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주부’ 또는 ‘슈가보이’로 불리는 백종원 신드롬이 형성되고 있다. 백종원은 대한민국의 성공한 외식 사업가이다. 잘나가는 사업가로서의 백종원 따라하기가 아니라 그의 요리를 따라하면서 신드롬이 형성됐다. ‘부엌에 들어가면 고추 떨어진다’는 속설에 귀가 따가운 40~50대 중년의 남편들이 백종원이 쓴 요리책을 샀다고 자랑한다. 또 ‘백종원표 만능 간장’을 만들어 본 뒤 그 간장으로 두부조림을 해보고, 돼지고기를 재우면서, “아무래도 나는 요리 천재인 거 같아”라는 감탄사를 함부로 던지고 있다. 포털 검색창에 ‘백종원’을 치면 ‘고추장찌개’ ‘떡볶이’ ‘비빔국수’ ‘닭볶음탕’ 등 요리들이 주르륵하고 함께 떠오른다.
‘백주부’ 열풍은 지난겨울 남해의 한 섬에서 얼기설기 만든 어설픈 오븐으로 수제 식빵을 만들어 시청자를 경악하게 만든 차승원을 ‘차주부’라고 부르며 열광했던 그 시절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상파와 케이블TV를 망라해 방송마다 요리 관련 프로그램이 대세인데, 잘생긴 40대의 요리사들 대신 오동통한 몸매의 ‘백주부’에게 연령 불문, 성별 불문으로 인기가 몰린 이유가 뭘까.
그 열광을 분석한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의 글은 논란을 낳았다. ‘‘백주부’ 백종원에 열광? 맞벌이엄마 사랑 결핍 때문’이라는 글은 제목부터가 논쟁적이다. 그는 ‘백종원의 음식은 모두 외식업소 레시피를 따른 것으로 먹을 만한 음식이지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고 단정했다. 더 나아가 열광하는 층이 1980~90년대 태어난 ‘한국 맞벌이 부부 1호 자식들’로 엄마의 사랑이 결핍됐고, 엄마의 음식을 받아먹은 기억이 없어서 백종원을 ‘대체 엄마’로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1960~70년대 초등학생들은 아이를 탁아소에 맡기고 맞벌이를 하는 북한의 실상에 대해 가족의 가치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배웠다. 전업주부인 아내나 엄마가 절대 가치였으니,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으면 퇴직이 미덕이었다. 그래서 ‘경단녀’(직장경력이 단절된 여성)가 양산됐는데, 황교익은 1970년대식 고리타분한 편견을 끌고 들어와 백주부 현상을 분석한 것 아닌가 싶다. 마치 사람이 침대보다 길면 자르고 짧으면 늘리는 ‘프로크라테스의 침대’처럼 분석한 것은 아닌가 말이다.
‘백주부’에 대한 열광의 시작은 이 지점이다. 그는 평생 요리와 담을 쌓고 살아온 사람들조차 ‘나도 한번 해볼까’하는 용기와 희망을 준다. 예전 요리 방송은 일반 가정에서 비치하기 어려웠던 계량컵과 계량 저울로 몇 g을 넣으라고 해서 음식을 만들기도 전에 김을 빼버렸다. 백종원은 종이컵으로 1컵, 밥숟가락으로 1숟가락을 넣으라고 한다. 전문가인 척하지 않는다. 비싸고 맛없는 외식에 지친 직장인과 자취생들에게 싸고 빠르면서 쉽게 뭔가를 만들어서 먹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레시피도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으니 금상첨화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백주부’ 열풍은 지난겨울 남해의 한 섬에서 얼기설기 만든 어설픈 오븐으로 수제 식빵을 만들어 시청자를 경악하게 만든 차승원을 ‘차주부’라고 부르며 열광했던 그 시절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상파와 케이블TV를 망라해 방송마다 요리 관련 프로그램이 대세인데, 잘생긴 40대의 요리사들 대신 오동통한 몸매의 ‘백주부’에게 연령 불문, 성별 불문으로 인기가 몰린 이유가 뭘까.
그 열광을 분석한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의 글은 논란을 낳았다. ‘‘백주부’ 백종원에 열광? 맞벌이엄마 사랑 결핍 때문’이라는 글은 제목부터가 논쟁적이다. 그는 ‘백종원의 음식은 모두 외식업소 레시피를 따른 것으로 먹을 만한 음식이지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고 단정했다. 더 나아가 열광하는 층이 1980~90년대 태어난 ‘한국 맞벌이 부부 1호 자식들’로 엄마의 사랑이 결핍됐고, 엄마의 음식을 받아먹은 기억이 없어서 백종원을 ‘대체 엄마’로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1960~70년대 초등학생들은 아이를 탁아소에 맡기고 맞벌이를 하는 북한의 실상에 대해 가족의 가치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배웠다. 전업주부인 아내나 엄마가 절대 가치였으니,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으면 퇴직이 미덕이었다. 그래서 ‘경단녀’(직장경력이 단절된 여성)가 양산됐는데, 황교익은 1970년대식 고리타분한 편견을 끌고 들어와 백주부 현상을 분석한 것 아닌가 싶다. 마치 사람이 침대보다 길면 자르고 짧으면 늘리는 ‘프로크라테스의 침대’처럼 분석한 것은 아닌가 말이다.
‘백주부’에 대한 열광의 시작은 이 지점이다. 그는 평생 요리와 담을 쌓고 살아온 사람들조차 ‘나도 한번 해볼까’하는 용기와 희망을 준다. 예전 요리 방송은 일반 가정에서 비치하기 어려웠던 계량컵과 계량 저울로 몇 g을 넣으라고 해서 음식을 만들기도 전에 김을 빼버렸다. 백종원은 종이컵으로 1컵, 밥숟가락으로 1숟가락을 넣으라고 한다. 전문가인 척하지 않는다. 비싸고 맛없는 외식에 지친 직장인과 자취생들에게 싸고 빠르면서 쉽게 뭔가를 만들어서 먹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레시피도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으니 금상첨화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5-07-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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