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학
  • “장애는 극복 대상이 아닌 그 사람의 정체성”

    “장애는 극복 대상이 아닌 그 사람의 정체성”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그 사람의 정체성이라는 걸 알아 줬으면 좋겠어요.” 책 ‘불편하지만 사는 데 지장 없습니다’(설렘)를 펴낸 작가 백순심(42)씨는 2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20년 차 직장인이자 초등학생 쌍둥이를 키우는 백씨는 지체장애 5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다. 2020년부터 네이버 카페 ‘엄마의 꿈방‘에 장애인 엄마로서의 삶과 직접 겪은 차별을 이야기로 풀어 연재하기 시작했는데, ‘우리만 보기 아깝다’는 성원에 직접 책까지 펴냈다. 이 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나의 첫 책 프로젝트’에도 선정돼 도서 보급 사업에 활용되고 있다.  백씨는 “아이들이 크면서 요즈음 엄마가 장애인인 것에 대해 묻곤 하는데 거기에 대해 항상 ‘불편하지만 불행하진 않다’고 답한다”며 “이 책이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이해하는 통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백씨는 태어날 때부터 뇌병변 장애를 앓았다. 손이 약간 떨리고 말이 어눌한 정도지만 그 조그만 ‘차이’도 사회에선 큰 ‘차별’이 됐다. 그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는데도 결국 장애인은 취업 시장에서 받아 주지 않더라”며 “원래 집이 부산인데 도저
  • “구글 인앱 강제 결제는 명백한 불공정거래행위”

    “구글 인앱 강제 결제는 명백한 불공정거래행위”

    출판사들의 연합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가 2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출협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글을 상대로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청구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은 앱마켓 사업자가 자체 내부 시스템으로만 유료 콘텐츠를 결제하도록 인앱 결제를 강제했다. 앞서 카카오가 웹(아웃링크) 결제를 가능하게 했다가 구글 측이 안드로이드 앱마켓에서 카카오앱을 삭제하고 기존 앱을 업데이트도 못 하도록 막겠다고 하자 인앱 결제를 수용하기도 했다. 출협은 구글이 지정하는 결제처리서비스를 반드시 포함해 인앱 결제를 처리하도록 하고 전자책이나 웹소설, 웹툰 등을 결제할 때 30%라는 고율의 수수료를 강요한 점, 대체 결제수단에 대한 홍보를 금지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12월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청구 소송 제도 도입 이후 첫 사례이자 구글의 인앱 결제에 대한 첫 소송이다. 회원사 8곳과 3명의 필자, 1명의 소비자 등이 참여했다. 출협 대리를 맡은 이은우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구글과 카카오톡을 중재하면서 두 업체가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나눠 가질 수 있도록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실제로 카카오가 아웃링크를 삭제한
  • 유홍준 “내 이야기, 시대의 증언 될 수도”

    유홍준 “내 이야기, 시대의 증언 될 수도”

    “제가 쓴 이야기들이 한 시대의 삶에 대한 증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글을 썼습니다.” 유홍준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이 25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진행한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서울편’(창비) 3, 4권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유 이사장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1993년부터 29년 동안 이어진 역사기행 시리즈다. 한국편 10권, 일본편 5권, 실크로드편 3권 이후 이번 책은 서울편 마지막이자, 전체 시리즈로는 11, 12권에 해당한다. “궁 바깥은 사람들이 살고 있어 문화유산이라 보기도 어렵다”고 밝힌 그는 “현재 (역사가) 진행되는 것에 옛날이야기를 쓴다는 게 어려워 사실 9, 10권을 궁궐 중심으로 쓴 뒤 서울 답사기를 마칠까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100년 후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책이 기록이자 증언으로 남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고고학을 오늘날에 적용하는 ‘고현학’ 방식으로 글을 썼다. 고고학자들이 과거의 유물과 유적으로 과거를 재구성하듯, 오늘날 남겨진 흔적을 되짚어 서울이 형성된 과정을 탐구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소설가 박태원의 ‘천변풍경’을 언급하며 “고고학이 과거의 인물
  • 2035년 미래 궁금해? 만화책을 봐

