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신년사] 트럼프 의식한 김정은, 오벌오피스 같은 집무실 파격 공개

[김정은 신년사] 트럼프 의식한 김정은, 오벌오피스 같은 집무실 파격 공개

박기석 기자
박기석 기자
입력 2019-01-01 22:58
수정 2019-01-02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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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국가 지도자 연출한 신년사

내부는 최초… 의상·소품 등 치밀한 연출
전화기·사진 등 시진핑 집무실과도 유사
외벽시계 0시부터 녹화… 30분간 낭독
소파에 앉아 인민과 대화하듯이 안정적
이례적으로 복도 걷는 입장 장면부터 중계
김창선이 맞이하고 김여정·조용원 수행
트럼프·시진핑처럼…집무실 소파에 앉아서 신년사 발표
트럼프·시진핑처럼…집무실 소파에 앉아서 신년사 발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새해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신년사를 조선중앙TV를 통해 발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과거와 달리 연단에 서서 신년사를 읽지 않고 소파에 앉아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정면을 응시하며 신년사를 시작해 눈길을 모았다. 김 위원장 뒤쪽으로 왼편에 김일성 주석, 오른편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이 보인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를 발표하는 모습은 정상국가 지도자의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 장소와 의상, 소품 등을 치밀하게 계획한 정황이 짙어 보였다. 특히 비핵화 협상 상대인 미국 대통령의 스타일을 ‘패러디’한 듯한 모습도 보여 미국과 대등한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이날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의 개인 집무실로 보이는 장소에서 신년사를 발표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집무실 내부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어서 그 자체로 파격적이다. 김 위원장은 1인용 소파 끝에 걸터앉아 30분간 1만 3000자에 육박하는 신년사를 낭독했다.

조선중앙TV로 공개한 이번 신년사 영상은 언제 녹화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해가 넘어가는 때에 신년사를 발표하는 듯한 효과를 냈다. 김 위원장이 등장하기 전 영상 속 청사 바깥은 깜깜했으며 청사 외벽에 걸린 시계는 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발언을 시작할 때 집무실의 시계는 0시 5분을 가리키고 있었으나 신년사 시작 8분이 지났을 때부터 시계는 모자이크 처리됐다. 발언이 끝나갈 즈음 시계는 0시 55분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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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를 집무실에서 파격적으로 1인용 소파 끝에 걸터앉아 발표하면서 매년 집무실에서 앉아 신년사를 발표한 미국 대통령과 중국 주석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지난해 6월 이민정책과 관련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를 집무실에서 파격적으로 1인용 소파 끝에 걸터앉아 발표하면서 매년 집무실에서 앉아 신년사를 발표한 미국 대통령과 중국 주석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지난해 6월 이민정책과 관련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집무실에서 앉아서 신년사를 발표한 모습은 미국 대통령의 스타일을 연상시킨다. 미국 대통령은 중요한 대국민 연설을 할 때 집무실인 백악관 오벌오피스의 ‘결단의 책상’에 앉아서 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벌오피스를 간단한 기자회견 장소로 애용한다. 때문에 김 위원장이 맞상대인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해 ‘우리도 미국처럼 못할 게 없다’는 생각으로 과감히 집무실 내부 인테리어를 공개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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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를 집무실에서 파격적으로 1인용 소파 끝에 걸터앉아 발표하면서 매년 집무실에서 앉아 신년사를 발표한 미국 대통령과 중국 주석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른쪽은 베이징 중난하이 집무실에서 2018년 신년사를 발표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를 집무실에서 파격적으로 1인용 소파 끝에 걸터앉아 발표하면서 매년 집무실에서 앉아 신년사를 발표한 미국 대통령과 중국 주석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른쪽은 베이징 중난하이 집무실에서 2018년 신년사를 발표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의 신년사 발표 형식을 ‘벤치마킹’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시 주석은 지난달 31일 베이징 중난하이 집무실 책상에 앉아 신년사를 발표했다. 시 주석 집무실 책상에는 ‘훙지’(紅機)라고 불리는 공산당 전용전화와 인민해방군 보안전화가 놓여 있는데 이는 중국공산당 권력의 상징이다. 김 위원장이 앉은 소파 옆 탁자에도 전화기가 놓여 있었다. 또 시 주석은 집무실에 사진을 걸어 자신의 권위와 정책 방향을 시사하곤 하는데 김 위원장 역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진을 배경으로 신년사를 발표했다.

김 위원장이 인민복이 아닌 양복 차림으로 등장한 것도 정상국가 이미지를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2017년부터 양복 차림으로 연설을 해 오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정상국가 지도자 이미지와 함께 자연스러움, 편안함, 안정감을 추구한 것은 북한의 밝은 미래를 강조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날 신년사 중계는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이 복도를 걸어 집무실로 가는 장면부터 시작됐다.

양 교수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과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등이 수행한 점을 들어 “이들을 중심으로 신년사가 준비됐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9-01-0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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