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르렁’ 언론 - 감독 하루 만에
한국을 상대로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서 승리를 맛본 알제리는 23일 축제를 벌였다.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의 베이라히우 주경기장을 찾은 알제리 팬들은 경기장 안팎에서 “알라는 위대하다”, “하나, 둘, 셋, 이겨라 알제리” 등의 구호와 노래를 내지르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같은 시간 경기장 기자회견장에서는 그동안 ‘견원지간’이던 바히드 할릴호지치 알제리 감독과 언론의 ‘대통합’이 이뤄졌다.
전날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마음대로 기사를 쓰는 것 같다. 언론에 거짓말들이 많이 보도되고 있다. 바보스럽다”며 자국 언론을 향해 날을 세웠던 할릴호지치 감독은 이날도 “우리가 근거 없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조금 억울하다고 생각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벨기에와의 1차전에서 수비적인 경기 운영으로 역전패한 것에 대해 쏟아졌던 알제리 언론의 비판이 쉬 잊히지 않는 듯했다.
이어 그는 “여러 가지 루머와 거짓말이 많았다. 가족까지 비판을 했다”면서 “나의 가족까지 비판한 것은 참지 못할 일이다. 그러나 나는 나를 위해 투쟁한 것이 아니라 알제리 국민들을 위해 노력했다. 알제리 팬들은 일관되게 우리를 응원했다. 열심히 준비했다. 오늘 저녁은 그 전리품이었다”고 당당히 밝혔다.
그러자 알제리의 한 기자가 다른 기자들과 달리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가 질문 아닌 질문을 했다. 그는 “알제리 언론이 이 승리에 대해 기뻐한다는 뜻을 전하고 싶다. 모든 언론이 당신을 비판했던 것은 아니다”라면서 “그동안의 일에 대해 대표로 사과한다. 이제 우리는 100% 당신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할릴호지치 감독은 “물론 나도 모든 기자가 그랬던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고 한발 물러선 뒤 “러시아가 강한 팀이지만 잘 준비해서 꼭 16강에 진출하겠다”고 화답했다. 승리 뒤 기자회견장에서 연출된 이 사과와 화해의 제스처로 알제리는 단단히 뭉치는 분위기였다.
믹스트존에서도 알제리축구협회 직원들과 취재진이 부둥켜안고 서로를 격려하는 화기애애한 모습이 이어졌다. 역시 축구, 이기고 볼 일이다.
포르투알레그리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2014-06-2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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