    2035년 미래 궁금해? 만화책을 봐

    국내 전문가들이 가까운 미래인 2035년에 등장할 기술들을 예측해 재미있게 풀어낸 만화책을 발간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는 2035년 미래 세상을 담은 만화 ‘함께 만드는 2035 미래세상’을 발간해 온·오프라인을 통해 공개한다고 25일 밝혔다. 이에 앞서 연구원측은 2035년이라는 가까운 미래 세상에 활용될 기술 개념들을 지난 3년 동안 연구원 내·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해 ‘지능정보사회로 가는 길: 기술발전지도 2035’ 보고서를 연구원 누리집에 공개했다. 만화로 만든 ‘함께 만드는 2035 미래세상’은 15년 후 미래 세상에서 활용될 정보통신기술(ICT) 제품, 서비스를 자세하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책의 전반부에는 개인, 사회, 산업, 공공부문에서 활용될 수 있는 디지털 개인비서, 제2의 몸-엑소스킨, 환경인지 생산농장, AI 제갈공명-인공지능 군참모 등 18개 부문 신개념을 다루고 있다. 책 후반부에는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신약개발, 백신 연구 같은 6개 주제를 다뤄 ICT 기술이 주요 사회문제 해결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를 보여주고 있다. 만화는 책자로 만들어져 국공립 도서관, 교육기관 등에 배포될 예
  • ‘좋아하면 울리는’ 등 5편 오늘의 우리만화에

    ‘좋아하면 울리는’ 등 5편 오늘의 우리만화에

    ‘좋아하면 울리는’, ‘숲속의 담’, ‘집이 없어’, ‘신의 태궁’, ‘위아더좀비’가 올해 ‘오늘의 우리만화’에 선정됐다. 오늘의 우리만화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한국만화가협회가 한 해 동안 가장 우수한 만화 5편을 심사해 발표하는 사업이다. 수상 작가에게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과 각 500만원씩 상금을 준다. 다홍 작가의 ‘숲속의 담’은 성장이 멈춘 채 숨어 살던 담이 숲을 나와 현재를 살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천계영 작가의 ‘좋아하면 울리는’은 좋아하는 사람이 다가오면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을 소재로 한 만화로, 한국만화가협회 협회장상을 함께 받는다. 와난 작가의 ‘집이 없어’는 환대와 안온함의 공간이 되지 못한 집을 나온 청소년들이 갈등 속에서 화해하고 연대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그렸다. 신의 아이를 낳아 기르는 여인과 그를 사랑한 밥그릇 도깨비의 이야기인 해소금 작가의 ‘신의 태궁’, 좀비가 출몰한 이후 봉쇄된 쇼핑몰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을 그린 이명재 작가의 ‘위아더좀비’도 함께 선정됐다. 오늘의 우리만화 선정위원 대표인 홍난지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수상작들에 대해 “지금 내가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고, 힘들지만 한 발 더 내딛을 수 있는 용기를
  • 읽어볼까… 차인표 소설 ‘인어사냥’  이금희 에세이 ‘우리~’

    읽어볼까… 차인표 소설 ‘인어사냥’ 이금희 에세이 ‘우리~’

    자신의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연예인들의 책이 잇따라 출간됐다. 독특한 소재의 소설, 경험을 녹인 에세이집은 저자들의 이력과 어우러져 재미와 이해를 더한다. 배우 차인표가 쓴 ‘인어사냥’(왼쪽·해결책)은 먹으면 천년을 살 수 있는 인어 기름을 차지하기 위한 인간들의 욕망을 그린 판타지 소설이다. 2009년 낸 ‘잘가요 언덕’, 2011년 ‘오늘예보’ 이후 세 번째 소설이다. 1902년 강원도 통천 인근 외딴섬 어부인 덕무는 아내가 죽고 딸 영실마저 폐병에 걸려 망연자실한 상태다. 그런 덕무를 찾아온 공 영감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름 한 방울을 먹이자 영실의 고통이 사라진다. 공 영감 조상 대대로 내려온 인어 기름이었다. 덕무는 영실의 병을 고치려 인어를 찾기 위해 공 영감과 흑암도로 향한다. 사람과 흡사한 기괴한 인어, 그리고 이를 둘러싼 인간의 뒤틀린 욕망을 묘사한 부분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들처럼 몽환적이고 독특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 탄탄한 구성력과 조선과 일제강점기를 오가는 장면 전환 등이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아나운서 이금희가 그동안 겪은 말하기에 대한 경험을 ‘우리, 편하게 말해요’(오른쪽·웅진지식하우스)에 담았다.
  • 차인표 소설, 이금희 에세이 읽어볼까

