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학
  • 문구 덕후, 도쿄서 찾은 ‘80개의 보물’ 대방출 [그 책속 이미지]

    문구 덕후, 도쿄서 찾은 ‘80개의 보물’ 대방출 [그 책속 이미지]

    안경처럼 생긴 물건을 펼치면 가위가 된다. 생선 모양 볼펜은 얼핏 보면 진짜 물고기처럼 보일 정도다. 축구선수 모양의 귀여운 연필깎이, 둥그런 공에 구멍을 뚫은 연필꽂이 역시 눈길을 끈다. 도쿄의 작은 문구점에 숨어 있는 보물 같은 아이템들이다. 문구류를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도쿄의 독특한 문구점 80곳을 탐방하고 ‘덕심’을 가득 담아 정리했다. 파이롯트 만년필, 트래블러스 노트, 로이텀 불렛 저널 등 한 번쯤 들어 봤을 문구계의 클래식부터 희귀한 그림책과 인터넷을 뒤져도 구하기 어려운 각종 문구류를 손 그림으로 담아냈다. 문구점 위치를 표시한 지도와 문구점 내부 구조, 그리고 직원들 모습까지 감성이 물씬 전해진다. 작가가 오랜 세월 축적한 문구 사용 비법을 비롯해 주요 문구점 근처 볼거리와 먹을거리 등 알찬 정보도 들어 있다. 도쿄를 여행한다면 시간 내어 문구점에 한 번쯤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 ‘무고’ 받아 드립니다… ‘성폭력 가해자’ 모시는 法시장

    ‘무고’ 받아 드립니다… ‘성폭력 가해자’ 모시는 法시장

    ‘9개 유죄’에도 반성 이유로 감형 가해자 지원 산업 등장·확장 연구 연예계와 경찰권력의 유착, 성폭력·마약·탈세 등이 뒤섞인 ‘버닝썬 사건’이 사회에 충격을 안긴 지 5년. 그 중심에 있던 전직 가수 승리가 9일 출소했다. 성매매, 성폭력, 상습도박 등 9개 혐의에 유죄가 인정됐는데도 1심 선고는 징역 3년이었다. 그나마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했다는 이유에서 절반으로 감형됐다. 이 책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묻고 답을 구한다. 저자는 어느 날 법원 근처 지하철역에서 한 법무법인의 광고를 보고 아연실색한다. ‘아동 성추행, 강간 범죄, 기타 성범죄 등에 대한 부당한 처벌을 무죄, 불기소, 집행유예로 이끈다’는 내용이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법무법인들이 ‘성범죄 전담·전문 변호사’, ‘무고 전문’ 운운하는 홍보 문구를 버젓이 나열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저자는 오늘날 성범죄 가해자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법률적, 감정적 도움을 얻고 있다고 개탄한다. 성범죄 전담 법인이 전략적으로 여성단체들에 기부하거나 지인들의 선처 요구로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는 감형이 이뤄지는가 하면 각종 정보를 공유하며 불안감을 해소하는 가해자 온라인 커뮤니티도 존재
  • 도서관에서 인문학 배워볼까

    도서관에서 인문학 배워볼까

    “딸이 도서관 인문학프로그램에 같이하자고 해서 참여했습니다. 어려울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매주 즐겁게 배우고, 딸과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더 좋고, 감사했습니다.”(선유도서관 참여자 조모씨) “우리 지역 탐방을 통해 몰랐던 유적에 대해 알게 되었고 가족에 대한 위로와 사랑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강서꿈꾸는어린이도서관 참여자 김모씨) 올해 전국 도서관에서 인문학 프로그램 300개를 운영한다. 강연과 인문 현장 탐방, 체험 활동을 연계한 기존의 ‘자유기획’ 유형(190개) 외에 새로운 프로그램도 신설한다. 참여자가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체험하고 생각한 것을 기반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거나 지역 아카이빙 활동 등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참여형(50개), 도서관이 학교, 복지시설 등 지역 사회시설과 연계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회확산형(50개), 지역 대표 도서관이 분관이나 작은도서관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을 지원하는 거점연계형(10개) 유형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도서관협회는 관련해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할 도서관과 전문가를 9일부터 공개 모집한다고 밝혔다. 인문 강연, 탐방, 체험 활동 등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을 운영할 도서관은 27일까지, 심화 인
  • 엄마는 ‘세 형제의 숲’… 아이는 ‘안녕 본본’… ‘따로 또 같이’ 읽어요

