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들의 주관적 논평 ‘사필’ 출간
사관의 눈에 조선 시대의 싱크홀은 어떻게 보였을까. 명종 11년(1556년) 11월 대동강 근처 큰길에서 너비 7자(2.1m), 깊이 8자(2.4m)의 지함이 국왕에게 보고되자 사관은 임금과 신하를 다음과 같이 직설 화법으로 비판했다.
“천재지변이 닥치자 임금과 신하가 그럴 듯한 말을 하며 서로 경계하기는 했지만 형식적으로 옛일을 따라한 것일 뿐이다. … 임금과 신하 모두가 고민조차 하지 않고, 덕을 닦아 일을 바로잡아야 한다느니 두려워하고 반성하겠다느니 하는 공허한 말만 하면서 재변이 사라지기를 바랐으니, 참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겠는가?”
조선 시대 사관들의 주관적인 논평인 ‘사신왈’(史臣曰) 혹은 ‘사신논왈’(史臣曰) 등으로 시작하는 사론(史論)을 읽기 쉽게 풀어 쓴 ‘사필-사론으로 본 조선왕조실록’이 한국고전번역원에서 30일 출간됐다. 사론은 조선 전기 실록에만 3400여건이 실렸는데 절반 이상인 약 57%가 인물에 대한 논평이었다. 정종 1년(1399년) 1월 지경연사 조박은 “사관은 임금의 선악을 기록하여 영원히 남기니,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아뢸 정도로 국왕으로서는 여간 신경 쓰이는 의견이 아닐 수 없었다. 한국고전번역원의 한문학자 8명이 쓴 이 책은 실록 속에 다양한 사안을 논평한 사론들을 주제별로 나눠 38건을 싣고, 편마다 관련 배경과 사건, 삽화를 현대적으로 구성해 재미를 더했다. 한편 한국고전번역원은 다음달 1일부터 우리 고전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고구마’(고전에서 구하는 마법 같은 지혜)를 무료로 배포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2016-05-3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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