    차인표 소설, 이금희 에세이 읽어볼까

    자신의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연예인들의 책이 잇따라 출간됐다. 독특한 소재의 소설, 그동안 경험을 녹인 에세이집은 저자들의 이력과 어우러져 재미와 이해를 더한다. 배우 차인표가 쓴 ‘인어사냥’(해결책)은 먹으면 천년을 살 수 있는 인어 기름을 차지하기 위한 인간들의 욕망을 그린 판타지 소설이다. 2009년 낸 ‘잘가요 언덕’, 2011년 ‘오늘예보’ 이후 세 번째 소설이다. 1902년 강원도 통천 인근 외딴섬 어부인 덕무는 아내가 죽고 딸 영실마저 폐병에 걸려 망연자실한 상태다. 그런 덕무를 찾아온 공 영감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름 한 방울을 먹이자 영실의 고통이 사라진다. 공 영감 조상 대대로 내려온 인어 기름이었다. 덕무는 영실의 병을 고치려 인어를 찾아 공 영감과 흑암도로 향한다. 사람과 흡사한 기괴한 인어, 그리고 이를 둘러싼 인간의 뒤틀린 욕망을 묘사한 부분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들처럼 몽환적이고 독특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 탄탄한 구성력과 조선과 일제강점기를 오가는 장면 전환 등이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출판사는 작가가 한결같이 표방해온 ‘글로 쓴 영화’를 잘 구현한 소설이라고 소개했다. 아나운서 이금희가 그동안 겪
  • 어려운 경제 속 내년 궁금해?…김난도 ‘트렌드 코리아 2023’ 베스트셀러 상위권

    어려운 경제 속 내년 궁금해?…김난도 ‘트렌드 코리아 2023’ 베스트셀러 상위권

    국내외 경제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내년에 주목해야 할 트렌드가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아서일까.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23’이 10월 셋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21일 교보문고가 집계한 10월 셋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트렌드 코리아 2023은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 1위를 하고 있다. 온라인 서점인 예스24에서 1위, 알라딘에서도 4위에 위치하고 있다.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 1, 2’는 각각 3위와 5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불편한 편의점 1권은 출간 1년이 지났는데도 계속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포진해 있고 후속 작품까지 베스트셀러 10위권 내로 견인하고 있다. 예스24와 알라딘에서도 10위권 내에 진입해 있다.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 인기가 서점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박 감독이 쓴 ‘헤어질 결심 스토리보드북’이 교보문고 종합 15위로 순위에 진입했다. 앞서 출간된 ‘헤어질 결심 각본집’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정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스토리보드북은 각본을 실제 영상으로 옮기는 과정의 기초 작업으로 글을 시각화하는 과정 대부분이 담겨 있다. 이번에 나온
  • 셀프 절약 과시하는 2030…골프보다 테니스가 좋아!

    셀프 절약 과시하는 2030…골프보다 테니스가 좋아!

    외식 대신 도시락과 냉장고 속 재료만으로 삼시 세끼를 해결하고 커피나 음료도 집에서 챙겨 다닌다. 대중교통 대신 걷거나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무지출 기간과 가계부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하는 일은 필수다. 경기 침체, 고물가 시대에 주머니 사정도 궁해지면서 2030세대의 소비 경향도 달라졌다. 이런 소비 주체와 방식의 변화를 진단하는 책이 잇따라 출간된다. 남과 다른 MZ세대 이야기도, 행복을 추구하는 욜로(YOLO) 이야기도 아닌 달라진 세대의 사회상을 이해하는 데 길잡이가 될 만하다.  빅데이터 전문 기업 바이브컴퍼니의 생활변화관측소가 낸 ‘2023 트렌드 노트’는 ‘새로운 소비 주체의 등장’을 부제로 달았다. 책은 MZ세대, 흔히 ‘청년’이라 부르는 이들을 바라보는 단순한 시각을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MZ세대는 마케팅의 대상, 청년은 정치의 대상이라고 선을 분명하게 긋는다. 이를 대체하는 젊은 세대에 대해 ‘독립된 1인‘이라는 개념을 내놓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에 1인으로서 자신의 몫을 해내려는 사람”으로 설명한다.  이들의 소비 경향을 파악하려면 두 가지 질문을 던져 보면 된다. ‘나를 둘러싼 현실 관계를
  • “혐오가 쏟아져도 해야만 하는 우리들 이야기”

    “혐오가 쏟아져도 해야만 하는 우리들 이야기”

