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먹던 힘까지 짜낸 신의현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였다”

젖먹던 힘까지 짜낸 신의현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였다”

김경두 기자
김경두 기자
입력 2018-03-17 17:10
수정 2018-03-1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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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트존 인터뷰...‘멀티 메달’ 수확

동계패럴림픽 사상 첫 금메달
동계패럴림픽 사상 첫 금메달 신의현이 17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7.5㎞ 좌식 경기를 마치고 울먹이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이날 신의현은 22분 28초 40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8.3.17/뉴스1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한민국의 동계패럴림픽 첫 번째 금메달이 나왔다. 주인공은 역시나 노르딕스키의 간판 신의현(38)이었다. 그는 17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열린 장애인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7.5㎞ 좌식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크로스컨트리스키 15㎞(동메달)에 이은 ‘멀티 메달’이다. 동계패럴림픽에서 2개의 메달을 딴 첫 번째 대한민국 선수가 됐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그는 마음의 부담을 덜어낸 듯 후련한 표정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동계패럴림픽의 새 역사를 썼다. 소감은.

-새 역사를 쓴 거보다 제가 애국가를 들려드리고 싶다고 했는데 약속을 지킬 수 있어 다행이다. 제가 약속을 지키는 남자가 됐다.

?감격해서 눈물을 흘린 듯 한데.

-(눈물이 아니라) 잠깐 땀이 따서 눈이 좀 (따가웠다). (그러나 그는 감격해 눈물을 흘렸다. 지난 11일 동메달을 땄을 때도 눈물이 아니라 땀이라고 우겼다.)

?오늘 레이스 전략은 무엇이었나.

-레이스 전략 없었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였다. (중간에) 5초 차이가 난다고 해서 (제가) 지고 있는 것으로 알았다. 잘못 들은 건데, 이기고 있는 줄 몰랐다. ‘달리라’고 해서 젖먹던 힘을 다했다.

?메달에 대한 부담이 컸을 것 같다.

-바이애슬론에서 잘했으면 됐는데, 세 번의 기회를 놓치니 어제 잠을 못 잤다. 명상 음악을 들으며 잤던 게 도움이 된 거 같았다.

?가장 생각나는 분이 어머니일 거 같은데.

-어머니와 가족들이 가장 많이 생각난다. 어머니께서 추운 날씨에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고, 제가 어머니를 웃게해드린 거 같아 기쁘다. 오래오래 사시고 앞으로 더 행복하게 해드리겠다. 사랑합니다.

?바이애슬론보다 크로스컨트리스키 성적이 좋다.

-아~, 할 말이 없다(웃음).

?응원이 큰 힘을 준 거 같다.

-응원 함성이 컸다. 5초 차이는 크지 않은데, 응원 때문에 5초 차이를 유지할 수 있었다. 국민 여러분들이 응원해 주지 않았으면 메달을 따지 못했을 것이다

?결승선을 앞둔 마지막 직선 주로에서 생각한 것은.

-특별한 생각은 없었고, ‘죽어도 가야 된다, 죽어도 가야 된다’고 암시하면서 갔다.

?결승선을 통과하고 배동현 한국선수단장이 찾아왔는데.

-(배 단장이) 울었다. ‘고생했다’면서 우시더라.

?그럼 두 남자가 운 셈이다.

-그렇게 되나. 남자들이 울 수도 있다. 요즘은 (남자들 우는 것을 터부시하는) 그런 시대가 아니지 않느냐(웃음).

?자녀에게 하고 싶은 말은.

-동메달도 좋은데, 금메달을 따서 멋진 아빠가 된 거 같다. 애국가를 들려주고 싶었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기분 좋다.

?와이프에게도 한마디 한다면.

-아이 엄마가 열성적으로 응원해줬다. (지난 14일 크로스컨트리스키 스프린트 경기에서는) 너무 열심히 응원하다가 (실수로) 대통령 시선을 막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웃음). 열정적으로 응원해줘서 고맙다. 전에는 속도 많이 썩였는데 남은 인생에선 잘하고 멋진 신랑이 되겠다. 사랑한다.

?마지막 경기 각오는.

-18일 오픈 릴레이가 남았는데 동생들과 열심히 레이스를 펼치겠다.

?2006년 교통 사고 당시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나.

-그런 생각을 전혀 못했다. 그때는 (교통 사고로) 3일 만에 깨어났고 죽는 줄 알았다. 멍했다. 이런 인생이 펼쳐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오래 살다보니 이런 (기쁜) 날이 왔다.

?장애인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저 자신도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고 그분들도 (저를 보고) 느끼는 부문이 많을 것이다. 힘이 나도록 꾸준히 활동하겠다. 오래 살면 좋은 날이 온다. 파이팅.

평창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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