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출마 정거장’으로 전락한 공기업 사장직

[사설] ‘출마 정거장’으로 전락한 공기업 사장직

입력 2015-12-21 18:08
수정 2015-12-2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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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줄을 타고 내려온 ‘낙하산 인사’가 공기업 사장에 임명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인천공항공사가 자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인천공항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세계 공항 서비스 평가에서 난공불락의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금은 2위 싱가포르 창이공항과의 격차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과 상하이 푸둥공항도 바짝 추격하면서 인천공항은 비상위기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천공항이 이렇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염불보다 잿밥’에만 관심 있던 최고경영자(CEO)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9일 박완수 인천공항 사장이 취임 1년여 만에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된 수순이라는 점에서 개인의 부적절한 처신과 함께 이런 인사를 임명한 정부의 책임도 크다. 친박 인사인 그는 지난해 경남도지사 경선에 출마했다가 홍준표 현 지사에게 패한 뒤 인천공항 사장이 됐다. 전임자인 정창수 사장 역시 지난해 강원도지사 출마를 위해 그만뒀다. 취임 10개월 만에 사장직을 버린 그는 경선에서 졌지만 정치권의 배려인지 또다시 한국관광공사 사장으로 재기용됐다.

김포·제주공항 등 전국 14개 공항의 사령탑인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도 지난 19일 총선에 출마한다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2011년 총선 때도 출마를 위해 부임한 지 불과 6개월도 안 된 오사카 총영사직을 그만둔 전력이 있다.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법률구조공단 이사장도 지난달 취임 8개월여 만에 총선을 겨냥해 사표를 냈다. 이들 외에도 김성회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등의 출마설도 끊이지 않고 있으니 수장이 공백 상태인 공기업은 줄줄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러니 조직이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다. 이 정부는 “공기업 파티는 끝났다”며 공기업의 정상화를 외쳤다. 하지만 낙하산 인사들이 연이어 사장직을 차고앉으면서 경영 혁신을 통한 개혁은커녕 조직을 망가뜨리는 등 개혁 작업에 걸림돌만 되고 있다. 최근 사장 사퇴로 공석인 공기업들이 공모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하는데 이를 놓고도 벌써 공천 탈락자들 무마용 자리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제라도 전문성도 없으면서 정치권에 기웃거린 이들에게 중책을 맡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2015-12-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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