    “영상에 달린 댓글은 나를 포함해 여성 경찰, 나아가 여성 혐오로 번지고 있었다. 나는 도망치지 않았고, 수갑을 시민에게 채우라고 지시하지 않았다. 구로동은 대림동으로, 40~50대의 두 남자는 술 취한 노인이라고 한 것도, 여경의 무능함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작이었다.”(책 본문 중) ‘경찰의 날’인 21일 출간되는 ‘여성, 경찰하는 마음’은 여경을 향한 차별과 혐오 속에서도 묵묵하게 일하고 있는 23명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2019년 여경 무용론의 시작이 됐던 ‘대림동 경찰관 폭행’ 사건의 당사자를 비롯해 마약반 형사, 무술 교관 등 다양한 업무를 하는 이들은 31개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이들의 이야기를 엮은 주명희 총경은 2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여성 경찰을 향한 혐오의 말들이 쏟아져도 우리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걱정되고 겁도 나지만, 책을 통해 경찰 그리고 여경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 총경을 포함해 책을 쓴 이들은 ‘경찰 젠더연구회’의 회원이기도 하다. 2017년 만들어진 이 모임은 2019년 대림동 경찰관 폭행 사건으로 여경 무용론이 일자 “여경 혐오를 멈춰 달라”는 성명을 발표해 주목을 받기
  • 노벨문학상 작가의 ‘실화 극장’ …영광 뒤의 고단한 인생 이야기[장동석의 뉴스 품은 책]

    노벨문학상 작가의 ‘실화 극장’ …영광 뒤의 고단한 인생 이야기[장동석의 뉴스 품은 책]

    간만에 노벨문학상 특수가 일었다.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가 올해 수상한 뒤 그의 대표작(으로 국내에 알려진) ‘단순한 열정’이 인터넷 서점들의 베스트셀러 10위권 안에 들었고 ‘세월’, ‘빈 옷장’ 등도 여러 독자의 선택을 받았다. 문학은 대개 픽션, 즉 ‘사실이 아닌 상상에 의해 쓰인 이야기’지만 에르노는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그의 말대로 모든 작품이 자신의 경험담이다. 1974년 출간한 그의 데뷔작 ‘빈 옷장’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폭력을 자신에게 일어난 일임에도 지극히 담담한 어조로 풀어낸다. 사전 정보 없이 마주한다면 다소 충격을 받을 만한 자신의 낙태 이야기로 시작한다. 낙태 전문 산파와 형식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는 스무 살의 삶을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을 묘사하거나 이 끔찍한 순간이 지나가게끔 도와주는 대목은 한 구절도 없다. 탄생, 결혼, 임종, 모든 상황마다 그에 따른 기도가 존재하지 않는가. 모든 상황에 맞는 구절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작가는 시선을 과거로 돌린다. 가난한 아버지는 공장 노동자였지만 특유의 성실함으로 카페 겸 식료품점을 열며 자신만의
  • [책꽂이]

    [책꽂이]

    타오르는 시간(김종엽 지음, 창비 펴냄) 사회학자 김종엽이 탐구한 여행의 진짜 의미. 한국에서 스페인으로 향하는 여행기의 모든 과정을 통해 인문학적 사유를 펼쳐 낸다. 제도와 규율에 익숙해져 고유한 자기 경험을 잃어 가는 현대인의 일상은 관광만을 반복 체험할 뿐 진정한 여행에 이르지 못하고 관광객의 경험만 할 뿐이라고 지적한다. 416쪽. 3만원. 이국에서(이승우 지음, 은행나무 펴냄) 동인문학상·황순원문학상·현대문학상·이상문학상 수상 작가인 이승우의 5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유력 대권 후보인 한 광역시의 시장을 모시는 측근 황선호가 시장과 건설업체와의 뇌물 의혹을 모두 뒤집어쓴 채 다른 나라로 향한다. 본국에 머물 수 없어 떠나온 이국에서도 공동체의 추악한 실태를 마주한다. 356쪽. 1만 6000원. 검푸른 고래 요나(김명주 지음, 다산책방 펴냄) 불의의 사고로 외톨이 생활을 하는 아이돌 출신 고교생 강주미가 우연히 동급생 최요나와 음악실에서 마주치고 서로 가까워진다. 그러나 요나는 주기적으로 고래의 몸으로 변신하는 특이체질인 고래인간이다. 독특한 소재로 환경과 기후에 관한 강렬한 문제의식을 담아냈다. 제12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410쪽. 1만
  • 불안·우울… 감정의 상처, 마주하며 치유해요[그 책속 이미지]

