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면 삶의 고충·외로움 이길 수 있더라”

“글 쓰면 삶의 고충·외로움 이길 수 있더라”

정서린 기자
정서린 기자
입력 2016-06-28 23:18
수정 2016-06-29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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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이 말하는 ‘작가의 삶’… 신형철 문학평론가와 대담

‘잘 쓸 수 있을까’ 회의가 글쓰기의 적
학살 자료 보며 인간 존재 방식에 좌절
그래도 폭력보다는 존엄 보여주고 싶어
다시 태어난다면 뭐든 만드는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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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오른쪽) 작가가 28일 오후 네이버 tv캐스트에서 생중계된 신형철 문학평론가와의 대담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은 이날 중계를 캡처한 것. 문학동네 제공
한강(오른쪽) 작가가 28일 오후 네이버 tv캐스트에서 생중계된 신형철 문학평론가와의 대담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은 이날 중계를 캡처한 것. 문학동네 제공
“저는 쓰면 삶의 고충이나 외로움을 이길 수 있어요. 글을 쓰고 나서 다음 글을 쓰기까지 공백기에 오히려 괴로움이 더 커지죠. 글을 쓰는 행위를 딛고 겨우 살고 있는 거랄까요.”(웃음)

‘작가로서 가장 외로운 순간이 언제냐’는 독자의 물음에 한강(46) 작가가 되돌려준 답이다. 지난달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 직후 간담회에서 “빨리 내 방에 숨어 글을 쓰고 싶다”고 했던 그다운 대답이었다. 한강 작가와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대담이 28일 오후 문학동네와 네이버 책문화판 공동 주관으로 열렸다. 이날 네이버 tv캐스트가 생중계한 현장에서는 그의 최근작 ‘흰’에서부터 글의 동력, 작가로서의 삶 등을 묻는 신 평론가와 독자들의 질문이 줄을 이었다.

경제적인 문제나 부모님의 압박 등 현실적인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갔느냐는 질문에 작가는 “내가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글쓰기의) 가장 큰 적이었다”며 “그럴 때마다 회의보다 글을 쓰는 게 내게 매우 간절하다는 사실을 먼저 기억하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희망 대신 고통이 득세하는 세계를 바라보면서도 희망을 놓치 않는 이유도 힘주어 말했다.

“‘소년이 온다’를 쓰면서 ‘인간은 정의로운 존재일까, 악한 존재일까’라는 질문을 가장 절실하게 껴안고 썼어요. 광주뿐 아니라 아우슈비츠, 보스니아 등 학살에 대한 자료를 보며 인간이 세계에 존재하는 방식에 대해 좌절하고 도망가고 싶었어요. 하지만 광주항쟁 때 돌아가신 한 야학 교사가 남긴 기도를 보면서 우리가 뭘 딛고 가야 하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 알게 됐어요. ‘하나님, 왜 저에겐 양심이란 게 남아 있어서 저를 찌르고 아프게 하는 것입니까’란 문구였죠. 이후 인간의 폭력보다는 존엄에 더 초점을 맞춰 보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고 책을 통해 그걸 보여 드리고 싶어요.”

‘다시 태어나도 소설가의 길을 갈 것이냐’는 질문에 작가는 웃음부터 먼저 지어 보였다. “글쎄요,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요. 연극이든 미술이든 글이든 뭔가 만드는 사람으로 살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6-06-2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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