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이 된 건물… 스스로 자연이 된다[건축 오디세이]
가을을 지나 겨울의 문턱에 선 날, 세월의 무상함에 가슴이 절절하다. 고요한 장소를 찾아 삶의 의미를 되새기며 낙엽을 밟고 싶은 마음으로 발길을 떼어 본다. 서울 중랑구 망우동과 면목동, 경기 구리시에 걸쳐 있는 망우역사문화공원은 이 계절에 딱 어울리는 장소다. 예전 모두가 혐오스럽게 여겼던 망우리 공동묘지는 이제 울창한 숲과 유명 인사들의 묘, 멋진 전망이 어우러진 공원으로 시민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일제가 1933년 조성한 망우리 묘지는 40년이 지난 뒤 분묘가 가득 차 1973년 5월 매장이 금지됐다. 방정환, 오세창, 한용운, 조봉암, 지석영, 박인환, 이중섭, 계용묵 등 근현대사의 인물들이 잠들어 있는 역사적 장소라는 의미를 살려 1992년부터 망우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되기 시작했다. 근현대 인문학의 역사를 떠올리는 기억의 장소로 부각시켜 2013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고 2016년엔 망우리 인문학길을 조성하는 등 기피시설의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 4월 공원 초입에 들어선 중랑망우공간은 수려한 자연경관이 있는 인문적 자연공원으로의 변신 작업에 마침표를 찍은 건축물이다.
건축가 정재헌(경희대 건축학부 교수·모노건축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