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진대제前장관 닮은꼴
정치권과 재계에서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와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의 비슷한 이력이 화제다.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빌딩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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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어린 시절 판자촌에서 자란 진 전 장관은 어렵사리 미국 유학에 나서 휴렛팩커드와 IBM 등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김 후보자 역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하루 두 시간씩만 자고 일하며 존스홉킨스대를 졸업했고, ‘미국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벨 연구소도 잘 이끌었다.
다만 오랜 미국 생활 탓에 진 전 장관은 장남의 이중국적 문제로 취임 전 곤욕을 치렀다. 김 후보자 역시 본인이 국적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스타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라는 점도 같다. 진 전 장관은 삼성의 반도체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며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김 후보자도 자신이 1992년 미국에 세운 벤처회사 ‘유리시스템즈’를 루슨트에 10억 달러에 매각해 한때 미국 내 400대 부자에 들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진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실세 장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진 전 장관은 2004년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 ▲8대 서비스 ▲3대 인프라 ▲9대 신성장동력을 육성해야 한다는 ‘IT839’ 전략을 내놨다. 사업 영역이 겹치는 타 부처의 반발을 과감히 물리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김 후보자가 맡게 될 미래창조과학부 역시 옛 정통부를 능가하는 위상을 갖추면서 명실상부한 정보통신기술(ICT) 컨트롤타워 구실을 하게 됐다.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이곳에서 찾겠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이 김 후보자가 가진 상징성에만 집착해 ‘정치적 카드’로 쓰려 할 경우 진 전 장관 때와 마찬가지로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진 전 장관은 2006년 지방선거에 당시 여당(열린우리당)의 압박에 못 이겨 원치도 않던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섰다 낙선하고 정치권을 떠났다. 당시 “국가 십년대계를 내다보며 열심히 일하던 장관을 정치꾼들이 망가뜨렸다”는 비난이 거셌다.
김 후보자 역시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맞서기 위해 박 당선인이 내세운 ‘히든카드’라는 분석이다. 자칫 ‘안풍’이 거세질 경우 김 후보자도 맞대결을 위해 선거에 차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13-02-21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