 독서가 힘들 때 함께 읽기의 힘

    저는 혼자 책을 읽습니다. 반면 제 아내는 독서모임 몇 개에 나갑니다. 얼마 전에는 동네 독서모임을 직접 만들기도 했습니다. 서평을 쓰는 게 일이지만, 아내의 독서모임 사랑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얼마나 책 읽기를 사랑하면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독서모임을 만들기까지 하는 것일까. 최근 출간한 ‘난독 시대를 타파할 독서의 기술’(미래문화사)이 눈에 띕니다. 제목만 보고 한편에 밀어 뒀던 책인데, 책 구성이 의외로 좋습니다. 독서 입문자라면 참고할 만한 내용을 잘 담았습니다. 전체 3개 장 가운데 1장은 독서 방법, 3장은 독서 훈련법을 다룹니다. 두 번째 장은 독서모임이 핵심입니다. 저자는 독서모임을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눕니다. 함께 읽는 모임, 토의하는 모임, 토론하는 모임입니다. 독서 습관을 들이려면 함께 읽는 모임부터 나가보라 조언합니다. 독서모임을 고를 때에는 독서 목록을 확인하면 좋다고 합니다. 지난 도서 목록과 예정된 목록을 살피면 독서모임 성격이 보인답니다. 독서모임을 만들 때에는 인원, 성별, 연령대를 우선 고려하라고 합니다. 시간은 1회에 3시간이 적당하고, 주기는 월 2회가 좋다는 식의 깨알 팁도 많습니다. 아울러 다섯 가지 독서모임 장, 여
  • 불안한 영혼들의 도피처, 존엄을 묻는 천사의 도시

    불안한 영혼들의 도피처, 존엄을 묻는 천사의 도시

    방콕은 전 세계인들의 도피처다. 노점의 싸구려 음식들, 물 마시듯 마시는 맥주, 카오산로드에서 만나는 배낭족, 차오프라야강이 보이는 루프탑바 등. 돈과 시간을 마음껏 허비하며 취할 자유를 누리는 곳. 그것이 죄가 되지 않는 곳이 ‘천사의 도시’ 방콕이 가지는 세계적 위상이다. ●김기창 작가 공간 3부작 2번째 도시 ‘방콕’ ‘방콕’은 2014년 장편소설 ‘모나코’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으며 등단한 김기창 작가의 신작이다. 작가의 공간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다. 전작에서 까다롭고 냉소적인 노인에게 찾아온 마지막 사랑을 통해 고독사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가는 이번에도 이국의 도시를 통해 묻는다. 인간 존엄이란 무엇인가. 베트남 국적의 불법체류 노동자 훙은 한국에서 일하다 손가락 세 개를 다친다. 회사에서 해고당한 홍은 사장에게서 가장 소중한 것을 망치겠다며 복수를 감행한다. 쾌락을 충족하며 여생을 보내고자 방콕으로 은퇴 이민을 온 백인 남성 벤은 현지에서 만난 와이의 육체에 탐닉한다. 와이는 벤을 전율케 하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잃을까, 그래서 벤이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돌릴까 늘 전전긍긍이다. 미국에서 동물권 수호를 위해 일하는 벤의 딸 섬머는 ‘개를 먹는
  • [책꽂이]

    [책꽂이]

