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서 지워진 여성들 제자리 찾기

역사에서 지워진 여성들 제자리 찾기

입력 2018-03-30 22:54
수정 2018-03-3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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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여성 세계사/케르스틴 뤼커·우테 댄셸 지음/장혜경 옮김/512쪽/1만 7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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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이름은 잘못 지어졌다. 적어도 저자의 의도에 따르면 그렇다. 저자들은 ‘곰브리치 세계사’를 읽다가 여성의 이름을 찾기 어렵다는 것을 발견한다. 역사를 하나의 퍼즐판이라고 한다면 여성에 관련된 많은 퍼즐 조각이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역사의 중요한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은 책에 따르면 거의 남자들이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정말 여자들이 역사에 기여한 것이 없는 것일까? 그럴 리가. 그들은 비어 있는 퍼즐 조각을 끼워 넣어 역사의 장면을 완성하리라 결심한다. 다행히 최근의 역사학자들은 여성의 흔적을 부지런히 찾아내고 있다. 이 책에 그 성과가 반영될 수 있도록.

그러므로 이 책은 ‘여성 세계사’가 아니다. 여성만의 이야기를 모아 놓는다면 그저 분야별 역사책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이 책의 야심은 그보다 높다. 이 책이 지향하는 것은 ‘처음 읽는 균형 잡힌 세계사’다. 320만년 전부터 2001년 9·11 테러까지의 방대한 역사를 한 권으로 정리해 낸 탓에 그들의 야심이 성공적으로 완성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충분히 흥미진진하다.

이 책에는 낯설지만 중요한 여성들의 이름이 실려 있다. 저자는 추가 정보를 덧붙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남성 중심의 시각을 벗어나 새롭게 보기를 제안한다. 여자들의 언어는 왜 보존되지 못했을까? 왜 파내지고, 불태워지고, 누락됐을까?

왜 비잔틴제국의 황제 유스티아누스 1세는 ‘대제’라 불리며 숭앙받는데, 함께 나라를 다스렸던 황후 테오도라는 그저 ‘경기장 무희에서 황후로 신분 상승한 신데렐라’라며 홀대했을까? 왜 이베리아 왕국에 기독교를 전파한 성인 니노는 여자였음에도 불구하고 후대의 신학자들에 의해 남자로 성별이 바뀌는 수모(!)까지 당했을까? 균형을 잡는 과정에서 여성이 지워져 온 과정이 드러난다. 그저 여성의 이름을 좀더 얹는 기계적 균형을 도모하지 않는다. 더 생생하게 역사를 살려 낸다.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치부해 온 두터운 문화에서는 여성에 대한 칭찬조차 비틀려 있다. 볼테르는 자신의 연인인 에밀리 뒤샤틀레의 재능에 감탄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여성이라는 유일한 결점을 가진 위대한 남성이다.” 다행히 지금 우리는 그 칭찬이, 더하여 그동안의 역사가 심히 기울어져 있다는 것을 안다. 진정으로 균형을 잡는 과정이 요원하다는 것도 안다. 이 책이 마지막에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는 이유다.

박사 북칼럼니스트
2018-03-3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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