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사드 군불만 때지 말고 실상 제대로 알려라

[사설] 한·미, 사드 군불만 때지 말고 실상 제대로 알려라

입력 2015-05-19 18:00
수정 2015-05-19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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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이 그제 주한미군 장병들을 만난 자리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한다. 어제는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 및 한미연합사령관과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이 각각 서울에서 사드 배치 문제를 거론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사드와 같은 새로운 전력 자산이 한반도에 필요하다는 게 미국 측 인사들의 논리다. 그러면서도 누구 하나 한국 측과의 협의 여부 등을 딱 부러지게 설명하지는 않고 있다. 속된 말로 군불만 지필 뿐 솥 걸기를 미루는 형국이다.

우리 정부의 사드 정책은 더욱 모호하다. 한·미 양국 간에 협의도, 논의도, 결정도 없었다는 이른바 ‘3노(NO)’ 정책을 고수하면서 ‘전략적 모호성’만 극대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사드 얘기만 나오면 무조건 부인부터 하고 보는 행태는 도대체 소신이나 전략이 있는 것인지 의심케 한다. 미국은 줄기차게 공론화를 시도하고, 우리는 언급조차 회피하면서 한·미 동맹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오죽 답답했으면 여당인 새누리당의 유승민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서 3노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겠는가.

한반도 사드 배치의 외교적 후폭풍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며 한반도 사드 배치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기도 하다. 한·미 동맹의 중요성 못지않게 한·중 밀월의 외교적 자산 가치 또한 크다는 점이 우리 정부가 사드 공론화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영원히 이 문제를 덮어 둘 수만은 없지 않은가. 언젠가 결론을 내야 할 사안이라면 이제는 사드 배치의 필요성 등에 대한 공론화에 나서야만 한다. 군불만 때다 가는 정작 밥 지을 때 불이 꺼지는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사드 문제에 대해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면서 갖가지 루머가 돌고 있는 것도 문제다. 미국이 이미 사드 배치 규모 및 장소를 결정했다는 미확인 정보부터 수조원대의 도입 비용을 우리가 치르기로 했다는 소문까지, 오히려 혼란만 커지고 있다. 미군 관계자들이 방한하면 사드 배치와 관련된 행보라는 추측성 보도가 뒤따르곤 한다. 이래선 곤란하다. 이제는 국민들에게 정확한 실상을 알려 줘야 한다. 한반도 사드 배치의 필요성 여부, 배치할 경우 규모 및 장소, 도입 및 유지 비용 등 모든 것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알려 불필요한 오해와 억측을 낳지 말아야 한다.

무기 체계의 효용성은 군이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겠지만 사드 배치의 경우 외교적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해야 하는 사안이다. 여론 또한 무시해선 안 된다. 공론화를 통해 불필요한 것으로 결정되면 미국에 양해를 구하고, 점증하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에 반드시 필요한 방어체계로 결정되면 중국을 설득하면 된다. 케리 장관의 언급은 오는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를 의제로 채택하기 위한 공론화 시도로 해석되고, 여권 일각에서도 같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2015-05-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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