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소중히 생각하기·서열 없이 소통하기… 소녀들, 다시 시작하다
“나는 받기보다 주기를 먼저 하겠습니다. 받는 것들을 고맙게 여기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고봉밥이 담긴 식판을 앞에 둔 40명의 소녀가 트레이닝복을 입은 채 한목소리로 생활다짐을 외친다. 6호 보호처분(복지시설 보호)을 받은 여자 청소년이 지내는 경기 양주 ‘나사로 청소년의 집’이다. 소녀들은 짧으면 6개월, 길면 1년 동안 심리 상담·미술 치료를 받고 피아노 치기, 밴드활동 등 취미 생활도 하면서 검정고시도 준비한다. 이곳에선 정해진 규칙에 따라 먹고 자고 생활해야 한다. 화장도 휴대전화도 금지다. 잘 곳도, 먹을 것도 어느 하나 일정치 않았던 밖과는 사뭇 다른 생활이다. 아이들은 가정과 학교, 사회로부터 배우지 못한 것들을 차근차근 배운다. 양보하기, 예쁜 말 쓰기, 건강한 밥 먹기, 싸우지 않기 등이다. 교사들이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부분은 성교육이다. 성경험이 있거나 성폭력·성매매 등 피해에 노출된 아이들이 많아서다. 산부인과 치료비도 시설 살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지난여름엔 3박 4일간 성교육 캠프도 진행했다. 성매매·조건만남 등 그간 사회에서 경험한 성관계에서 성을 ‘도구’처럼 여겼던 아이들은 “처음으로 존중받는 기분이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