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치킨게임’ 정점 치닫나…최고수위 ‘말폭탄’ 투척

北·美 ‘치킨게임’ 정점 치닫나…최고수위 ‘말폭탄’ 투척

입력 2017-09-22 10:24
수정 2017-09-2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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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완전파괴’ 경고에 김정은 “망발엔 대가…초강경 대응 고려”

북한과 미국의 최고 지도자가 전례 없이 높은 수위의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한반도의 긴장 지수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면서 북미 간의 갈등도 점점 다음을 생각하지 않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북한이 당 창건일인 10월 10일을 앞두고 고강도 군사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미국은 ‘세컨더리 보이콧’ 성격의 고강도 제재 조치를 내놓으며 대북 압박의 고삐를 더욱 틀어쥐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22일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의 완전파괴’를 언급한 데 대해 전날 직접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에 대한 강력한 대응 조치를 천명했다.

김정은이 직접 성명을 발표한 것도 이례적인 데다 트럼프 대통령을 ‘늙다리’, ‘불망나니’, ‘깡패’ 등으로 칭하며 내뱉은 내용 또한 심상치 않다.

특히 김정은이 “우리 국가와 인민의 존엄과 명예, 그리고 나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라면서 “망발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아낼 것”이라고 위협한 것은 조만간 매우 강한 도발적 행동에 나설 것임을 사실상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은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 조치 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최선”, “무엇을 생각했든 간에 그 이상의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며 위협을 쏟아내기도 했다.

김정은이 이처럼 거칠게 반응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대북 경고에 상당한 위협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연설에서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옵션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압박성 발언이었지만, 김정은은 언제나 그렇듯 핵·미사일 고도화 의지를 꺾기는커녕 이를 “역대 가장 포악한 선전포고”로 규정하고 발끈한 것이다.

문제는 김정은의 ‘말폭탄’이 단순한 위협에 그치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북한은 그렇지 않아도 “끝을 볼 때까지 이 길(핵능력 보유)을 변함없이 더 빨리 가야 하겠다”(13일 외무성 보도)며 도발 의지를 다지던 차였다.

통일부 관계자는 “김일성, 김정일 시대를 통틀어서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 명의의 성명이 나온 것은 처음으로 파악된다”면서 “성명의 형식이나 내용으로 볼 때 실제 도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은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북한이 실제 고강도 도발을 한다면 북미 간의 ‘강 대 강’ 대치 구도는 더욱 선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미국의 고위 당국자들이 원론적이기는 하지만 잇따라 대북 군사옵션을 거론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과는 다른 차원으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미국은 일단 대북 경제 제재를 최고수위로 끌어올리며 북한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북한과 무역거래를 하는 제3국 금융기관과 기업, 개인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 성격의 대북제재를 발표했다.

새 대북제재에는 북한 기업과 거래하는 외국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북한의 합법적인 무역활동까지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는 조치로 여겨진다.

북한의 돈줄을 더욱 죄겠다는 것으로, 북한과의 무역거래가 대부분 중국과 러시아에 집중된 점을 고려하면 두 나라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북제재에 동참하도록 압박하는 의미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에선 북미 간의 극한 대치 속에서 우리 정부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이 더욱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미 간의 갈등이 점점 임계점을 향해 가면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열려있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최대의 압박을 하면서도 지금의 갈등이 전쟁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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