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동요 가능성에도 방향 전환 선언
보유 중인 핵무기처리 방안은 안 밝혀통일부 “北 주민에 첫 육성 언급 의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밝힌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상 대외용인 남북 정상 간 공동선언이나 북·미 정상 간 공동성명 등과 달리 북한 최고지도자의 신년사는 모든 북한 주민에게 전파되고 ‘학습’되기 때문이다. 통일부도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북한 주민들에게 육성으로 언급한 건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위원장은 2013년 집권 이후 신년사에서 줄곧 핵무장을 강조했으며 완전한 비핵화를 발언한 적은 없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1년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신년사에서 언급한 적은 있지만 역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한 것은 아니었다.
집권 이후 지난해까지 줄곧 핵무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김 위원장이 1년 만에 갑자기 비핵화를 언급한 것은 그만큼 주민들에게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주민들의 동요 가능성 등 리스크를 감수하고 어쨌든 방향 전환의 ‘결단’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불변한 입장이며 나의 확고한 의지”라고 강조했다. 또 “이미 더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실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것을 선포하고 여러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 왔다”고 했다.
다만 이미 보유 중인 핵무기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외적으로 핵 폐기 의사를 밝힌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졸지에 모든 핵을 포기하는 데 따른 안보 불안 심리를 주민들이 갖는 것을 경계한 의도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핵무력’을 2015년 신년사에서 언급했다. 그는 “핵 억제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을 억척같이 다지고 국권을 튼튼히 지켜온 것이 얼마나 정당했냐”고 했다.
2016년에는 핵 관련 언급이 없었지만 김 위원장은 2017년 신년사에서 “첫 수소탄(수소폭탄) 시험과 각이한 공격수단들의 시험발사, 핵탄두 폭발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으며 대륙간 탄도로켓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 단계에 이르렀다”며 무력 과시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 이는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며 핵무력 완성을 공표했다. 다만,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면서 핵무력 완성 발언이 대등한 위치에서 북·미 협상에 나서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2019-01-0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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