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주 신작 ‘그녀 이름은’ 출간
10~60대 여성들의 애환담담한 문체로 28편 소설 엮어
“특별하지 않은 여성들의 삶 더 많이 드러나고 기록됐으면”
조남주 작가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작가는 특유의 담담한 문체로 여성들의 고통과 수난의 연대기를 써내려간다. 상사의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에 알리고 노동청에 진정을 냈지만 오히려 따돌림을 당한 공기업 직원(‘두 번째 사람’), 12년 동안 싸움을 이어 오다 결국 대법원 판결로 분루를 삼키게 된 KTX 해고 승무원(‘다시 빛날 우리’),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한 10대 소녀(‘재수의 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대 운동에 참여한 경북 성주의 한 할머니(‘할매의 다짐’) 등 작가가 화자로 내세운 ‘그녀’들은 대한민국의 ‘오늘’을 그대로 보여 준다.
온갖 부담에 불안하기 일쑤지만 ‘그녀’들은 그저 절망만 하진 않는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누구의 아내, 누구의 며느리, 누구의 엄마가 되지 말 것. 나는 내 모습 그대로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하는가 하면 부조리한 노동 환경에 움츠러들지 않고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며 자신을 일으켜 세운다. 잊혀진 자신의 이름을 찾기 위한 그녀들의 외침은 책의 마지막 장까지 내내 이어진다.
작가는 이 글을 쓰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으로 “많은 여성들이 ‘특별히 해줄 말이 없는데’, ‘내가 겪은 일은 별일도 아닌데’라며 담담히 이야기를 시작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이어 “흔하게 일어나지만 분명 별일이었고 때로는 특별한 용기와 각오, 투쟁이 필요한 일들도 있었다”며 “특별하지 않고 별일도 아닌 여성들의 삶이 더 많이 드러나고 기록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2018-05-3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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