    엄마는 ‘세 형제의 숲’… 아이는 ‘안녕 본본’… ‘따로 또 같이’ 읽어요

    국립중앙도서관과 국립어린이도서관이 올해 첫 번째 사서 추천 도서를 발표했다. 방학 동안 아이와 무얼 해야 할까 고민이 된다면 함께 책 읽기에 빠져 보는 것도 좋겠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신착 도서를 중심으로 두 달에 한 번씩 도서를 선정한다. 2·4·8월에는 인문, 사회, 자연, 문학 등 분야별 도서, 6·12월에는 시의성 있는 도서를 고른다. 2월의 추천 도서는 8권이다. 문학 분야에서는 성인이 된 뒤 관계가 소원해진 형제들이 어머니의 유언으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별장에 모이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알렉스 슐만의 ‘세 형제의 숲’(다산책방), 단독주택에 살아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허름한 산동네의 작은 집으로 이사한 백수린 소설가의 산문집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창비)을 꼽았다. 자연과학 분야 추천 도서인 ‘과일 길들이기의 역사’(B.read)는 우리가 즐겨 먹는 과일에 대해, ‘생명의 태피스트리’(단추)는 여러 가지 색실로 그림을 짜 넣은 태피스트리처럼 촘촘하게 연결된 자연 생태계에 관해 설명한다. 인류사를 바꿀 거대한 아이디어의 기원와 방법을 찾는 ‘휴먼 프런티어’(퍼블리온), 서울을 벗어나고 싶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이유 등을 모색한 ‘탈서
  • 안네 프랑크·셜록 홈즈… ‘그래픽노블’로 만난다

    안네 프랑크·셜록 홈즈… ‘그래픽노블’로 만난다

    버지니아 울프, 안네의 일기, 셜록 홈즈. 익히 들어 본 작품들이 최근 그래픽노블(만화형 소설)로 출간돼 눈길을 끈다. 재단이 공식 인정하거나, 각종 만화상을 받은 작품이어서 수준도 상당하다. ‘나 버지니아 울프’(어크로스)는 평생 정신적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남성 중심 세계에 자취를 남긴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를 다뤘다. 작가로서 걸어온 길뿐만 아니라 부모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는 딸, 다른 작가의 책을 펴내며 재미를 느낀 출판인, 연인과 남편을 모두 사랑한 여성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책은 울프가 쓴 글 속 문장을 정교하게 교차하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울프의 대표작 ‘댈러워이 부인’, ‘등대로’, ‘자기만의 방’, ‘세월’ 등을 비롯해 편지, 일기 등을 다채롭게 인용했다. 울프가 일생 겪었던 희로애락과 작가로서의 천재성을 뛰어난 수채화풍 일러스트로 구현한 매 장면이 따뜻하고 아름답다. ‘안네프랑크재단이 공인한 그래픽노블’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안네의 일기’(흐름출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원작을 만화로 그렸다. 최초 발간 때 삭제됐던 분량을 복원한 1991년 무삭제 완전판을 토대로 당시 안네 프랑크의 삶과 희망을 담았다. 단순히 원작 줄거
  • 경계를 모르는 英 작가 쿠레이시 “죽음이 말을 걸어왔다. 그 뒤 달라진 것들”

    경계를 모르는 英 작가 쿠레이시 “죽음이 말을 걸어왔다. 그 뒤 달라진 것들”

    “난 죽음을 봤다. 죽음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파키스탄계 영국 작가 하니프 쿠레이시(69)가 지난해 12월 복싱데이(선물 포장하는 시즌) 휴가를 즐기던 이탈리아 로마에서 낙상 사고를 당해 팔다리를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며 4일(현지시간) 영국 BBC 월드서비스 뉴스아워에 이런 사고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뀌어놓았는지 털어놓았다. 쿠레이시는 영화와 연극, 소설에 이르기까지 전방위 문필가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다. 영국 사회의 다양한 속성, 국외자 신분의 사람들과 주변인들이 겪는 인종 갈등, 계급, 성 등의 사회적 쟁점을 다루는 문제작들을 발표하며 늘 화제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다.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1984)로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로 지명됐고, ‘시골뜨기 부처’로 소설가로 입지를 다지며 최고의 신인 소설가에게 주어지는 휘트브레드상을 수상한 뒤 1993년 BBC의 4부작 드라마로 만들어져 그해 BBC 미니시리즈상을 차지했다. ‘런던이 나를 죽이다’(1991)는 직접 감독까지 맡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죽을 것이라고 확신했으며 자녀들에게 영상통화를 해 작별을 고하고 싶었는데 여자친구 이사벨라 다미코가 말리는 바람에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 오로라 인생 사진을 위한 권오철 작가의 친절한 가이드[그 책속 이미지]

