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여왕의 무게’ 실린 스케이트 벗고 ‘숙녀 연아’로

<올림픽> ‘여왕의 무게’ 실린 스케이트 벗고 ‘숙녀 연아’로

입력 2014-02-21 00:00
수정 2014-02-2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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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여왕’ 김연아(24)가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언제나 큰 관심과 기대를 지우던 무거운 스케이트화에도 작별을 고했다.

김연아는 앞서 20일(한국시간) 열린 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을 마친 뒤 “나도 사람이니까 긴장감을 느낀다”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큰 무대에서 더 대담하고 완벽한 연기를 펼치는 데서 유래한 ‘강심장’이라는 별칭에 가려져 있지만, 자신의 말대로 김연아는 언제나 ‘당연히 1등이겠지’라고 전망하는 주변의 기대를 떠안고 빙판에 서 왔다.

무대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현지에 도착한 김연아의 첫 표정에는 늘 긴장이 숨어 있다.

어느 대회에서나 첫 훈련을 전후해 들을 수 있는 “부담을 덜고 경기에 나서려 한다”는 똑같은 대답은 반대로 부담감을 들키고 싶지 않은 속내의 표현에 가깝다.

김연아는 경기를 마친 뒤에야 자신이 긴장했던 부분을 털어놓으며 때로는 후련함을, 때로는 뿌듯함을 특유의 톡톡 튀는 말투로 털어놓곤 한다.

여왕이라는 칭호에 “오글거린다”며 웃음을 터뜨리고, 후배 선수들과 패션 소품에 관련한 수다를 떨기도 하는 등 ‘선수’의 칭호를 벗어난 다른 모습의 김연아를 볼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당연히 잘해야 하는’ 중압감 속에서 김연아는 여러 차례 갈등했다.

사춘기가 찾아온 초등학교 6학년 때 빙상장과 학교만 오가야 하는 선수 생활을 힘겨워하며 그만두려 한 적도 있고, 부상과 긴 싸움을 벌이며 진지하게 은퇴를 고민하기도 했다.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목에 건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에는 허탈감이 찾아와 긴 방황을 했다.

당시를 돌아보며 김연아는 “어릴 때부터 끝이라고 생각한 밴쿠버올림픽을 마치고 나니 의욕이 생기지 않았고, 경기에 나설 때마다 느껴야 하는 긴장감 등의 감정을 생각만 해도 두려웠다”고 말한 바 있다.

김연아는 “힘들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어릴 때부터 해 온 일이기 때문에 그냥 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며 소치올림픽을 향해 다시 스케이트끈을 조였다.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지만, 당연히 2연패 달성 여부에 쏠린 시선과 부담은 견뎌내야 했다.

개최국 러시아의 새로운 스타들에 관한 관심이 커졌고, 심판들은 쇼트프로그램에서 경쟁자들에게 후한 점수를 남발해 긴장감을 더 키웠다.

하지만 김연아는 다리가 잘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큰 긴장 속에서도 쇼트프로그램을 ‘클린 연기’로 장식했다.

경쟁자들에게 후한 판정이 이어지면서 자신의 최고 기록에 가까운 성적을 내야 금메달을 따낼 수 있는 부담 속에 경기에 나선 프리스케이팅에서도 깨끗한 연기를 선보였다.

비록 금메달은 놓쳤지만, 김연아는 적진 한복판이나 다름없는 분위기 속에서도 다시 한 번 자신을 짓누르는 긴장감을 이겨내고 완벽한 연기로 자신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경기를 마치고 “실수 없이 한 것에 만족한다”며 미소를 지은 김연아는 그동안 ‘여왕다운 연기를 해야 한다’는 부담을 싣고 빙판을 누비던 스케이트화를 벗고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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