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도심 백화점’ 잊을 수 없는 기억들

‘무너진 도심 백화점’ 잊을 수 없는 기억들

함혜리 기자
입력 2016-05-20 23:04
수정 2016-05-2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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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서울, 삼풍/메모리(人) 서울프로젝트 기억수집가 지음/동아시아/280쪽/1만 6000원

“아, 이 말은 진짜 기록으로 남겨야 될지 모르겠는데, 일부의 일부만 남아 있는, 그런 몸의 일부만 우리는 볼 수 있었어요. 제가 그 구조 현장에서 계속 울고 살았어요. 그 전날 사람을 많이 살릴 수 있었는데, 하는 생각과 당장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력감에 시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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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6월 29일 오후 5시 57분, 거짓말처럼 삼풍백화점 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졌다(왼쪽). 21년이 흐른 지금, 그곳엔 또 다른 고층 빌딩이 들어섰지만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았고,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서울신문 DB
1995년 6월 29일 오후 5시 57분, 거짓말처럼 삼풍백화점 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졌다(왼쪽). 21년이 흐른 지금, 그곳엔 또 다른 고층 빌딩이 들어섰지만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았고,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서울신문 DB
1995년 6월 29일 오후 5시 57분, 서울 서초구에 있던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당시 구조 현장 응급의였던 안명옥씨는 그 현장의 참혹함이 너무 충격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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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서울, 삼풍’은 한국전쟁 이후 단일 사건 최대 사상자(사망 502명, 실종 6명, 부상 937명)를 초래한 참사의 당사자들을 직접 찾아 인터뷰한 구술·기록 프로젝트 결과물이다. 5명의 기억수집가가 2014년 10월부터 약 10개월간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108명을 인터뷰했고 책에는 59명의 구술이 실렸다.

붕괴 현장의 구조요원, 골프채를 훔치는 좀도둑을 잡은 경찰, 취재를 위해 자원봉사자로 위장한 기자, 자녀에게 참사 경험을 숨긴 생존자, 매몰된 부상자에게 노래를 불러 주던 119구조대원, 소방호스로 구조대의 옷에 밴 시신 냄새를 씻겨 준 자원봉사자, 실종자 가족 대표를 뽑는 절차를 만들었던 서울시 공무원, 난지도에 버려진 발가락 시체를 붙들고 울던 유가족 등….

그러나 이 모든 아픔과 사연은 양재동 시민의숲 위령탑이라는 전형적인 국가주의적 조형물에 묻혀 버렸다.

정윤수 한신대 교수는 ‘사회적 기억을 위한 삼풍백화점 참사기록’이란 부제를 단 책의 말미에 “참사로 숨져 간 이들은 단지 희생자라고만 불려서는 안 되며 고인들 저마다의 삶의 기억들이 개별적 존재로 다시 기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6-05-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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