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감독 능사 아냐…기술위부터 개혁해야”

“외국인 감독 능사 아냐…기술위부터 개혁해야”

입력 2014-07-10 00:00
수정 2014-07-1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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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전문가들 “기술위, 행정 하부조직서 벗어나 독립성 갖춰야 한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이 10일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차기 사령탑이 누가 될지가 축구계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

그러나 축구 전문가들은 새 감독 선임보다 대한축구협회의 기술위원회 개혁이 더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서 ‘지금이 외국인 감독을 선임할 적기’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술위원회만 정상화돼도 외국인 감독 선임 이상 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 외국인 감독 능사 아니다

김대길 KBS N 해설위원은 외국인 감독 선임에 대해 “한국 축구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을 데려와야 하는데 K리그만 봐도 세뇰 귀네슈 전 FC서울 감독을 마지막으로 거의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외국인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에 앉으면 일단 선수 파악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과거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에 대해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 부임해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썼으나 선수 차출이 자유로웠던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천지 차이다.

김 위원은 “과거에는 외국인 감독이 앞서 있는 세계 축구 흐름을 전수해주는 효과가 있었으나 지금은 축구도 정보화 시대여서 새로운 전술 등이 빨리 전파가 돼 큰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도 했다.

그는 다만 국내 감독의 경우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보니 아무래도 자신의 주관으로 선수를 선발하는 데에 제한을 받게 된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이어 “이는 기술위가 정상화되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봤다.

축구계의 대표적인 ‘야당 인사’인 신문선 명지대 교수도 “한국 축구가 나아갈 방향이 정해지면 그에 따라 외국인 감독이 필요해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기술위 개혁을 우선순위로 잡았다.

◇ “축구협회는 현재, 기술위는 ‘미래’…방향부터 설정하라”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은 이날 홍 감독의 사퇴 표명에 이어 기자회견을 자청해 “기술위를 대폭 개편하고 후임 감독도 조속히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개편’이 아니라 ‘개혁’ 수준으로 기술위를 쇄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명보호의 실패는 ‘예견된 참사’였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준비 기간 3년간 대표팀 감독이 2번이나 바뀌었다. 기술위가 유명무실해진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신 교수는 “기술위는 그동안 집행부의 거수기 역할밖에 하지 못했다. 조광래 전 감독 경질 과정에서 기술위는 경질을 통보하는 일밖에 하지 않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 위원도 “현재 파주 NFC(대표팀 트레이닝센터) 기술교육국장이 기술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기술위원장이 협회의 ‘결재 라인’에 걸려있는데 어떻게 기술위에 독립성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기술위를 완전히 독립시키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식견을 가진 전문가를 엄선해 그 자리에 앉혀 한국 축구의 비전과 로드맵을 제시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신 교수는 “정몽준 전 회장과, 정몽규 회장 재임 20년간 기술위는 행정의 하부 조직에 머물러 있었다”면서 “협회의 행정이 한국 축구의 ‘현재’라면 기술위는 ‘미래’다. 기술위원장을 협회 전무에 걸맞은 권한을 가진 자리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또 “기술위라면 감독이 월드컵에서 실패했을 경우 함께 책임을 지고 일괄 사퇴할 정도의 책임감도 갖춰야 한다”며 이날이 돼서야 사퇴 의사를 축구협회에 전한 황보관 기술위원장의 처신을 에둘러 꼬집기도 했다.

김 위원은 “현재 기술위원이 전원 비상근직인데 일부를 상근직으로 전환해 각종 자료를 계속 축적하고 대표급 선수들에 대한 평가도 지속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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