    불안·우울… 감정의 상처, 마주하며 치유해요[그 책속 이미지]

    누군가가 나를 대못으로 찌른 것만 같다. 찔린 곳마다 피가 철철 흐른다. 아픔도 아픔이지만 불덩이 같은 뭔가가 머릿속에서 뱅글뱅글 맴돈다. 머리가 뜨겁고 가슴이 저릿한 이 감정. 바로 ‘분노’(그림)다. 내 마음인데도 정확히 표현하기 어렵다. 누군가는 감정 조절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이게 잘못된 감정일까 두려운 때도 많다. 불안, 미움, 강박, 외면, 답답함, 고통, 자책, 울적함 등 우리가 부정적이라고 생각하는 70가지 감정을 그림과 글로 풀었다. 10만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 ‘내 마음 다치지 않게’를 쓴 설레다 작가의 신간이다. 오랜 시간 감정 심리학을 공부해 온 작가는 ‘상처를 모아 놓은 사전’이라고 소개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내 검은 감정을 여행하는 듯하다. 여행이 끝날 때마다 내 부정적 감정을 이해할 수 있고, 조금 더 편안해진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 인간의 마음도 문화도, 실은 진화의 산물이었다

    인간의 마음도 문화도, 실은 진화의 산물이었다

    마음과 물질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은 예부터 동서양이 다르지 않았다. 프랑스의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 같은 이가 대표적이다. 그는 마음이 물질적 존재가 아니라 영적인 제2종의 물질로 구성된다고 봤다. 이른바 ‘이원론’이다. 대부분의 종교적 가르침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는 이런 관념을 통박한다. 저자는 수십억년 전 박테리아에서 시작된 인류의 진화 과정을 촘촘하게 훑으며 인간의 마음과 문화도 자연선택에 따른 진화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저명한 인지과학자이자 철학자인 저자는 ‘마음’을 연구하는 데만 반세기를 바쳤다. 그러니까 책은 위대한 사상가의 반생이 담긴 종합선물세트인 셈이다. 그의 글은 현란하다. 직설과 은유, 팩트와 농담이 난무한다. 한데 번역으로 접해야 하는 이들에겐 ‘대략난감’이다. 과학도 어려운데, 철학까지 보태 사유해야 하니 더 그렇다. 저자가 책 첫 장에 농담처럼 쓴 소제목도 ‘정글에 온 걸 환영해’다. 이 책 역시 번역 기간만 5년이었다고 한다. 책 제목은 전체 얼개를 가늠하는 중요한 단서다. ‘시생대에서 셰익스피어까지’라거나 ‘대장균부터 아인슈타인까지’ 등이었다면 더 알기 쉬웠을 터.
  • 4m 밖 미세한 떨림도 감지하는 거미, 그 미친 감각이 흔들린다?

    4m 밖 미세한 떨림도 감지하는 거미, 그 미친 감각이 흔들린다?

    엄청난 피해를 입힌 대지진이 발생하고 나면 지진 이전에 새나 박쥐, 생쥐 같은 동물들이 이상 행동을 보였다는 ‘세상에 이런 일이’식의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동물들이 지진 같은 대형 자연재해 발생을 사전에 인지한다는 것은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사람이 아무리 시력이 좋고 귀가 밝아도 동물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런 것을 감각이라고 할 수있나’라고 콧방귀를 뀔 수준이라는 점이다. 박쥐가 초음파를 이용해 동굴 속 장애물을 피해 나는 것은 너무도 유명하다. 생쥐 같은 설치류, 돌고래도 초음파로 의사소통을 한다. 황금색 거미줄을 만드는 네필라 클라비페스라는 거미는 8개 다리에 달려 있는 감각기를 통해 4m 떨어져 있는 곳에서도 미세한 진동을 알아차린다. 화려한 색깔의 갯가재는 서로 다른 민감한 12종의 수용체를 갖고 있어 편광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동물의 감각 세계에 대한 인간의 지식은 ‘0’에 가까웠다. 동물생태학, 동물행동학, 신경과학 등 과학기술의 발달 덕분에 동물들의 신비한 감각 세계 비밀을 벗겨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저자인 마틴 스티븐스 영국 엑서터대 교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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