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다 ‘팀 코리아’… 위대한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

뜨거웠다 ‘팀 코리아’… 위대한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

임주형 기자
임주형 기자
입력 2018-02-20 22:54
수정 2018-02-20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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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아이스하키 단일팀 최종전서 두 번째 골… 5전 전패로 마감

20일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한 합작 ‘팀 코리아’의 평창동계올림픽 최종전이 펼쳐진 강원 강릉 관동하키센터. 3피리어드 종료를 알리는 버저 소리에 ‘냉혹한 승부사’ 세라 머리(30·캐나다) 총감독도 눈물을 살짝 내비쳤다. 이어 박철호(49) 북측 감독과 포옹했다. 남측 동생 최지연(20)과 북측 언니 황충금(23)도 링크에서 서로를 뜨겁게 껴안았다. 골리 신소정(28) 등 선수들은 아쉬운 얼굴로 링크 한가운데에서 작은 원을 만든 뒤 “하나 둘 셋, 팀 코리아”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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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링크에 분단선은 없었다
아이스링크에 분단선은 없었다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한 단일팀으로 뛰는 북측 황충금(왼쪽)과 남측 최지연이 20일 강원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7·8위 결정전을 마친 뒤 서로 안아 주고 있다.
강릉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사상 첫 남북한 올림픽 단일팀 ‘머리호’는 이날 스웨덴과의 7~8위 결정전으로 위대한 도전을 마쳤다. 목표로 한 올림픽 첫 승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마지막 투혼을 불살랐다. 지난달 25일 북측 선수단의 합류 이후 한 달 가까이 동고동락한 남과 북은 이제 다시 헤어져야 한다. 하지만 한반도는 물론 지구촌에 감동을 안긴 터라 ‘끝’이 아닌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대망의 올림픽 첫 승에 목마른 팀 코리아는 초반부터 매섭게 스웨덴을 몰아붙였다. 1피리어드 5분 50초 사비나 쿨러에게 먼저 골을 허용했으나 결코 흐트러지지 않았다. 30초쯤 지난 6분 21초 맏언니 한수진(31)이 비하인드 넷에서 주장 박종아(22)의 재치 만점인 패스를 받아 스웨덴 골문 안으로 슛을 쐈다. 네트는 퍽에 출렁였다. 지난 14일 일본전에서 역사적인 첫 골을 넣은 랜디 희수 그리핀(30)에 이어 두 번째 골의 주인공이 됐다. 팀워크로 일군 골이어서 더욱 값졌다.

다섯 번째 경기를 치른 팀 코리아는 어느새 찰떡 호흡을 뽐내고 있었다. 박 감독이 남측 최지연에게 작전 지시를 내리는 등 남과 북의 경계를 허물었다. 북측 김향미(23)는 박종아에게 결정적인 골 찬스를 안기는 멋진 패스를 했다. 하지만 정신력으로 버티기엔 실력 차가 컸다. 1피리어드 막판 결승골을 맞았다. 2피리어드와 3피리어드에서도 각각 1골과 3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머리 총감독은 앞서 출전하지 못했던 선수들에게 올림픽 경험을 쌓도록 기회를 주었다. 엔트리에 이연정(24)을 처음으로 집어넣고 백업 골리 한도희(24)도 막판 교체 투입했다. 이에 따라 남측 23명 중 발목 부상을 당한 이은지(17)와 또 다른 백업 골리 제니 김 노울즈(28)를 뺀 모든 선수가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북측 선수 12명 중에선 이날 출전한 김은향(26)·김향미·진옥(28)과 앞서 기용했던 황충금과 정수현(22)을 포함해 5명이 뛰었다.

팀 코리아 경기 일정은 마무리됐지만 26일까지 함께 훈련한다. “(북한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북측 선수들을 더 가르치고 싶다”는 머리 감독의 요청을 북측도 받아들였다. 단일팀은 25일 폐회식에도 동반 참석한다.

강릉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2018-02-2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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