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행사 도산 위기…이집트엔 국가적 위기 될 수도
러시아 정부가 여객기 추락 사고와 관련해 자국민들의 이집트 여행을 전면 금지함에 따라 양국 관광업계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러시아 여행사들은 이미 판매한 패키지여행상품권 환불 요구가 몰리면서 다수가 파산할 위기에 처했으며 이집트의 경우 국가 최대 수입원인 관광 수입 감소로 경제·사회적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러시아관광업협회 공보관 이리나 튜리나는 “이집트 관광 중단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서방 제재로) 안 그래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 관광업계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12월 20일까지 이집트로 출국할 패키지여행상품권을 예매한 러시아인은 약 10만 명, 연말연시에 이집트를 찾으려 했던 러시아 관광객은 약 25만 명으로 파악됐다.
1인당 관광권 평균 가격인 1만 5천 루블(약 27만 원)을 35만 명에게 환불하려면 52억 5천만 루블(약 940억 원)이 필요해 전세기나 호텔 예약 등으로 이미 돈을 써버린 많은 여행사가 파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마침 10∼2월 겨울철이 러시아인들이 가장 많이 이집트를 찾는 시즌인데다 여객기 사고원인 규명까지 몇 개월이 걸릴 수도 있어 관광업계의 어려움이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이집트 관광업계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집트 관광 당국은 최대 고객인 러시아와 영국인들의 여행 중단으로 약 70%의 관광객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인 약 300만 명, 영국인 약 100만 명이 이집트를 방문해 외국 관광객 가운데 1, 2위를 차지했다.
올 상반기에 180만 명을 넘어선 러시아 관광객은 연말까지 약 2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이집트 당국은 기대했었다. 러시아인들이 현지에서 쓰는 돈은 이집트 관광 수입의 15~20%를 차지하고 있다.
이집트 경제에서 관광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11%, 재정 수입의 14%로 가장 큰 수입원이다.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로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붕괴한 뒤 치안 상황이 악화하기 전까지 연 약 1천500만 명의 외국 관광객이 이집트를 찾았다. 시위 사태 이후 관광객 수는 급격히 감소했으나 최근 들어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서고 있었다.
이집트는 올해 약 1천만 명의 외국 관광객을 예상했었다. 관광 수입은 75억∼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시나이 반도에서의 러시아 여객기 추락 사고로 이 같은 기대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유럽마케팅연구소(Euromonitor)는 보안을 고려한 각국의 이집트 여행 금지 조치가 현지 관광업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객기 사고 원인 규명 과정이 길어지거나 사고가 테러 때문으로 확인되면 관광객이 더 줄어 이집트 경제가 위기로 빠져들고 정치·사회적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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