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채널 발언’ 배경과 전망
WP 등 “평화 해결 美노력 보여줘”소식통 “北, 대화하려 쑤시고 다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북한과 대화채널 유지’ 발언은 대북 대화 국면으로 전환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 풀이된다.
농장 방문한 김정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조선인민군 제810군부대 산하 1116호 농장을 방문해 벼가 누렇게 익은 논 가운데에서 밝게 웃고 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도 미국과 대화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도 이어졌다. 유엔의 한 외교소식통은 언론에 “북측이 미국과 대화하려고 여기저기 쑤시고 다닌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측의 이 같은 움직임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지난달 하순 유엔총회 참석을 기점으로 더욱 활발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리 외무상이 지난달 25일 뉴욕을 떠나면서 ‘미 전폭기 영공 밖 격추’ 주장으로 한반도의 긴장수위를 한껏 끌어올렸지만 북측 역시 미측 의중에 대한 탐색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 현지 언론은 “틸러슨 장관의 대북 대화채널 언급은 북핵 평화 해결을 위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일련의 막후채널과 비밀소통이 ‘이란 핵협정’을 끌어냈듯이 북·미 간 소통채널도 분명히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동안 ‘말폭탄’과 대북 군사옵션 등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틸러슨 장관의 대화론에 얼마나 무게를 실어 줄지가 실질적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 외교수장인 틸러슨 장관은 취임 후 줄곧 외교·경제적 대북 압박을 통한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며 대북 대화 의사를 밝혀 트럼프 대통령과 엇박자를 보여왔다. 물론 틸러슨 장관도 당장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멈춰 사태를 진정시켜야 한다고 지적한 만큼 북한의 추가 핵·미사일 도발이 강행되면 대화 국면 전환은 험로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 정부는 틸러슨 장관의 북·미 대화채널 발언에 관련해 “한·미가 대북 접촉채널 유지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1일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해왔고 대화는 북·미, 남북 등 양자대화와 다자대화를 포함해 여러 형식이 병행되어 추진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그러나 미 국무부 대변인이 어젯밤 밝혔듯이 북한은 진지한 대화에 관한 아무런 관심을 표명해 오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측이 북·미 대화채널을 거론하면서 북한의 행보가 주목된다.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재개할지, 아니면 미국과 대화에 나설지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추석 연휴가 한반도 정세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서울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2017-10-0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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