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융 공기업 ‘베짱이 직원’ 솎아내기

[사설] 금융 공기업 ‘베짱이 직원’ 솎아내기

입력 2015-11-05 23:08
수정 2015-11-06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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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과 무관하게 일정 연차만 쌓이면 자동으로 억대 연봉을 꼬박꼬박 챙기는 은행원은 앞으로 줄어들 것 같다. 금융 당국이 자리만 차지하고 동료의 성과에 묻어 가는 사람을 솎아 내는 대신 뛰어난 성과를 낸 행원에게는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가는 식으로 현행 금융권의 경직된 임금체계를 고치기로 했다.

금융연구원 주최로 어제 열린 ‘은행의 바람직한 성과주의 확산 방안’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는 호봉제 중심인 현행 은행원 임금체계를 직무와 개인별 성과를 더 많이 반영하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 당국도 구체적인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은행 등 금융권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으면서도 실적에 따른 성과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높기 때문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어제 한 조찬 강연회에 참석해 “금융권에 남은 과제는 성과주의 문화의 확산”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국내 은행들은 성과혼합형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다. 업무 성과와 관계없이 근무 연수가 늘수록 기본급이 증가한다. 실적을 바탕으로 한 성과급도 지점, 부서 등 집단의 실적을 기준으로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입사한 지 오래된 저성과자도 ‘무임승차’를 통해 고임금을 챙길 수 있다. 이런 고임금·저효율의 ‘베짱이 직원’들은 은행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주요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신한은행 등 7개 시중은행 직원의 지난해 1인당 평균 생산성은 10년 전에 비해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1인당 평균임금은 2004년 5620만원에서 지난해에는 7928만원으로 뛰었다. 이 같은 고비용 구조는 최근 은행들이 정규직 채용을 줄이는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올해 안에 산업·수출입·기업은행 등 3개 국책은행과 예금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등 금융 공기업을 대상으로 성과급 비중을 높일 방침이다. 국책은행과 금융 공기업의 급여 중 17%에 불과한 성과급 비중을 30%로 높여 직원마다 능력에 따른 임금 격차를 두겠다는 것이다. 성과급을 높이는 임금 방식이 국책은행 등에 정착되면 민간은행에도 파급될 것으로 기대된다. 능력에 따른 임금체계 조정은 바람직한 개혁 방안이다. 다만, 객관적인 개인 평가기준을 마련하는 등의 보완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2015-11-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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