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손 前대사 ‘스웨덴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사는가’ 출간
“한국 과제는 30년 전 우리도 겪어… 정부는 사회적 합의 최우선해야”‘스웨덴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사는가’의 공동 저자인 라르스 다니엘손(왼쪽) 전 주한 스웨덴 대사와 박현정 주한 스웨덴 대사관 공공외교 실장. 다니엘손 대사는 “스웨덴의 제도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오랜 기간 서서히 구축됐다”고 강조했다.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책은 스웨덴 대사관에서 30년째 일하는 박현정 공공외교실장이 기획하고 함께 썼다. 10살짜리 꼬마, 정치에 도전하는 68세 할머니를 비롯한 15명의 스웨덴 사람들의 이야기를 먼저 소개하고, 다니엘손 전 대사와 박 실장이 대담을 나누는 식으로 구성됐다.
다니엘손 전 대사는 스웨덴의 경제 발전 이유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지 않은 점, 그리고 경제 성장에 따라 노동력 부족 현상을 겪을 무렵 여성들의 노동시장 동참을 잘 이끌어낸 점을 꼽았다. 여성들을 일터로 부르는 데 있어서 근무시간 단축과 조세 제도 변화, 그리고 보편적인 육아 시스템 구축이 주효했다. 다니엘손 전 대사는 조세 제도와 관련해 “1명이 1만 달러를 벌면 45%의 세금을 내지만, 결혼한 남녀가 각각 5000달러씩 벌면 세금이 30%에 불과하다”는 사례를 들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좋은 정부는 경제 성장 계획을 미리 제시하고 근간이 되는 정책을 마련한다. 이 과정에서 ‘컨센서스’(사회적 합의)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고 했다. 박 실장은 이와 관련해 “스웨덴의 노조 가입률은 75%에 이르지만 우리처럼 정부 제도와 관련한 갈등이 지극히 적다.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좋은 제도가 정립되면 국민들은 이에 맞춰 쫓아가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니엘손 전 대사는 과한 업무, 심한 경쟁으로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는 우리를 위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더 효율적으로, 더 열심히 하려면 ‘이지 타임’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 실장도 “스웨덴 사람들은 일과 여가의 구분이 확실하다. 열심히 일하면서도 짧은 시간에 일을 내려놓고 휴식한다. 두 달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휴가를 즐기는 그들이 마냥 한가로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열달 동안 굉장히 열심히 일한다”고 말했다. 다니엘손 전 대사는 “스웨덴의 제도들은 오랜 시간 동안 조금씩 바뀌어 왔다. 한국이 급하게 가려하지 말고 천천히 가겠다고 생각해야 ‘헬조선’ 문제도 차츰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8-03-06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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