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어린이 책] 손에 든 스마트폰, 아이보다 좋나요

[이주의 어린이 책] 손에 든 스마트폰, 아이보다 좋나요

정서린 기자
정서린 기자
입력 2017-09-22 18:06
수정 2017-09-2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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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스마트폰이 되고 싶어/노부미 지음·그림/고대영 옮김/길벗어린이/40쪽/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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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그림책은 명랑함과 순전함으로 무장한 진심으로 부모를 뜨끔하게 합니다. 꾸밈 하나 없는 단순함으로 무장해제시키는 이야기엔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그저 “내 탓이오”를 주억거릴 밖에요.

일본 작가 노부미의 신작이 바로 그렇습니다. 제목에서부터 이미 어떤 내용인지는 다 짐작하실 테죠. 어느 부모나 비켜갈 수 없는 주제이자, 요즘 여느 곳에서나 흔한 풍경이니까요.

건이는 블록으로 멋진 자동차를 완성한 참입니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아이의 본능이죠. 엄마를 애타게 불러보는데, 그 순간 엄마 모습은 가관입니다. 코를 파며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진 모습이라니요.

그러고 보니 엄마는 프로그램화된 로봇처럼 늘 같은 패턴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텔레비전을 보다 광고가 나오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아기가 울면 아이를 보다 스마트폰을 보고, 광고가 끝나면 스마트폰에서 고개를 들어 텔레비전을 보고….

아, 건이는 대체 언제 봐주나요. 아이는 급기야 자신만의 나라를 구축합니다. 스마트폰은 절대 발을 들일 수 없는 견고한 성이죠. 아이의 진심은 유치원 선생님의 물음에서 드러납니다. ‘어른이 되면 무엇이 되고 싶으냐’는 선생님의 말에 가지가지 직업을 나열하는 친구들의 답은 찬란합니다. 하지만 건이의 대답은 절박하죠.

“엄마가 날 봐 주지 않으면, 나는 없어져도 된다는 기분이 든단 말이에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엄마가 미워지는 건 싫어요. 차라리 그냥 엄마의 스마트폰이 되고 싶어요.”

실제 싱가포르 한 초등학생의 일기를 모티브로 한 작품은 곧장 핵심을 파고듭니다. “복잡하게 만들면 아이들에게 전달이 되지 않으니, 생각이 자꾸자꾸 단순해진다”는 작가의 말처럼, 단순함은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일지도요. 4세 이상.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7-09-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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