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종아리 통증…주변 기대와 불리한 배정 안고도 역주
18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이상화가 태극기를 들고 관중들이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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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종아리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으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단 한 개의 금메달도 목에 걸지 못했다.
그는 일찌감치 시즌을 접고 재활에 힘썼다. 이상화가 월드컵 시리즈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건 무려 7년 만이었다.
이 시기,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는 점점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상화가 빠진 틈을 타 여자 500m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재활에 집중했던 이상화는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부상에서 돌아온 이상화는 2017-2018 시즌에서 예전의 기량에 조금씩 다가갔지만, 끝내 고다이라를 넘지 못했다.
올 시즌 4차례 열린 월드컵 대회에서 고다이라에게 간발의 차이로 밀렸다. 주변에선 ‘이상화의 시대가 갔다’고 표현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무대에서도 그랬다.
고다이라는 여자 1,500m와 여자 1,000m 경기에 참가해 조금씩 몸 상태를 끌어올리며 여자 500m를 정조준했다.
이상화는 여자 1,000m 경기 출전을 포기했다. 500m 경기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이었다.
평창올림픽 홈 무대인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고다이라는 두 번이나 ‘리허설 무대’를 소화했지만, 이상화는 단 한 번의 레이스만 펼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주변의 기대도 이상화의 어깨를 무겁게 눌렀다.
2010년 밴쿠버 대회와 2014 소치 대회 500m 금메달리스트인 이상화에겐 ‘3연패 도전’이라는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이상화는 압박감을 떨쳐내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수차례 ‘난 나야’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평정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아웃코스 스타트 배정도 이상화에게 불리한 조건이었다.
아웃코스에서 레이스를 시작하면 마지막 곡선 주로에서 원을 작게 돌게 된다.
원을 작게 돌면 원심력으로 인해 자세가 흐트러지기 쉽다.
이상화는 과거 아웃코스 스타트를 선호했지만, 왼쪽 무릎 부상과 오른쪽 종아리 통증에 시달린 뒤에는 마지막 곡선주로 주파에 부담을 느껴 인코스 스타트를 선호했다.
그러나 평창올림픽 조 추첨에서 아웃코스 스타트를 배정받으면서 불리한 조건으로 경기에 나섰다.
이상화는 18일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이 모든 악조건을 이겨내고 초반 100m까지 고다이라 나오를 앞지르며 역주를 펼쳤다.
그러나 마지막 곡선주로에서 삐끗거리며 2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그래도 이상화는 찡그리지 않았다. 아름다운 질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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