    식물의 책(이소영 지음, 책읽는수요일 펴냄) 서울신문에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을 연재하고 있는 식물세밀화가의 ‘전지적 식물 시점’ 이야기. 악취로 가을철 도시의 골칫덩이가 된 은행나무를 두고, 저자는 식물의 시선에서 너무나 자연스러운 번식 본능을 우리가 인위적으로 차단한 권리가 있는지 되묻는다. 밀려나는 토종 민들레, 경제를 살린 딸기 등 흥미로운 이야기에 손맛을 살린 세밀화를 덧댔다. 288쪽. 1만 5000원. 엄마를 위하여(에리크 에마뉘엘 슈미트 지음, 김주경 옮김, 북레시피 펴냄) 엄마를 우울증에서 구해 내기 위한 아들의 분투기. 아들 펠릭스는 엄마의 고향인 아프리카 세네갈로 치유 여행을 떠나고, 거기서 만난 강과 안개와 나무의 정령들은 이들 모자를 따스하게 품는다. 공쿠르상을 받은 프랑스 극작가 에리크 에마뉘엘 슈미트의 장편소설. 212쪽. 1만 4000원. 독일 현대사(디트릭 올로 지음, 문수현 옮김, 미지북스 펴냄) 1871년 제국 수립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독일의 현대사를 정치, 외교관계, 사회경제적 상황, 문화로 풀어낸 역사서. 특히 기독교민주연합과 기독교사회연합, 사민당, 자민당, 녹색당 등 다양한 정당이 서독 의회민주주의를 공고히
  • 中의 속살 ‘후통’서 건져 올린 망각의 역사

    中의 속살 ‘후통’서 건져 올린 망각의 역사

    자금성을 중심으로 3000여개가 실핏줄처럼 뻗어 있는 중국 베이징의 전통 뒷골목 후통(胡同). 1980년대부터 추진된 개혁개방 정책으로 재개발되면서 옛 모습을 대부분 잃었지만 원(元)대 이후 800년간 이어져 온 중국 역사의 수장고이자 삶의 터전이다. 자금성이며 만리장성, 천안문 같은 걸출한 명소에 가려져 건성건성 보고 지나치는 관광지쯤으로 여겨지는 곳. ‘베이징 후통의 중국사’는 그 먼지에 뒤덮인 수장고를 열어젖혀 역사 속에 숨었던 공간과 인물들을 생생하게 복원해 놓은 노작(勞作)이다. 저자는 2015년부터 3년 6개월간 베이징 특파원을 지냈던 현 서울신문 사회부장 이창구씨. ‘유서 깊은 후통에서 중국의 다른 면을 보게 될 것’이라는 지인의 권유로 매주 토요일 자전거를 타고 후통 곳곳을 누볐다. 그 발굴 작업(?)을 통해 건져 올린 망각과 방치의 역사며 인물들의 면면이 방대하고 흥미롭다. 맨 앞에 배치한 ‘독립운동가의 거리’에선 우리 독립운동사의 숨은 명장면이 숱하다. 이육사 선생이 순국한 둥창 후통 28호, 김원봉의 의열단이 암약했던 와이자오부제 후통, 신채호 선생의 활동상이 혁혁한 난뤄구샹과 진스팡제…. 특히 허우구러우위안 후통의 이회영 선생 집이 독
  • “공부 잘하기보다 호기심 많아야 과학자 될 수 있죠”

    “공부 잘하기보다 호기심 많아야 과학자 될 수 있죠”

    2003년부터 다산과학기지 연구팀 합류 과학자이자 엄마로 분투한 이야기 담아 새 박테리아 발견 ‘다사니아 마리나’ 명명 “내가 쓴 책 읽고 아이들이 꿈 키웠으면” “북극의 툰드라 지역이 차츰 녹고 있어요. 대기에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많아지고, 툰드라에 사는 미생물도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배출합니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우리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문제 같지만, 해양수산부 소속 극지연구소 이유경 연구원에게는 중요한 연구 주제다. 그는 이 연구가 중요한 이유에 관해 “북극의 변화가 한국의 기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정부가 2002년 북극에 다산과학기지를 만들고 2003년부터 첫 연구를 시작할 때 합류해 지금까지 북극을 연구하고 있다. ‘북극 연구의 산 역사’라 해도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그런 그가 과학자로서 분투를 담은 ‘엄마는 북극 출장 중’(에코리브로)을 최근 출간했다. 책은 이 연구원이 서울대 식물학과를 선택한 이유, 비단잘록이를 키우며 해양 생물에 관심을 두게 된 일, 포스텍을 거쳐 극지연구소에 가게 된 일 등을 담았다. 외국 출장이 잦은 엄마로서 느낀 점도 썼다. 2003년 북극에 별다른 정보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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