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물은 ‘보금자리’를 그리워한다

모든 생물은 ‘보금자리’를 그리워한다

신융아 기자
신융아 기자
입력 2017-11-17 17:38
수정 2017-11-1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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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소본능/베른트 하인리히 지음/이경아 옮김/더숲/462쪽/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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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뒷부리도요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에 알래스카를 떠나 호주까지 쉬지 않고 날아간다. 먹이는커녕 물도 마시지 않고 잠도 자지 않으면서 1만㎞를 훌쩍 넘는 태평양 횡단을 끝내고 나면 새의 몸무게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큰뒷부리도요를 이끄는 힘은 무엇일까.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건 인간만이 아니다. 저자인 베른트 하인리히는 뒤영벌과 큰까마귀의 사회행동 연구를 통해 곤충생리학과 동물행동학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생물학자다. 미국의 가장 큰 삼림지대이자 어린 시절을 보냈던 메인 주의 숲으로 늘 돌아가 살고 싶었던 저자는 개인적 문제였던 ‘귀향’에서 출발해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들이 본능적으로 특정 장소로 향하는 현상을 깊게 연구하기 시작한다.

태양을 나침반으로 이용하는 개미, 은하수를 이루는 별무리를 이정표로 삼는 애기뿔소똥구리, 냄새를 이용해 자기가 태어난 고향으로 되돌아오는 연어, 단순히 ‘집’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집 주변에 고유의 주거지와 집을 지키기 위한 댐까지 만드는 비버의 ‘건축법’, 혼자서는 벌망을 만들지 못해 다른 벌과 협력해 동물의 왕국에서 가장 완벽한 집을 만드는 꿀벌까지 저자는 오랜 관찰과 탐구 끝에 대자연의 서사시를 풀어낸다. 책 속에 나오는 동물들의 관찰 그림도 직접 그렸다.

마이크로필름 등을 통해서나 볼 수 있던 미세한 자연의 움직임은 저자의 애정 어린 시선과 깊은 통찰력으로 인간의 삶과 끊임없이 교차되며 살아 숨쉬는 이야기가 된다. 저자도 책이 끝날 무렵 어린 시절을 보낸 메인 주의 작은 마을로 돌아왔다. 그는 “집이란 과거에 대한 이해, 미래에 대한 희망과 계획이 공존하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결국 집은 언제나 상상 속에 머무는 공유된 경험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얻게 되는 건 동물도 사람처럼 집을 짓고, 집을 찾아 돌아가는 귀소본능이 있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모든 조류와 포유류도 보금자리에 대한 기억과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숨 쉬는 공기, 그릇에 담긴 먹이와 물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것이 결핍된 우리에 동물을 가둘 때, 수많은 동물에게 삶의 터전이나 다름없는 서식지를 파괴할 때조차 인간은 동물의 ‘집’에 대해 별생각이 없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7-11-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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