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은 시설 대신 ‘천사 아들’ 받아 줄 곳은 정신병원뿐이었다
“○○ 정신병원!”
발달장애인 최모(24)씨는 하루에도 수십번 그 병원 이름을 기진맥진할 때까지 외쳤다. 자폐 증세가 심해진 최씨는 지난 2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장애인 시설이 문을 닫자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석달 후 퇴원한 그의 상태는 더 악화됐다. 이혼 후 홀로 아들을 돌봐 온 어머니 한모(59)씨는 귀마개를 꽂고 아들의 곁을 묵묵히 지켰다. 모자는 지난 6월 3일 광주시 광산구의 승용차 안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서울신문 취재진과 만난 지인들은 한씨가 극단적 선택의 징후를 보였는데도 그를 막지 못했다며 자책했다. 한씨는 생전 아들을 ‘천사’, ‘선물’, ‘기쁨’이라 불렀다. 하지만 그녀가 2017년 아들을 향해 쓴 편지에는 ‘천사 아들아, 너와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다’는 글만 있지 않았다. ‘어디서 잘못된 거지? 내가 잘못해서 네가 이렇게 되었나?’라는 스무 해 넘게 묵은 상처가 짙게 배어 있었다.
한씨 모자의 비극은 어디서 움텄을까. 주변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돌봄 공백을 꼽는다. 올 들어 아들의 도전적 행동과 분노는 거세졌다. 한씨 혼자 돌보기는 어려운 상태였다. 아들이 다니던 장애인주간보호센터마저 휴관하면서 돌봄 부담은 한씨에게 가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