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결국 위헌 시비에 휘말린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어제 국무회의에서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하면서다. 국회가 개정안을 처리할 때 삼권분립 논란이 일면서 예견됐던 일이다. 그래서 거부권 행사 자체보다 정치권과 여당의 원내 사령탑을 작심 비판한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 정국에 더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여당 내 분란은 물론 야당의 반발이 야기할 정국 혼란이 길어질까 사뭇 걱정스럽다.
거부권 행사는 헌정사를 통틀어 이번이 73번째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처음이지만 놀랄 일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의 당위성을 설명하느라 국회를 정면 비판하면서 정국에 쓰나미를 몰고 온 형국이다. 즉 “국회의 행정 간섭의 ‘저의’를 이해 못해”, “배신의 정치는 국민이 선거에서 심판해야”라는 등 정치권에 강한 불신감을 표출하면서다. 우리는 이런 후폭풍을 여야가 자초했다고 본다. 대통령의 언급처럼 국회법 개정안이 “행정 업무를 마비시킨다”고 단정할 순 없겠으나, 삼권분립 위반 소지가 큰 건 사실이다. 시행령 등 행정입법의 수정·변경 요구권을 국회가 갖는 대목이 그렇다. 국회가 입법하면 정부가 필요한 시행령을 만들어 변화하는 민생 현장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건 당연하다. 시행령이 모법에 어긋나는지는 사법부가 가리고, 정부의 자의성이 의심되면 국회는 모법을 바꾸거나 새 법을 제정하면 된다.
이런 법리 해석상의 차이를 떠나 여의도 정치권과 청와대 사이의 불신감이 이번 거부권 파동의 본질이란 생각도 든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겨냥해 “정부의 경제 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지 않나. 경제 활성화 법안들은 3년째 깔아뭉개면서 여야가 국회법 개정안으로 정쟁을 부른 데 따른 이유 있는 불만 표시다.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국회법 개정이란 혹을 달 당위성은 어디에도 없었다. 다만 이는 박 대통령 스스로의 소통 노력 부족을 탓해야 할 근거일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세월호나 메르스 사태처럼 악재를 만날 때마다 늘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곤경을 자초했지 않는가.
까닭에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바람직하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위헌 소지는 개정된 국회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문제가 빚어질 때 다툴 수도 있다. 가뜩이나 온 국민이 메르스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야권의 반발과 정치 일정 중단도 문제지만, 친박 대 비박으로 갈라치는 ‘뺄셈 정치’도 국정 동력 약화 요인이다.
이번 거부권 파문으로 극심한 진영 논리와 정쟁으로 바람 잘 날 없는 한국 정치의 난맥상이 재확인됐다. 거부권 행사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이라 해도 정국 급랭이 문제다. 하지만 물은 엎질러졌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로 국민이 피해자가 되는 상황을 오래 방치해선 안 된다. 여당은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에 부쳐 3분의2 의결할 명분이 없다고 본다면 당론을 모아 자동폐기 수순을 밟는 등 신속히 결자해지하기 바란다. 야권도 이번 사태를 다른 사안과 연계하는 구태를 재연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거부권 행사는 헌정사를 통틀어 이번이 73번째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처음이지만 놀랄 일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의 당위성을 설명하느라 국회를 정면 비판하면서 정국에 쓰나미를 몰고 온 형국이다. 즉 “국회의 행정 간섭의 ‘저의’를 이해 못해”, “배신의 정치는 국민이 선거에서 심판해야”라는 등 정치권에 강한 불신감을 표출하면서다. 우리는 이런 후폭풍을 여야가 자초했다고 본다. 대통령의 언급처럼 국회법 개정안이 “행정 업무를 마비시킨다”고 단정할 순 없겠으나, 삼권분립 위반 소지가 큰 건 사실이다. 시행령 등 행정입법의 수정·변경 요구권을 국회가 갖는 대목이 그렇다. 국회가 입법하면 정부가 필요한 시행령을 만들어 변화하는 민생 현장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건 당연하다. 시행령이 모법에 어긋나는지는 사법부가 가리고, 정부의 자의성이 의심되면 국회는 모법을 바꾸거나 새 법을 제정하면 된다.
이런 법리 해석상의 차이를 떠나 여의도 정치권과 청와대 사이의 불신감이 이번 거부권 파동의 본질이란 생각도 든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겨냥해 “정부의 경제 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지 않나. 경제 활성화 법안들은 3년째 깔아뭉개면서 여야가 국회법 개정안으로 정쟁을 부른 데 따른 이유 있는 불만 표시다.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국회법 개정이란 혹을 달 당위성은 어디에도 없었다. 다만 이는 박 대통령 스스로의 소통 노력 부족을 탓해야 할 근거일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세월호나 메르스 사태처럼 악재를 만날 때마다 늘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곤경을 자초했지 않는가.
까닭에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바람직하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위헌 소지는 개정된 국회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문제가 빚어질 때 다툴 수도 있다. 가뜩이나 온 국민이 메르스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야권의 반발과 정치 일정 중단도 문제지만, 친박 대 비박으로 갈라치는 ‘뺄셈 정치’도 국정 동력 약화 요인이다.
이번 거부권 파문으로 극심한 진영 논리와 정쟁으로 바람 잘 날 없는 한국 정치의 난맥상이 재확인됐다. 거부권 행사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이라 해도 정국 급랭이 문제다. 하지만 물은 엎질러졌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로 국민이 피해자가 되는 상황을 오래 방치해선 안 된다. 여당은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에 부쳐 3분의2 의결할 명분이 없다고 본다면 당론을 모아 자동폐기 수순을 밟는 등 신속히 결자해지하기 바란다. 야권도 이번 사태를 다른 사안과 연계하는 구태를 재연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2015-06-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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