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 나간’ 시민의식으론 메르스 당해낼 수 없다

[사설] ‘집 나간’ 시민의식으론 메르스 당해낼 수 없다

입력 2015-06-04 23:40
수정 2015-06-05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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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확산으로 집 밖 출입을 삼가야 하는 자가 격리자 수도 크게 늘고 있다. 2, 3차 감염자의 증가로 접촉자들이 많아진 데다 보건 당국의 대상자 선정 기준도 강화됐기 때문이다.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는 데는 당국의 무능한 대응이 불씨였지만 미성숙한 시민의식도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지 않은가 돌아봐야 한다.

시민들의 수준 낮은 보건의식과 일탈행위는 연일 지탄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한국의 메르스 사태를 주시하는 해외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까지 나오게 된 현실이 부끄러울 정도다. 서울 강남의 자가 격리 대상자가 따분하다는 이유로 지방에까지 몰래 골프를 치러 간 사례는 어이없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격리자의 거주지와 골프장 주변은 발칵 뒤집혔고 근거 없는 루머가 꼬리를 물어 혼란이 극심하다. 골프 소동을 일으킨 격리자가 근처에 산다는 소문이 덮쳐 서울 대치동 학원가가 하루아침에 학생들의 발길이 뚝 끊기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이어지고 있다.

당국의 부실 대응과 맞물려 ‘나 하나쯤이야’ 하는 빗나간 개인주의는 번번이 메르스 파동에 기름을 붓고 있다. 첫 확진 환자는 중동 국가 방문 사실을 숨겨 일을 걷잡을 수 없이 키웠고, 감염이 의심되는 상태에서 의료진의 만류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홍콩에 들어간 남성은 그쪽 보건 당국에 기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야말로 국제적인 망신이다. 근거 없는 괴담을 무분별하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퍼 나르는 행태도 이쯤해서 자제돼야 한다. 가뜩이나 중심을 못 잡고 허둥대는 보건 당국에 루머와의 전쟁까지 떠안기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들이 봐야 한다.

이번 파동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은 안이한 대처로 일관한 정부, 의료계, 개인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사태가 진정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데, 지역 이기주의까지 고개를 든다니 걱정이다. 정부는 메르스 환자를 일률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지역별 거점 병원을 검토 중이다. 그러자 지방자치단체들이 ‘우리 지역 절대 불가’라며 난색을 표하고, 어느 곳에서는 타 지역에서 이송된 환자를 받지 않도록 지역 내 병원을 단속하겠다 한다. 이런 이기적 발상으로는 확산일로의 메르스를 당해 낼 재간이 없다. 지금 우리 상황은 메르스 자체의 심각성보다 심리적 공포가 더 큰 문제다. 감염학 전문가들은 메르스 치사율은 알려진 것보다는 낮은 10% 정도 수준이라고 한다. 불미스런 일이지만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개인이든 지역사회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대응이 절실한 때다.
2015-06-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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