    오로라 인생 사진을 위한 권오철 작가의 친절한 가이드[그 책속 이미지]

    직접 보지 않으면 그 감동을 알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오로라가 그렇다. 사진과 영상으로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머나먼 극지방에 가서 직접 눈에 담을 때 말로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오로라의 감동이 더 크게 다가온다. 보는 이의 마음에 오래도록 춤추는 빛을 남기는 오로라는 때론 누군가의 인생을 바꿔 놓기도 한다. ‘천체사진가’로 유명한 권오철 작가 역시 2009년 오로라 여행을 계기로 사진가로 전업했다. “온 세상을 형광빛으로 물들이는 오로라 폭풍을 만나고 나면 전날 떠난 사람들이 눈에 밟힌다”는 권 작가의 책 ‘신의 영혼 오로라’는 그가 그동안 찍은 오로라가 담긴 책이다. 오로라의 모든 것이 담긴 이 책이 오로라를 꿈꾸는 이에게 필요한 이유다. ‘오로라의 성지’ 캐나다 옐로나이프 여행을 앞으로 계획하고 있다면 권 작가의 친절한 가이드와 함께 언젠가 찍게 될 인생 사진을 미리 준비하면 좋다.
  • 이야기로 배우는 청동기·철기시대[어린이 책]

    이야기로 배우는 청동기·철기시대[어린이 책]

    모로비리국 대족장 으뜸씨알이 소년 활개에게 “아무도 모르게 ‘돌의 피’를 찾아오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제사장의 딸 무릇은 활개에게 절대 돌의 피를 찾아선 안 된다고 말한다. 활개는 돌의 피가 ‘쇠’를 뜻하는 말임을 알게 되고, 옆 나라에 잠입해 결국 돌의 피를 구해 부족으로 돌아온다. 소설의 시점은 2500년 전 청동기시대 말기와 초기 철기시대로, 청동기 문명과 철기 문명이 엎치락뒤치락하는 혼란기다. 제사장 중심 나라에서 왕 중심의 나라로 바뀌는 시기이자, 신구 문화의 충돌기다. 어느 때보다도 혼란스러운 시기에 활개는 씩씩한 전사로 성장한다. ‘전사’라 하면 전쟁 속 싸움꾼을 생각하겠지만, 활개는 우리 생각과 다른 전사의 모습을 보여 준다. 저자는 “힘을 키워 자신을 지키고 나아가 가족과 사회, 나라를 보호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이야기 속의 또 다른 주인공 ‘무릇’ 역시 남을 배려하고 주변을 살피는 아이다. 활개가 펼치는 모험담 속에서 말을 곱씹는 맛도 제법이다. 활개를 치며 사방을 누비는 주인공 활개를 비롯해 꽃무릇처럼 환한 무릇, 대족장을 뜻하는 으뜸씨알, 제사장 오름씨알, 불을 관리하고 지키는 태움, 물을 관리하고 지키는 내림, 무덤돌·
  • 아프리카의 ‘터전 자각’…움트는 ‘코사와 혁명’

    아프리카의 ‘터전 자각’…움트는 ‘코사와 혁명’

    미국 석유 기업 펙스턴의 유전 개발로 아프리카 마을 코사와는 망가져 버렸다. 물과 공기가 오염됐고, 아이들의 무덤은 늘어만 간다. 펙스턴은 8주마다 한 번씩 마을로 직원 대표를 보내 형식적인 회의만 하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할 뿐이다. 여느 때처럼 펙스턴 직원들이 마을을 찾았을 때, 미치광이 콩가가 그들의 자동차 열쇠를 우발적으로 뺏어버리고 이들을 가두자고 제안한다. 마을 주민들이 이에 동조해 직원들을 포로로 잡았는데, 그중 한 명이 죽어버리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탐욕스러운 대기업이 부패한 정부와 손잡고 함께 이득을 챙기는 일은 그리 낯설지 않다. 실제로 미국 석유 기업 셸은 수십년에 걸쳐 기름을 유출해 나이지리아의 한 마을에 배상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배상금이 망가진 주민들의 삶과 오염된 터전을 되돌릴 순 없다. 소설이 던지는 문제의식은 이처럼 선명하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이 착취의 고리를 쉽게 끊어내기 어렵다는 데 있다.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기에 여념이 없는 독재자가 뒤에 있어서다. 주민들이 우여곡절 끝에 마을의 상황을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리지만, 독재자는 이를 비웃듯 군인을 동원해 코사와를 피바다
  • 민주주의가 엉망진창이 된 것은 ‘식인자본주의’ 탓

