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무원연금 ‘맹탕 개혁’하느라 위헌 시비 부른 국회

[사설] 공무원연금 ‘맹탕 개혁’하느라 위헌 시비 부른 국회

입력 2015-05-29 23:40
수정 2015-05-30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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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어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부대조건으로 국회가 대통령령 수정권을 갖도록 한 원내대표 간 양해에 따른 국회법 개정안까지 처리하면서다. 하지만 청와대가 국회법 개정에 대해 위헌 소지를 거론하면서 여권 내부는 파열음만 무성하다. 그런데도 여당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과하게 해석하는 것”이라고 눙치고 있다. 반면 공무원연금 개혁의 본질을 떠나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관철하기 위해 국회법 개정을 밀어붙였던 야당 원내대표는 정작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는 기권했다. 하늘 아래 더 있을 것 같지 않은 ‘엽기 국회’다.

여야는 어제 새벽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늑장 처리하는 과정에서 본회의 차수를 변경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외형상으로는 재직 중 연금보험료를 더 내고 퇴직 후 덜 받는 모양새는 갖췄다. 기여율을 7%에서 5년간 순차적으로 9%로 높이고 지급률은 현행 1.9%를 20년에 걸쳐 1.7%로 낮추면서다. 그러나 개혁이라고 부르기는 민망한 수준이다. 국가재정 파탄 방지와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확보 등 본래 취지는 퇴색할 대로 퇴색했다. 혈세로 메울 적자보전금은 2022년부터 다시 올해처럼 하루 1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일반 국민은 납부 보험료의 1.2∼1.5배의 국민연금을 받는 데 비해 공무원 퇴직자는 2배 이상의 연금을 받는 특혜도 그대로라니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땜질에 7개월을 허비한 꼴이다.

이는 여야가 개혁하는 시늉만 하며 철저히 숨겨진 정략에 따라 움직인 결과일 게다. 다음 선거에서 응집력 강한 공무원 표는 신경이 쓰인 반면 일반 국민의 여론은 일과성으로 봤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야당 측이 공무원연금에 다른 사안을 연계하는 전략을 폈을 리가 만무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처음엔 공무원연금과 관계없는 국민연금에 고리를 걸더니 나중엔 보건복지부 장관 해임 건의안이나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관철과 연계했다. 결국 개혁 방향에 대한 분명한 소신 없이 합의 처리 자체를 지상 목표를 삼은 여당 지도부가 야당의 ‘연환계’에 장단을 맞추면서 협상은 산으로 가고만 셈이다.

이후 여권 내 불협화음도 문제다. 청와대는 시행령 등 행정입법에 대해 입법부에 수정 권한을 부여한 국회법 개정 합의가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데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괜찮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자칫 여권 내 ‘잔불’이 대형 화재로 번지면 가뜩이나 야권의 몽니로 뒷전에 처진 민생 입법 처리마저 지체될까 걱정스럽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란 말도 있다. 어차피 이번 공무원연금 개정안의 시효도 기껏해야 5년일지도 모른다. 결국엔 눈 가림용 모수(母數) 개혁이 아니라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하는 구조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말이다. 까닭에 청와대는 이번 담합안이 미흡하더라도 받아들이기 바란다. 부대조건인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성급한 거부권 행사로 연금 개정안을 무산시키기보다 훗날을 기약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다만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 소지와 함께 국정을 무한 표류시킬 개연성이 크다면 여야는 마땅히 이를 재고해야 한다.
2015-05-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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