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 Dia 브라질] 사방에 쫙 깔린 군인… 누굴 위한 월드컵?

[Bon Dia 브라질] 사방에 쫙 깔린 군인… 누굴 위한 월드컵?

입력 2014-06-13 00:00
수정 2014-06-13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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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상파울루에선 방탄복을 입은 군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낮이라 삼엄한 느낌은 덜했지만 2~4명의 군인들이 한 조를 이뤄 ‘파벨라’라고 부르는 빈민가의 입구, 공항으로 가는 도로변, 개막전이 열린 코린치앙스 경기장 주변과 길목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베이스캠프를 차린 포스두이구아수도 사정은 비슷했다. 대표팀은 경찰이 주변의 교통을 완벽히 통제한 가운데 중무장한 군인들의 호위를 받으며 차로 5분도 걸리지 않는 페드루 바수 경기장과 숙소인 버번 호텔을 오갔다.

이번 대회 제1의 불안 요소로 꼽히는 치안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브라질 정부와 국제축구연맹(FIFA)의 노력은 준전시 상황을 연출하고 있었다. 월드컵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저항과 이를 거듭 억누르는 정부의 강경책이 빚어낸 풍경이지만 “누구를 위한 월드컵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법도 했다.

밥보다 축구를 좋아하는 브라질 국민들이 월드컵에 반대하는 근본적 이유는 빈부차다. 브라질이 직면한 경제 문제의 핵심도 빈부차다. 2013년 미국 CIA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표적 분배지수인 지니계수가 0.519(0.5가 넘으면 폭동위험국으로 분류)인 브라질은 짐바브웨(0.501), 콜롬비아(0.585) 등과 함께 대표적인 분배 불평등 국가다. 굳이 통계를 들춰 보지 않아도 도시 풍경을 둘러보면 빈부차의 심각성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브라질 정부는 빈부차 해소의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해 월드컵을 유치했다.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브라질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골고루 돈을 써야 한다. 하지만 어떤 관광객도 계엄과 같은 분위기 속에서 시장 골목을 누비며 돈을 쓰지 않는다. 대부분이 호텔에 머물면서, 안전이 보장된 곳에서만 지갑을 열게 될 것이다. 브라질 정부는 대회를 통해 빈부차가 개선될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실제 그럴 가능성은 어디에도 없어 보인다. 브라질은 지금 딜레마에 빠져 있다.

포스두이구아수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2014-06-1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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