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유명 각본가 구도 간쿠로 육아 분투기 ‘나도 애라니까’
결혼하고 10년 동안 아이 없이 지내다 아내가 덜컥 임신했다. 이럴 때 아빠가 된 이의 속마음은 어떨까. 벅찬 환희? 아니면 아빠로서의 책임감? 일본의 유명 각본가이자 배우인 서른네 살 구도 간쿠로는 좀 달랐다. 아내 임신 소식에 ‘아이를 싫어하는데 곧 아빠가 된다. 솔직히 많이 무섭다’고 속내를 털어놓는다.그런데 이게 웬일. 딸을 키우며 조금씩 딸 바보가 됐다. 술자리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아이 사진을 보여 주며 ‘귀엽지?’라고 되묻는 것은 물론 놀이터에서 만난 아이에게 ‘몇 짤이야?’라고 말한 뒤 나중에 창피해 하기도 하다. “아이를 위해 열심히 산다기보다 나를 위해, 책망당하지 않기 위해 마감일을 지키느라 전전긍긍하는 편”이라고 애써 센 척도 해 보지만, 닷새 동안 지방 공연을 마치고 집에 온 뒤 딸이 별다른 감흥을 보이지 않자 서운해하는 약한 모습도 그렸다. 한국 아빠나 일본 아빠나 육아는 비슷하지만, 책은 소소한 재미들을 유쾌하게 잘 살렸다. 희로애락을 오가는 아빠의 절절한 글에 100세 할아버지가 ‘깜빠짱 때문에 처음으로 주간지를 샀다’는 응원 편지를 보냈을 정도. ‘아이는 이렇게 길러라’ 식의 훈계질 대신 솔직한 이야기에 아빠들이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듯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8-02-2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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