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기 앞두고 예술정신 추적한 평전 출간
“세계사가 백인들을 중심으로 쓰인 것에 부당함을 지적하는 것이지요. 나는 아시아인이고, 한국인입니다.” 국제미술계에서 아시아 현대미술의 국제적 영향력을 키우는 데 열정을 바친 큐레이터 이원일(1960~2011)의 삶과 예술정신을 추적한 평전이 그의 5주기를 앞두고 출간됐다.중앙대 회화과와 뉴욕대 대학원을 졸업한 이원일은 예술가와 큐레이터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다 군 제대 후 토탈미술관 학예연구실장으로 전시기획자의 길로 접어든다. 이후 성곡미술관 수속 큐레이터,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3회 광주비엔날레 전시팀장, 5회 광주비엔날레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로 일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제2회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미디어시티’전, ‘청계천 프로젝트1-물 위를 걷는 사람들, ‘아시아현대미술프로젝트-시티넷 아시아’ 등의 전시를 기획·총괄했던 그는 2004년 2월 서울시립미술관을 나와 독립큐레이터로서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그는 아이러니, 상상, 구조적 모순, 해학과 풍자, 대비, 혼성 등의 개념을 내세워 ‘창조적 역설’에 대한 재해석과 조형적 실천을 감행하는 가운데 아시아 현대미술의 국제적 영향력을 촉진하는 데 집중했다. 2004년 5월 대만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디지털 숭고’전, 2006년 독일 칼스루에 미술관 ZKM의 글로벌뮤지엄 심포지엄, 제6회 상하이비엔날레, 2007년 폴란드 포잔미술관 ‘아시아-유럽 매개’ 전 등 국제전을 기획하며 아시아미술을 알렸다. 2007년 6월 독일 ZKM의 개관 10주년기념으로 열린 ‘미술인 터모클라인-새로운 아시아물결’전 큐레이팅을 계기로 글로벌 큐레이터로 발돋움해 2010년 이탈리아미술잡지 ‘플래쉬아트’가 선정한 세계큐레이터 101인 중 20위를 차지할 정도로 글로벌 큐레이터로 역량을 과시했다. 광주 아시아문화의전당에 기획위원으로 참여했던 그는 2011년 1월 11일 심장마비로 타계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15-12-2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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