    민주주의가 엉망진창이 된 것은 ‘식인자본주의’ 탓

    ‘식인자본주의’라니 표현이 섬뜩하다. 그런데 지금 여기의 민주주의가 왜 이토록 엉망진창이 됐고, 좌절과 낙담을 낳게 됐는지, 책을 따라가다 보면 적절한 단어로 보이기도 한다. 미국 뉴욕 뉴스쿨의 철학·정치사회이론 교수인 저자는 위르겐 하버마스의 공론장 이론을 계급과 젠더의 시각에서 비판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1990년대 존 롤스의 정의론이 분배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비판하면서 여성운동, 흑인운동, 성소수자운동 등의 주장을 적극 받아들여 인정을 중심에 두자는 새로운 정의론을 제시했다. 이를 만인의 동등한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는 삼차원 정의론으로 확장시켰고, 지구화 시대에 정치가 제 역할을 하려면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는 초국적인 공론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노동운동, 여성운동, 생태운동, 흑인운동 등이 굳건한 동맹을 발전시켜야 할 근거를 자본주의라는 토대에서 찾으려 했다. 한데 이 자본주의는 고전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자본주의가 아니다. 자본가 계급을 식인종이라 묘사하면서 이 집단이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음을 보여 준다. 어디까지나 은유인데 자본주의 경제가 제 배를 채우기 위해 가족과 공동체, 생활 터전, 생태계의 피와 살을 다 빨아먹어
  • [책꽂이]

    [책꽂이]

    기후위기 부의 대전환(홍종호 지음, 다산북스 펴냄) 기후위기는 우리 일상생활부터 기업 경영전략, 그리고 국가의 미래까지 결정하는 문제가 됐다. 기후경제학자인 저자는 기후위기가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주체임을 깨닫는 게 위기 해결의 첫걸음이라 강조한다. 가장 한국적이고 경제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332쪽. 2만원. 사건 파일 명화 스캔들(양지열 지음, 이론과실천 펴냄) SBS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살롱 드 지’를 진행하던 저자가 1년 동안 풀어놓은 명화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시시각각 벌어지는 우리 사회의 여러 사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인류의 문화적 자산인 명화 속 숨은 이야기를 담았다. 변호사가 풀어낸 명화들의 속사정을 읽어 보자. 260쪽. 1만 8000원. 어둠의 미술(S 엘리자베스 지음, 박찬원 옮김, 미술문화 펴냄) 악몽과 정신착란, 고통과 죽음, 야생과 자연, 괴물과 마녀를 주제로 한 으스스하고 기괴한 그림 150여점을 소개한다. 오랜 세월 예술가들을 사로잡았던 어둠의 본질을 생생하게 포착했다. 소름 끼치는 그림들을 보면서 우리 내면의 어둠을 만날 수 있다. 240쪽. 3만 3000원. 이날치, 파란만장(장다혜 지음, 북레시피 펴냄) 소리
  • 혹시 번아웃?… 무조건 일에서 도망쳐라

    혹시 번아웃?… 무조건 일에서 도망쳐라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취업의 관문을 뚫었지만 이들 중 30%는 1년 이내에 일을 그만둔다는 한 글로벌 컨설팅사의 설문조사가 있었다. 바로 ‘번아웃’ 때문이다. 번아웃은 신체적, 감정적으로 지치고 무기력해져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런 상황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날이 갈수록 늘고 있지만 증상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정신건강 전문가들도 난감해한다. 문제는 모두가 번아웃을 이야기하지만 번아웃이 무엇인지 그리고 원인이나 영향에 대해서 명확히 말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번아웃을 정밀 분석한 이 책들이 주목된다. ‘과부하시대’의 저자인 로라 판 더누트 립스키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전문가다. ‘번아웃의 종말’은 번아웃으로 정년이 보장된 교수 자리를 박차고 나온 신학박사 출신 프리랜서 에세이스트인 조너선 말레식이 썼다. 글쓴이의 배경과 전공이 다르다 보니 번아웃을 해석하는 방식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 말레식은 과학, 문학, 철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번아웃을 해부한다. 반면 립스키는 사건의 지평선처럼 번아웃이라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기 직전에 놓인 사람이 탈출할 수 있는 방법에 더 집중한다. 그렇지만 두 저자 모두 번아웃
  • 친절한 사람은 호구 아닌 세상 바꾸는 혁명가

