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남당’ 자인한 김무성 대표 발언 뜻 곱씹어야

[사설] ‘영남당’ 자인한 김무성 대표 발언 뜻 곱씹어야

입력 2015-07-10 18:02
수정 2015-07-1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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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상처를 남긴 ‘유승민 파동’을 뒤로하고,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원내대표 등 주요 당직 인선을 서두르고 있다. 하루빨리 상처를 치유하고 당을 정상화하겠다는 뜻일 게다.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계 간의 난타전으로 홍역을 치른 김무성 대표는 추가적인 충돌을 막기 위해 당내 인사들에게 ‘묵언’을 주문하고, 최고위원들과 함께 당직 인선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파색 옅은 인물을 후임 원내대표에 합의 추대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당직 인선에서는 지역적 안배도 고려되고 있는 모양이다.

김 대표는 최근 사석에서 “우리 당은 ‘영남당’인 만큼 주요 당직에는 비영남권 인사를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내년 20대 총선을 코앞에 두고 영남 인사 일색의 전투 진용을 갖추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비영남권 인사 기용 뜻을 밝혔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김 대표의 발언은 여러 가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우선 집권 여당의 대표 입에서 ‘영남당’이라는 표현이 나온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영남당은 야당 등 반대 세력이 새누리당을 폄하할 때 사용하는 단어 아닌가.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상당히 민망한 표현을 당 대표가 직접 꺼내 든 것이다. 물론 이는 1992년 대선 당시 김기춘씨가 “우리가 남이가”라며 영남권 대단결을 촉구한 것과는 성격이 다른, 일종의 반성 내지는 현실 인정성 발언으로 해석된다. 집권 여당 대표조차 우리 정치권의 뿌리 깊은 지역 연고주의를 인정한 셈이어서 안타깝다. 어쩔 수 없는 우리 정치의 암울한 현실이기도 하다.

주요 당직에 비영남권 인사를 기용하겠다는 대목도 허투루 넘길 일이 아니다. 거꾸로 해석하면 그동안 주요 당직을 영남 출신들이 사실상 독식해 왔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기 때문이다. 어디 당직뿐인가. 행정부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들의 상당수가 영남 출신 인사들로 채워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임 이명박 정부에서는 이른바 ‘영포(영일·포항) 라인’이 득세했고, 현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구·경북(TK) 출신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오죽하면 김 대표가 직접 “비영남권 인사를 기용하겠다”고 말했겠는가.

사실 우리 정치권의 지역주의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이른바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정치’의 뿌리 깊은 유산이기도 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 집권 시절에는 부산·경남(PK) 출신이, 김대중 정부에서는 호남 출신이 상대적으로 우대받고, 주요 자리에 기용됐다는 점에서 유독 영남 출신 인사들을 중용한다고 현 정부만 탓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달라져야 한다. 누군가 솔선수범해 개선함으로써 변화의 물꼬를 터 줘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 ‘영남당’을 자인하고, 비영남권 인사 중용 뜻을 밝힌 김 대표의 발언 의미는 작지 않다. 지역과 계파를 초월한 탕평 인사를 하겠다는 것 아닌가. 당과 정부의 주요 보직을 특정 지역 인사들이 독점하는 상황에서는 전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없다. 그것은 새누리당뿐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도 마찬가지다. 우리 정치권이 정당별로 지역과 계파에 얽매이지 않는 탕평 인사를 실시함으로써 스스로 지역 정당의 한계를 극복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2015-07-1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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