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한 발달장애인 거점병원
동네 의원서 진료 거부… 2년 전 확대 지정소통 가능한 인력 지원 거론 단계서 멈춰
주사 한 대도 맞기 어려운 발달장애인은 동네 일반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당하기 일쑤다. 국가가 의료 서비스·협진 통합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발달장애인 거점병원’을 마련했지만 장벽이 높긴 매한가지라고 가족들은 말한다.
지난 16일 기자와 만난 김모(53)씨는 “거점병원인 한양대병원에서도 발달장애 아들의 독감 예방접종을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병원 측에서 ‘95㎏인 데다 행동 제어도 안 돼 주사를 놓기 어렵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인지능력이 낮고 민감한 발달장애인은 곧잘 진료를 거부하며 난동을 부린다. 국가가 2018년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전국에 총 8개의 거점병원을 확대 지정한 이유다. 거점병원은 발달장애인의 특성과 요구를 이해하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별도의 코디네이터가 진료 과정을 지원한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공한 ‘각 거점병원 인력 기준 충족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한양대병원을 포함한 거점병원 8곳은 코디네이터를 1명 이상 두고 있었다. 그러나 김씨와 통화한 병원 직원은 한양대병원이 발달장애인 거점병원이란 사실조차 모르는 듯했으며, “코디네이터는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발달장애인법상 거점병원 인력 기준인 진료전문의 3인 이상(소아 정신건강학과 전문의 1인 이상)이면 거점병원 지정을 받을 수 있다. 윤진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처장은 “발달장애인법을 바탕으로 거점병원이 논의될 때 발달장애인과 소통 가능한 의료 인력 지원 등 구체적 안이 거론됐지만 지금은 유명무실한 상태”라고 밝혔다. 김일열 보건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장은 “지난 7월 공통 운영 지침을 만들었고 진료 지침은 앞으로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양대학교의료원 측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코디네이터를 갖추고 있다”면서 “소통이 원활치 않아 제대로 안내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발달의학센터를 통하면 환자 상태에 따라 외래나 입원 접종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2020-10-2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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