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창작과비평에 ‘만각 스님’ 발표
소설가 황석영(73)이 28년 만에 단편소설을 발표한다.소설가 황석영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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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각 스님’은 대한항공 여객기가 소련 전투기에 격추된 1983년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인 소설가 ‘나’는 장편소설 연재를 마무리하기 위해 전남 담양의 호국사에 내려간다. ‘나’는 호국사에서 만난 만각 스님을 중심으로 한국전쟁과 광주 민주화 운동의 상흔을 담담하게 묘사한다.
작품은 작가의 자전적 성격이 강하다. 소설가 ‘나’는 1980년대 역사소설 ‘장길산’을 연재했던 황석영을 연상시킨다. 또 황석영은 소설 곳곳에 ‘만다라’의 작가 김성동과 남로당 총책 박헌영의 아들 원경 스님의 이야기를 중첩시키며 논픽션 성격을 강화한다. 소설은 ‘나’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지만 이야기를 이끄는 실제 주인공은 만각 스님이다.
‘뒤늦게 깨닫는다’(晩覺)는 뜻의 법명을 지닌 스님은 사십이 넘어서 중이 된 특이한 인물이다. ‘나’는 소설 말미에 만각 스님이 한국전쟁 당시 공비 토벌로 훈장을 받은 경찰 출신이라는 걸 알게 된다. 황석영은 이런 말로 소설을 마무리한다. “나는 스님의 법명이 자기에게 꼭 들어맞는다고 생각했다. 어디 그이뿐이랴. 사람살이란 언제나 뒤늦은 깨달음과 후회의 반복이 아니던가.”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6-02-2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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