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기담/전건우 지음/CABINET/432쪽/1만 3800원
저자는 ‘고문고시원’이라는 가상의 공간에 추리와 무협, 스릴러 SF 등 서로 다른 장르의 이야기를 섞어 넣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유령이나 다름없다.
“고문고시원 사람들은 숨을 죽인 채 살아간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그렇다. 고문고시원의 잔류민들은 모두 유령이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23쪽)
죽은 사람과 대화하고, 초능력이 생기고, 유령이 돌아다니는 기이한 사건들이 이어지는 고문고시원 속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저자의 주제 의식을 떠올리게 된다. 장르적인 방법으로 사회를 고발하지만, 이야기를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작품 전반에 깔린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다.
저자가 이 이야기를 구상한 것은 10여년 전 부산에서 서울로 와 신당동의 한 고시원에 살게 됐을 때였다고 한다. 홈페이지로 본 고시원은 주방도 널찍하니 깔끔하고 머물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창문 있는 방은 3만원이 더 비싸다’는 고시원 총무의 말을 듣고 환상이 깨졌다. 건장한 성인은 오가기도 어려울 만큼 좁은 복도에, 옆방에서 들릴까 봐 소음도 내기 어려운 이곳에서 약자의 모습을 바라보며 구상한 이야기가 비로소 독자와 만나게 됐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18-08-17 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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