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고도 2천㎞ 첫 돌파…자세제어 기술도 진보
북한이 15일 신형 지상대지상 중장거리 미사일 ‘화성-12’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약 40년에 걸친 북한의 집요한 미사일 개발 과정과 현재의 기술 수준에 관심이 쏠린다.북한은 1970년대 후반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개발에 본격 착수했으며 장거리 핵 투발수단 확보에 초점을 두고 미사일 능력을 키워왔다.
1970년대 구(舊)소련에서 스커드 미사일을 도입해 역설계 하는 방식으로 미사일 개발에 나서 1984년에는 스커드-B 모방형 개발에 성공했다.
이어 1986년에는 사거리 500km의 스커드-C 모방형을 시험 발사한 뒤 1988년부터 이들 미사일을 작전 배치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1990년대에는 일본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사거리 1천300㎞의 노동미사일을 실전 배치함과 더불어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나섰다.
1998년에는 북한의 첫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인 ‘대포동 1호’(사거리 2천500km) 발사가 이뤄졌다. ‘대포동 1호’는 한미가 붙인 이름으로, 북한은 당시 첫 인공위성 ‘광명성 1호’의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북한은 2006년 사거리 6천700㎞ 이상으로 추정되는 대포동 2호를 시험 발사했으며, 2009년과 2012년(2회)에도 인공위성으로 가장한 대포동 계열 장거리 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한 끝에 2012년 12월 ‘은하 3호’ 때는 3단 분리에 성공했다.
북한은 2012년 이후 사거리 9천㎞ 이상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KN-08과 그 개량형인 KN-14를 공개하기도 했지만, 실제 ICBM 시험발사에 나선 적은 없다.
북한은 구소련의 R-27(SS-N-6)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모방해 개발한 IRBM인 무수단(사거리 3천~3천500㎞ 이상) 미사일을 2007년 실전 배치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 시험발사에서도 연거푸 실패했다.
북한은 올해 2월 12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인 북극성 2형 시험발사 성공 이후 지난달 5일과 16일, 29일 신형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각각 1발씩 쐈지만 모두 공중 폭발로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 화성-12형이 발사에 성공하면서 북한이 원거리 핵 투발 능력을 갖춘 미사일 완성에 바짝 다가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번에 쏜 화성-12형은 무수단 개량형, 혹은 지난달 잇달아 시험발사에 실패했던 신형 탄도미사일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 노동신문의 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이 지난 김일성 주석의 105번째 생일(4월 15일)을 맞아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10’(무수단 개량형) 미사일과 흡사하다는 점에서다.
북한은 이번에도 발사각을 최대한 끌어올린 고각 발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 미사일이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최대정점고도 2천111.5㎞까지 상승비행하여 거리 787㎞ 공해상의 설정된 목표 수역을 정확히 타격하였다”고 전했다.
북한 미사일의 고도가 2천㎞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 미사일의 비행 궤적을 토대로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이 KN-08과 KN-14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그에 준하는 신형 미사일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북한이 이번 미사일을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이라고 밝혔지만, 성능을 따져보면 사실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맞먹는다는 것이다.
탄도미사일 사거리가 5천500㎞를 넘으면 ICBM으로 분류된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사거리가 5천∼6천㎞일 경우 미군기지가 있는 괌뿐 아니라 미국 본토인 알래스카주(州)를 타격할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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