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黨·靑, 메르스 재난 앞에서 각자도생할 때인가

[사설] 黨·靑, 메르스 재난 앞에서 각자도생할 때인가

입력 2015-06-04 23:40
수정 2015-06-05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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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라는 돌발 악재 앞에서 국가경영(거버넌스)상의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정부가 어설픈 대응으로 사태를 키운 가운데 여당인 새누리당은 어제 비상대책특별위원회와 전문가 간담회를 여는 등 종일 분주했다. 국가적 재난에 당정이 힘을 모으기는커녕 물과 기름처럼 따로 노는 꼴이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별도 대책회의를 가졌으나, 실효성 있는 주문 없이 험구만 쏟아냈다. 국민의 눈에는 메르스보다 당·정·청 간 혼선과 야권까지 가세한 정쟁이 더 불안하게 비칠 지경이다.

그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메르스 첫 확진 15일 만에 민관합동긴급회의가 열렸다. 이런 늑장 대응도 문제지만 여권이 중심을 잡고 사태를 수습하지 못하는 양상이 더 딱하다. 이 와중에 청와대와 여당이 서로 소 닭 보듯 하고 국회법 개정안 처리 책임을 놓고 여당 내부에서 공방이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어제도 새누리당 일부 최고위원들은 국회법 개정안 처리와 관련해 유승민 원내대표가 책임질 것을 주장했다. 물론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 때 야당의 정략에 말려 위헌 소지가 큰 국회법 개정안을 끼워 넣는 ‘덜컥수’를 놓은 유 원내대표의 책임이 없진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이 어느 때인가. 오산 공군기지 소속 간부 1명이 양성 판정을 받고, 군에서 감염이 의심돼 격리된 인원이 90명을 넘어서는 등 메르스 사태가 어디까지 번질지 가늠조차 힘든 상황이다. 만일 청와대가 여당과의 ‘메르스 당정회의’조차 외면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 지극히 성숙하지 못한 대응이 아닐 수 없다.

실체적 진실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한 과장된 정보가 뒤섞여 우리 사회에 ‘메르스 공포증’이 고개를 들 참이다. 이럴 때일수록 초당적으로 힘을 합쳐 수습에 주력해야 한다. 이번 사태의 책임 소재를 가리는 일조차 일단 잠시 유보해야 할 판이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여당이 이와 관계없는 국회법 문제로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니 한심하다. 21세기 대명천지에 권위주의 정부 시절의 일사불란함을 기대해선 안 되겠지만, 배를 산으로 가게 하는 중구난방도 곤란하다. 전문적 판단이 긴요한 방역 문제에까지 정략적 공세가 끼어들 이유는 없다. 어제 새정치연합 대책회의에서 “대통령이 제정신으로 돌아오기 바란다”는 등 대안 없는 독설만 넘쳤기에 하는 얘기다.

‘메르스 사태’를 맞아 전 세계가 우리를 주시하고 있다.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대거 예약을 취소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이 불거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어제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8%에서 3.0%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메르스 악재’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자칫 우리의 허술한 방역 체계가 국제사회에 노출되면 대한민국의 국제 신인도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 이로 인한 엄청난 경제적 손실은 누가 감당할 건가.

국정의 무한책임을 진 여권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먼저 걱정해야 한다. 청와대는 미증유의 ‘메르스 대재앙’으로 번지지 않도록 사분오열된 국가 거버넌스부터 다잡기 바란다. 당·청이든, 여야든 물이 새는 뱃전에서 드잡이하다가 배를 전복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2015-06-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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