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뿐인 집에 수상한 ‘아이’가 나타났다

남매뿐인 집에 수상한 ‘아이’가 나타났다

조희선 기자
조희선 기자
입력 2018-03-30 17:48
수정 2018-03-31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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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서 불시착한 이상한 손님 ‘천달록’…위기 앞에 뭉친 남매의 기상천외 하루

이상한 손님/백희나 글·그림/책읽는곰/48쪽/1만 2000원
백희나 작가는 전작처럼 신작 ‘이상한 손님’에서도 스컬피(찰흙의 일종)로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빚고, 실내외 배경과 소품을 직접 만들어 사진으로 촬영했다. 물바다가 된 집에서 한바탕 소동을 치른 끝에 평화를 맞이한 ‘천달록’과 어린 남매의 표정이 천진난만하다.  책읽는곰 제공
백희나 작가는 전작처럼 신작 ‘이상한 손님’에서도 스컬피(찰흙의 일종)로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빚고, 실내외 배경과 소품을 직접 만들어 사진으로 촬영했다. 물바다가 된 집에서 한바탕 소동을 치른 끝에 평화를 맞이한 ‘천달록’과 어린 남매의 표정이 천진난만하다.
책읽는곰 제공
어느 비 오는 날 오후. 어둑어둑한 집 안엔 남매뿐이다. 어쩐지 으스스해진 기분이 든 동생은 누나 방을 기웃거리며 놀자고 청하지만 매몰차게 거절당한다. 잔뜩 풀 죽은 소년이 ‘나도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 누군가 등 뒤로 다가와 찰싹 붙는다. 보름달같이 하얗고 둥그런 얼굴. 단추구멍만한 두 눈. 붉은 코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콧물. 어딘지 모르게 억울하고 불쌍해 보이는 이 작은아이는 ‘구름빵’으로 유명한 그림책 작가 백희나가 두 남매에게 보낸 ‘특별한 손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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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희나 작가
백희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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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손님
이상한 손님
백 작가의 신작 ‘이상한 손님’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달록’이라는 아이가 남매의 집에 불시착하면서 시작된다. 눈사람 같기도 찐빵 같기도 한 이 아이는 어딘가 수상쩍다. 빵을 단숨에 먹어치우고는 식탁보가 날아갈 만큼 요란한 방귀를 뀌어댄다. 얼굴이 시뻘게질 정도로 잔뜩 화가 났기에 아이스크림을 줬더니 먹자마자 부엌엔 흰 눈이 펄펄 내린다. 또 ‘우르르 쾅’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하니 온 집안이 금세 물바다로 변했다. 봄날씨처럼 변덕스러운 이 아이의 정체는 뭘까.

“달록이는 굳이 꼽자면 도깨비에 가까워요. 도깨비를 조사해 보니까 하얀색 저고리를 입고 패랭이를 쓴 사람의 모습을 하고 다녔다고 하더라고요. 누렁이 냄새도 많이 난다고 하고요. 그 부분이 무척 흥미로웠어요. 겉으로 보기엔 귀신인 것 같지만 보통 아이의 모습보다 더 재미있고 귀엽게 그리다 보니 이런 캐릭터가 탄생했죠.”

전작들에서 아이들이 엄마, 아빠, 할머니와 함께 있는 모습을 그렸다면 이번엔 어린 남매만 등장한다. 특히 제 방에 콕 틀어박힌 채 동생을 신경쓰지 않던 누나와 그런 누나에게 서운한 게 많았던 남동생은 이상하게 달록이가 집에 오고 나서 서서히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사고뭉치가 벌여 놓은 소동을 수습하면서 서로를 믿고 의지하게 된 것이다. 불청객인 줄 알았던 ‘손님’이 남매에게 멋진 마법을 부린 셈이다.

“어른 없이 집에 있는 상황이 아이들에겐 무서울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두근두근한 순간이기도 하죠. 자기 마음대로 해 볼 수 있잖아요. 책 속 남매처럼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가도 서로 뭉치기도 하죠. 이런 일이 생긴다면 아마도 아이들이 오래 기억할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 되지 않을까요. 특히 요즘은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이 면제된다’식의 성과주의를 어릴 때부터 강요받잖아요. 아이들이 너무 이기적으로 자라는 것 아닐까 늘 걱정이죠. 그래서 ‘서로를 돕고, 의지하고, 용서한다’는 내용은 제게 중요함을 넘어 절실한 테마입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2018-03-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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