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격파동 이겨낸 박태환의 ‘은빛 역영’

실격파동 이겨낸 박태환의 ‘은빛 역영’

입력 2012-07-31 00:00
수정 2012-07-31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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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혼란속에도 올림픽 2회 연속 2개 메달 획득

박태환(23·SK텔레콤)이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딴 30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런던 올림픽파크의 아쿠아틱스 센터.



경기 전 전담팀을 운영하는 SK텔레콤스포츠단 관계자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그가 걱정하는 것은 이번 대회 경영 경기 첫 날인 지난 28일 자유형 400m에서 벌어진 ‘실격 파동’의 여파였다.

박태환은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조 1위, 전체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냈다.

하지만 출발 신호 전에 몸을 움직였다는 불명확한 이유로 ‘실격(DSQ·Disqualified)’ 처리됐다.

이후 우리 선수단의 두 차례에 걸친 이의 제기 끝에 결국 잘못된 실격 판정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박태환이 실격 번복 소식을 들은 것은 결승전을 불과 5시간도 남겨놓지 않은 오후 3시가 다 돼서였다.

박태환은 예선 경기가 끝난 뒤 약 4시간 사이에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혼란을 겪었다.

제대로 결승 준비를 할 상황이 아니었다.

미국 수영전문 월간지 ‘스위밍월드’에 칼럼을 쓴 존 크레이그는 “디펜딩 챔피언 박태환이 적절하지 않은 이유로 실격처리된 것은 매우 부당한 일이었다”며 “실격판정이 번복됐지만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버린 뒤였다”며 오심이 박태환에 미쳤을 악영향을 지적했다.

그는 박태환이 예선 후에 오심 여파로 체온관리를 제대로 하기 어려웠을 뿐만아니라 적절한 음식 섭취나 소화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박태환은 결승에서 3분42초06을 기록, 은메달을 땄다.

맞수 쑨양(중국·3분40초14)에게 금메달은 내줬지만 금메달만큼 값진 은메달이었다.

박태환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아쉬움이 북받쳐오른 듯 눈물을 훔쳤다.

박태환을 가까이 지켜봐온 전담팀 관계자들에게도 박태환의 눈물은 낯설었다.

박태환은 하루 뒤인 29일 바로 자유형 200m 예선과 준결승을 치렀다.

사실 더 걱정스러운 것이 자유형 200m였다.

자유형 400m 결승은 다시 출전할 수 있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좋아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 없이 치러냈다.

하지만 올림픽 2연패를 노린 주종목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놓친 데 대한 상실감이 박태환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 지는 의문이었다.

자유형 400m에서 무난히 금메달을 따고 나면 자유형 200m에서도 내심 금메달을 노려볼 만하다는 것이 박태환과 전담 지도자인 마이클 볼(호주) 코치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일단 첫 걸음에서 삐걱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자유형 200m 예선 때보다 준결승 때 몸 상태가 좋았다.

하지만 이날 예선을 치르고 나서 박태환은 “어제는 어제 일이다.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라면서도 “그래도 가끔 생각이 나긴 하는데…”라며 전날의 악몽 같은 기억을 완전히 떨치지는 못한 모습이었다.

볼 코치는 호주 대표팀도 챙겨야 해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박태환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심어주려고 애를 썼다.

볼 코치는 “훈련이 잘됐으니까 준비한만큼만 하면 된다”고 박태환을 계속 격려했다.

마침내 박태환은 결승에서 1분44초93의 기록으로 쑨양과 동시에 터치패드를 찍어 1분43초14를 기록한 야닉 아넬(프랑스)에 이어 공동 은메달을 차지했다.

아넬, 쑨양은 물론 라이언 록티(미국), 파울 비더만(독일) 등 쟁쟁한 우승 후보들이 즐비했지만 당당하게 맞서 ‘은빛 물살’을 갈랐다.

박태환은 “자신감이 넘치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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