    친절한 사람은 호구 아닌 세상 바꾸는 혁명가

    2010년 미국 필라델피아에 살던 71세의 평범한 할머니 바브 라펜은 일과 사회에서 벗어나 여생을 의미 있게 보낼 방법을 찾고 있었다. 노숙자들에게 음식을 나눠 주는 등의 봉사활동이 퍼뜩 떠올랐지만 어쩐지 내키지 않았다. 라펜은 평소 즐겨 했던 바느질로 이웃에게 보탬이 되기로 했다. 그는 노숙자들에게 밥을 퍼 주는 대신 그들의 옷을 손질해 줬다. 라펜의 이야기를 들은 주변 할머니들이 하나둘 나서기 시작했다. 늘 부족했던 재봉틀을 마련해 주는 고마운 손길도 생겼다. 30명까지 늘어난 할머니 재봉사들은 두 곳의 노숙자 센터를 매주 하루씩 찾아다니며 노숙자들의 생계 수단인 의복과 배낭 등을 수선해 줬다. 이 과정에서 노숙자 일부는 일자리를 얻어 거리를 벗어났고 일부는 할머니 단체를 찾아와 감사의 뜻을 표시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신문에 날 일’이지만 이런 일들이 실제 신문 등 대중매체에 실리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찬찬히 돌아보면 세상엔 굳이 드러내지 않고 아무 조건 없이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카인드니스’는 이런 작은 친철의 놀라운 힘에 주목한 책이다. 힘겨운 하루를 버티는 힘이 돼 줄 다양한 사례들을 전하고 있다. 책이 ‘좋은 이야기’만 담고
  • ‘식인자본주의’ 표현이 무섭다고? 낸시 프레이저에 고개 끄덕일 것

    ‘식인자본주의’ 표현이 무섭다고? 낸시 프레이저에 고개 끄덕일 것

    표현이 매우 섬뜩하다. 지금 여기의 민주주의가 왜 이토록 엉망진창이 됐고, 좌절과 낙담을 낳게 됐는지 근본 원인을 식인자본주의에서 찾는다. ‘좌파의 길-식인 자본주의에 반대한다’(서해문집, 336쪽, 1만 9500원)를 쓴 낸시 프레이저는 미국 뉴욕 뉴스쿨의 철학·정치사회이론 교수다. 위르겐 하버마스의 공론장 이론을 계급과 젠더의 시각에서 비판적으로 재구성했다. 1990년대 존 롤스의 정의론이 분배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비판하면서 여성운동, 흑인운동, 성소수자운동 등의 주장을 적극 수용해 ‘인정’을 중심에 놓는 새로운 정의론을 제시했다. 악셀 호네트와 벌인 논쟁의 기록 ‘분배냐 , 인정이냐?’를 펴내 주목받았다. 그 뒤 분배와 인정의 측면에서 불의를 시정하기 위해 반드시 만인의 동등한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는 삼차원 정의론으로 확장시켰다. 또 지구화 시대에 정치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국민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는 초국적인 공론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구화 시대의 정의’에서 주장했다. 신자유주의의 대안을 찾는 과정에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비판적 지지’ 식의 낡은 틀에 갇힌 여성운동을 겨냥해 성찰과 노선 전환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 결실이 ‘전진하는 페미니즘’,
  • 영화는 거들 뿐… ‘슬램덩크’ 원작·애니 관심도 껑충

    영화는 거들 뿐… ‘슬램덩크’ 원작·애니 관심도 껑충

    지난달 초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 상영했던 TV 애니메이션이 최고 시청 시간을 기록하는가 하면 원작 만화를 비롯한 관련 서적 판매량도 껑충 뛰었다. 1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에 따르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개봉한 지난달 4일부터 30일까지 TV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시청 시간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8배로 급증했다. 시청자 수 역시 11.2배로 늘었다. 이 기간 ‘슬램덩크’는 전체 애니메이션과 해외 TV 시리즈 중 시청자 수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만화를 원작으로 삼아 총 101편의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슬램덩크’는 1993년부터 1996년까지 일본에서 방영됐고, 왓챠는 2018년 5월부터 동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왓챠 측은 “지난해 영화 ‘범죄도시2’, ‘탑건: 매버릭’ 개봉 이후 원작이나 전편의 시청 시간이 수십 배 뛰는 경향을 보였는데, ‘슬램덩크’도 비슷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서점가에서도 관련 서적이 인기몰이 중이다. 지난달 초 영화 개봉을 맞아 출간한 특별판 만화 ‘슬램덩크 챔프’가 새해 첫날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고, 표지를 갈고 새로 낸 ‘슬램덩
위로