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과서 논쟁, 국회 울타리 안에서 해야

[사설] 교과서 논쟁, 국회 울타리 안에서 해야

입력 2015-10-27 18:02
수정 2015-10-27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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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국사 교과서의 편향성 시비와 이에 따른 국정화 추진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갈수록 가파르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새해 예산안 시정 연설을 하면서 국정화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본회의장 의석의 노트북에 국정 교과서 반대 등의 문건을 붙인 채 귀를 닫았다. 야권의 강한 국정 교과서 반대 기류가 장외 집회로 이어지면서 모든 국정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할 조짐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의 몫인 만큼 여야는 싸우든, 절충하든 의정의 울타리 안에서 진행해야 할 것이다.

작금의 ‘역사 전쟁’은 여러모로 걱정스럽다. 무엇보다 설득을 통한 절충이라는 대의민주주의의 작동 원리가 고장난 채 감정적 세 과시로 치닫고 있는 게 문제다. 여야 공히 국정 교과서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인사들만 모아 장외 선전전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게 단적인 사례다. 즉 “현행 검인정 교과서들의 좌편향이 심각하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한다”는, 상대 측 주장들에는 철저히 귀를 막은 채 말이다. 급기야 야당 의원들이 역사 교과서 정부 태스크포스(TF)를 급습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를 두고도 ‘공무원 감금, 공무집행 방해’, ‘불법 국정화 현장 적발’이라는 등 피차 변죽만 울리면서 제대로 된 교과서에 담겨야 할 내용에 대한 본질적 토론은 감감무소식이다.

이런 평행선 대치가 출구를 찾지 못하는 까닭이 뭐겠나. 여야 공히 교과서 문제에서 후퇴할 경우 지지층 이반이 걱정되기 때문일 게다. 그러니 이미 호랑이 등에 타 버린 만큼 내년 총선까지 이대로 가보겠다고? 하지만 말 없는 다수 국민인들 바보일 리는 없다. 이들도 현행 교과서에 편향성이 없다고 보지도 않고 국정화가 이를 바로잡는, 유일한 대안이 아님은 다 안다. 여야가 아무리 기를 쓰고 찬반 투쟁을 벌이더라도 기존 지지층을 다지는 효과만 있을 뿐 부동층 표를 얻는 데는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여야 모두 정히 입장을 바꾸기가 어렵다면 최종 심판자는 유권자인 국민임을 잊지 말고 원내에서 절제된 논쟁을 벌여야 한다. 박 대통령이 어제 국회에서 야당이 주장하는 국정 교과서의 친일·독재 미화 개연성에 대해 “그런 교과서는 저부터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은 대목은 그런 맥락에서 다행이다. 야당도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문제점을 부각하려고 ‘광우병 촛불집회’를 벌였지만 이후 선거에서 연패한 과거를 기억하기 바란다.
2015-10-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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